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사진제공=뉴스1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사진제공=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움켜쥐었다. 10조5500억원이란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인수 경쟁자였던 국내 재계 1위 삼성을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들린다. 과연 땅값으로 10조 원 넘게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개발 이익 등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칫 현대차의 경쟁력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주식시장에서 현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입찰 참여 3개사의 주가는 7~9%가량 폭락했다.

하지만 현재 양재동 사옥의 상황과 향후 그룹 비전 등을 들여다보면 긍정적이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전부지 인수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만기 1년 미만의 단기금융상품은 6월말 현재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총 29조4856억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현금 및 현금성자산 6788억원, 단기금융상품 16조9769억원 등 17조6558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기아차 5조7276억원, 현대모비스 6조122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작년 6월말 24조3061억원에 비해 21.3% 늘어난 액수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거액의 인수전에 대비해 현금 비축량을 늘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정도라면 현대차그룹은 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에 내기로 돼 있는 한전부지 인수대금을 거뜬히 치를 수 있다. 조기에 대금을 다 치르고 소유권 이전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도 시장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룹의 현금 유동성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부지 매입 비용을 제외한 건립비 및 제반비용도 30여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간 순차 분산 투자할 예정이어서 사별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개발 이익을 올리기 위해 부지를 사들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통합사옥은 글로벌 톱 5위의 완성차로 올라선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와 글로벌 네트워크 관리를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면서 "향후 10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본 최고경영층의 구상과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과도한 낙찰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대차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강남 지역의 부동산값 상승률이 연평균 9~10% 이상"이라면서 "향후 10~20년 후를 감안할 때 삼성동 부지의 미래 가치는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매년 부담하는 임대료 등이 2400억 원을 넘어선다고 했다. 삼성동에 통합사옥을 지을 경우 연 8조 원의 재산 가치가 발생한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에 대해서도 현대차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일부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승자 저주'가 나왔지만, 현대차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재무건전성이나금조달 능력 등을 감안하고, 향후 미래 가치 등을 반영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