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요우커 600만 시대, 빅머니 잡아라
몰려오는 차이나머니 / 요우커로 북적이는 대한민국
차완용 기자
8,351
공유하기
편집자주
언제부터인지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들이 대한민국 곳곳을 활보하고 있다. 서울의 명동이나 남대문, 청계천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제주도는 '중국땅'이 아닌지 착각마저 든다. 요우커들과 함께 밀려드는 차이나머니는 한국경제엔 위기이자 기회다. 한반도 곳곳 발자취를 새기고 있는 요우커들을 <머니위크>가 따라가봤다.
서울 청계천광장은 중국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광장으로 바꿔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인관광객(요우커)들로 연일 북적인다. 서울 명동이나 동대문, 심지어 청와대 앞도 중국어가 더 많이 들려 과연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러한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00년대 초반 K팝과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은 어느새 우리나라의 한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않은 채 시끄럽게 떠들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이제는 국가적으로도 요우커가 없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요우커의 발걸음이 우리나라 관광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한국 러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들은 분명 '큰손'이었지만 사실 중국 대부호들의 방문은 미미했다. 요우커 대부분이 한류문화의 영향을 받았거나 가까운 지리적 여건 등이 작용한 방문이었던 탓에 '질'(대부호)보다는 '양'(방문객 숫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의 한·중관계 즉, 외교의 영향이 적지않게 작용했다.
◆ 본격적으로 요우커가 몰려온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이래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이후 한·중 양국관계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정치적으로는 차갑지만 경제교류는 뜨거운 '정냉경열'(政冷經熱)에서 정치와 경제교류 모두 활발한 '정열경열'(政熱經熱) 진입이 시작된 것. 이러한 관계 전환에 중국이 한층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자유주의적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기는 하지만 근본은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내놓는 정책이나 말 한마디에 주요 정부인사와 지자체,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콴시(관계·關係)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상 이들의 한국방문은 줄을 이을 수밖에 없다.
이를 방증하듯 인천아시안게임(9월19일~10월4일)과 중국 국경절 연휴(10월1~7일)를 맞아 사상 최대 규모의 요우커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국경절 연휴기간에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관광객은 1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8000명보다 35% 늘어날 전망이다. 그 덕분에 올해 누적 중국인관광객 수는 10월에 500만명을 넘어서고 연말에는 6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국가 관광객이 500만명을 돌파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 외교의 힘, 중국 지자체의 한국 러시
중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요우커만이 아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한국과 관계를 맺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각 지자체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중FTA(자유무역협정)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지자체 수장의 능력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각 지자체의 장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앙정부에서 임명한다. 정부의 정책에 얼마나 부합하게 운영되는지가 절대적 평가기준이다. 따라서 현재 중국 내 지자체들은 한국 지자체들과 연을 맺기를 원하고 국내 지자체 역시 관광이나 투자유치, 문화교류 등을 위해 중국 지자체와 교류하기를 고대한다.
이미 한·중 양국 지자체 간 교류는 세계 어느 나라의 관계에서도 보기 힘든 거미줄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중국 각 지자체와 맺은 자매(185건) 및 우호도시(327건) 관계는 모두 512건이다. 더 이상 상호교류가 필요 없어 보일 정도지만 중국의 많은 지자체들은 더욱 더 한국과 관계 맺기를 원하고 있다.
실제 중국 산둥성 북쪽 웨이하이(威海)시의 경우 이미 부산시·전남도·화성시와 우호교류를 맺었음에도 최근 인천시에 우호교류를 신청했다. 최근 취재 차 중국에서 만난 장후이 웨이하이시장은 "우리는 더 많은 한국 지자체와 교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변화
중국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에 한국을 향한 중국인의 시선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에서 만난 한 시민은 "예전엔 북한사람이 한국사람보다 더 좋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라며 중국인들의 인식변화를 대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인식변화는 한국방문으로 이어져 국내경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중국 유통업체 바오젠의 직원 1만1000여명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한기간 4일 동안 이들이 쓴 돈만 4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씀씀이는 한국의 관광수지 통계를 바꿔놓았다. 지난 7월 한국의 관광수입은 16억1590만달러(약 1조6500억원)였다. 역대 최고치다. 7월엔 한국인의 해외관광도 사상최대(18억237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관광수지 적자규모는 13년 만에 최저로 되레 줄었다. 중국관광객 덕분이다. 요우커는 올해 외국인관광객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3배 규모다.
한국을 향한 중국인들의 인식변화는 단순히 관광객 증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중국 부호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국내 부동산시장을 겨냥한 중국인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도다. 토지 점유현황은 지난 2009년 2만㎡에서 올 6월 기준 592만2000㎡로 급증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4억원에서 5807억원으로 무려 1450배나 증가했다.
