'큰손'이 온다. 9월과 10월 요우커(游客·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국증시가 들썩거리고 있다. 중국 중추절(9월6~8일)을 시작으로 10월 초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1~9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이 사이 인천아시안게임(9월19일~10월4일)까지 겹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요우커 해마다 급증… 내수소비주 관심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추절과 국경절연휴가 이어지는 10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2011년 21만5000명에서 2012년 27만9000명, 지난해 34만3000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이 기간 방한한 중국인관광객의 씀씀이도 커지면서 1인당 평균 관광 지출액은 2008년 1262달러(약 128만원)에서 지난해 2272달러(약 230만원)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외국인관광객 평균 1684달러(약 171만원)에 비해 1.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아람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에는 중추절에 이어 인천아시안게임과 국경절 연휴가 맞물리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호텔·카지노업종과 음식료·화장품 등 내수소비주에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머니위크>는 9월과 10월, 요우커들이 다녀갈 곳을 미리 진단해봤다. 가상인물 요우커씨(여·28)의 '24시간 발자취'를 추적해 그 과정에서 따라붙는 수혜주들을 짚어봤다. 요우커씨의 24시간은 실제 9월과 10월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다녀갈 '필수코스'를 지난해 중국관광객의 평균 쇼핑품목 등을 바탕으로 그린 것이다.

 

[STOCK] '요우커의 24시간'으로 본 수혜주 찾기

 
첫날 오전 10시 = 화장품, 아모레퍼시픽·코스맥스

"니하오~ 환잉광린(어서오세요)." 지난 9월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요우커씨가 첫 여행지로 서울 명동을 찾았다. 유명 화장품거리에 도착하자 수많은 상인들이 요우커씨의 손을 잡고 홍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기초부터 색조까지 갖가지 화장품을 '싹쓸이'했다.

요우커씨가 화장품을 바구니에 담은 덕에 빛을 보는 수혜주는 한국콜마홀딩스, 한국화장품제조, 한국화장품, 한국코마, 코리아나, 코스맥스, 아모레퍼시픽 등이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장품은 소모품이어서 내구재와 달리 재구매시기가 짧고 '짝퉁' 등 대체수요가 존재하지 않아 기업가치에서 프리미엄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법인의 높은 매출 성장률과 면세점 내 중국인 구매비중 급증 등의 영향으로 최근 '200만원 황제주'에 등극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지난 20년간 직영화를 통해 브랜드를 알림으로써 중장기 성장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며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오후 2시 = 성형·피부미용, 산성앨엔에스·메디톡스

한식으로 점심을 든든하게 해결한 요우커씨가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일찌감치 예약해 둔 덕에 그녀도 '성형한류' 열풍에 동참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올 초 발간한 '중국인 성형 의료관광 환자 추이'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9년 791명에 그쳤던 중국인 성형 의료관광객은 2012년 9840명으로 3년 새 12배가 넘게 증가했다. 'K-드라마', 'K-팝'등이 불러온 한류스타 열풍으로 한국 성형외과에 대한 관심이 커진 탓이다.

이를 통해 주목받는 수혜주는 메디톡스와 산성앨엔에스. 백찬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인의 성형·피부미용을 위한 한국행 원정의료가 인기를 끌며 국내 유명 피부과와 성형외과 역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밝혔다.

오두균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디톡스와 관련해 "의료·미용성형시장 성장에 따른 꾸준한 실적증가를 기대한다"며 "국내 최초로 보톡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메디톡신'을 개발해 지난 2006년부터 판매 중이며 세계적으로 8개 회사만이 보툴리눔 독소 원료를 제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녁 6시 = 카지노, 파라다이스

쁘띠성형으로 단시간에 예뻐졌지만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 탓에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우울해진 그녀가 선택한 곳은 서울 근교에 있는 카지노장. 슬롯머신에 앉아 시간을 보낸 요우커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최근 들어 요우커씨처럼 한국의 카지노장을 찾는 중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득상승으로 레저욕구가 커짐과 동시에 비자 완화정책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증가를 바탕으로 올해 파라다이스를 찾은 중국인은 지난해와 비교해 6.14% 급증할 것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예상했다. 최민하 애널리스트는 "파라다이스는 지리적 강점과 적절한 타깃 마케팅을 통해 중국인 VIP 고객을 효과적으로 유치하고 있다"며 "중국인 VIP 방문자 수 증가로 실적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밤 11시 = 숙박, 호텔신라·파라다이스

'잭팟'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바쁜 일정으로 노곤해진 그녀가 숙소로 향했다. 한국말을 못하지만 호텔 내에서는 상관 없다. 중국관광객을 위한 맞춤형서비스가 준비된 덕이다.

이처럼 국내 호텔들이 중국관광객을 잡기 위해 친화적인 관광환경을 조성한 데 따라 숙박시설도 요우커 수혜주에 묶였다. 숙박을 겸영하는 파라다이스와 호텔신라 등이 이에 속한다. 특히 호텔신라는 지난 8월20일 52주 신고가를 쓰는 등 8월 이후로 강세를 기록 중이다. 숙박시설과 함께 면세사업을 겸하는 호텔신라가 레저·엔터업종 내 최대수혜자로 떠오르며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

김민정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호텔신라 주가에 실적상승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관광산업 지원 등을 감안하면 현 시점의 주가는 버블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 이튿날 오전 10시 = 밥솥, 쿠쿠전자·리홈쿠첸

요우커씨가 한국 땅을 밟은 지 어느덧 24시간. 이제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귀국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가 놓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부모님이 한국 가면 꼭 사오라 신신당부한 밥솥이다. 지난 1980년대 우리 국민들이 일본여행 후 이른바 '코끼리 밥솥'을 사오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듯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쿠쿠전자, 리홈쿠첸 등 한국 밥솥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인 방문객의 증가 추이와 한류에 힘입어 쿠쿠전자의 면세점 매출액은 2012년 928만달러에서 지난해 2005만달러로 껑충 뛰었다"며 "올해에도 100%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347호·제3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