◆ 중국 '빅 머니' 감당 못하는 한국
이처럼 중국 부호들의 빅 머니가 국내로 밀려오고 있지만, 문제는 '빛 좋은 개살구'로 내실을 챙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에서 '중국관광객 전용매장'을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중국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나 숙소는 물론 면세점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자신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국내투자를 통해 직접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중국인에게 한국은 가깝고 '싼맛'에 오는 'B급 관광지'였다. 재방문율에서 그 일면을 볼 수 있다.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우리나라 재방문율이 64.3%인데 비해 중국관광객은 29.7%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한해 500만명이 넘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요우커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과 연구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러한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00년대 초반 K팝과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은 어느새 우리나라의 한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않은 채 시끄럽게 떠들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이제는 국가적으로도 요우커가 없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요우커의 발걸음이 우리나라 관광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한국 러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들은 분명 '큰손'이었지만 사실 중국 대부호들의 방문은 미미했다. 요우커 대부분이 한류문화의 영향을 받았거나 가까운 지리적 여건 등이 작용한 방문이었던 탓에 '질'(대부호)보다는 '양'(방문객 숫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의 한·중관계 즉, 외교의 영향이 적지않게 작용했다.
![]() |
/사진=류승희 기자 |
◆ 본격적으로 요우커가 몰려온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이래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이후 한·중 양국관계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정치적으로는 차갑지만 경제교류는 뜨거운 '정냉경열'(政冷經熱)에서 정치와 경제교류 모두 활발한 '정열경열'(政熱經熱) 진입이 시작된 것. 이러한 관계 전환에 중국이 한층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자유주의적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기는 하지만 근본은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내놓는 정책이나 말 한마디에 주요 정부인사와 지자체,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콴시(관계·關係)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상 이들의 한국방문은 줄을 이을 수밖에 없다.
이를 방증하듯 인천아시안게임(9월19일~10월4일)과 중국 국경절 연휴(10월1~7일)를 맞아 사상 최대 규모의 요우커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국경절 연휴기간에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관광객은 1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8000명보다 35% 늘어날 전망이다. 그 덕분에 올해 누적 중국인관광객 수는 10월에 500만명을 넘어서고 연말에는 6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국가 관광객이 500만명을 돌파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 외교의 힘, 중국 지자체의 한국 러시
중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요우커만이 아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한국과 관계를 맺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각 지자체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중FTA(자유무역협정)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지자체 수장의 능력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각 지자체의 장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앙정부에서 임명한다. 정부의 정책에 얼마나 부합하게 운영되는지가 절대적 평가기준이다. 따라서 현재 중국 내 지자체들은 한국 지자체들과 연을 맺기를 원하고 국내 지자체 역시 관광이나 투자유치, 문화교류 등을 위해 중국 지자체와 교류하기를 고대한다.
이미 한·중 양국 지자체 간 교류는 세계 어느 나라의 관계에서도 보기 힘든 거미줄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중국 각 지자체와 맺은 자매(185건) 및 우호도시(327건) 관계는 모두 512건이다. 더 이상 상호교류가 필요 없어 보일 정도지만 중국의 많은 지자체들은 더욱 더 한국과 관계 맺기를 원하고 있다.
실제 중국 산둥성 북쪽 웨이하이(威海)시의 경우 이미 부산시·전남도·화성시와 우호교류를 맺었음에도 최근 인천시에 우호교류를 신청했다. 최근 취재 차 중국에서 만난 장후이 웨이하이시장은 "우리는 더 많은 한국 지자체와 교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변화
중국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에 한국을 향한 중국인의 시선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에서 만난 한 시민은 "예전엔 북한사람이 한국사람보다 더 좋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라며 중국인들의 인식변화를 대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인식변화는 한국방문으로 이어져 국내경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중국 유통업체 바오젠의 직원 1만1000여명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한기간 4일 동안 이들이 쓴 돈만 4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씀씀이는 한국의 관광수지 통계를 바꿔놓았다. 지난 7월 한국의 관광수입은 16억1590만달러(약 1조6500억원)였다. 역대 최고치다. 7월엔 한국인의 해외관광도 사상최대(18억237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관광수지 적자규모는 13년 만에 최저로 되레 줄었다. 중국관광객 덕분이다. 요우커는 올해 외국인관광객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3배 규모다.
한국을 향한 중국인들의 인식변화는 단순히 관광객 증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중국 부호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국내 부동산시장을 겨냥한 중국인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도다. 토지 점유현황은 지난 2009년 2만㎡에서 올 6월 기준 592만2000㎡로 급증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4억원에서 5807억원으로 무려 1450배나 증가했다.
◆ 중국 '빅 머니' 감당 못하는 한국
이처럼 중국 부호들의 빅 머니가 국내로 밀려오고 있지만, 문제는 '빛 좋은 개살구'로 내실을 챙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에서 '중국관광객 전용매장'을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중국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나 숙소는 물론 면세점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자신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국내투자를 통해 직접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중국인에게 한국은 가깝고 '싼맛'에 오는 'B급 관광지'였다. 재방문율에서 그 일면을 볼 수 있다.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우리나라 재방문율이 64.3%인데 비해 중국관광객은 29.7%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한해 500만명이 넘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요우커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과 연구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