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0일 이마트 김포공항점이 문을 닫은 날. 몇달 전만 해도 이곳은 인근 주민들에 국내외 관광객들까지 더해져 인산인해를 이뤘다. 할인상품이 동날까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쇼핑을 즐기는 이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구석구석 붙어 있는 중국어와 일본어 안내문은 외국인 관광객의 즐거운 쇼핑을 도왔다.

하지만 김포공항점은 이제 더 이상 고객을 맞이할 수 없게 됐다. 올해 추석 마지막 할인혜택을 고객들에게 안겨 주고 매장이 하나둘씩 빠져 나갔다. 김포공항점은 지난 9월30일 마지막 고객들을 맞이한 뒤 문을 닫은 채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003년 이마트의 국내 첫 교외형 쇼핑센터로 문을 연지 11년 만에 고객의 곁을 떠났다.

◆이마트 김포공항점 ‘추억 속으로’

“없으면 없었지 생겼다가 없어지면 허전합니다.”

이마트 김포공항점 폐점을 일주일 앞둔 날. 쇼핑을 즐기던 한 고객은 이같이 말했다. “주차장이 지상에 있어서 다른 대형마트보다 편리했다”며 이곳을 추억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이날 김포공항점을 찾은 고객들과 매장 직원들의 표정엔 하나같이 아쉬움이 가득했다. 한 매장 직원은 “10월이면 다른 지역 이마트 매장으로 출근한다”며 “모두 다른 매장으로 발령받았지만 이곳(김포공항점)에서의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점은 지리적 여건이 매우 좋다. 많은 인구와 인접 기반시설의 영향력이 크다. 서울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서울 강서구의 인구는 58만506명이다. 서울시 행정구 가운데 송파구와 노원구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게다가 김포공항은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0만명을 넘어선다.

김포공항점의 규모도 남다르다. 지난 2003년 1월 옛 김포공항청사에 매장면적 7000여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일반 매장의 2배에 달하는 크기다. 당시 김포공항점은 국내 처음으로 할인점(3600평)과 60여개 국내외 브랜드를 갖춘 전문 매장(3400평)이 함께 들어섰다. 취급하는 품목만 10만여종에 이르고 인테리어 전문점, 동물병원, 어린이 전용사진관, 게임룸, 식당 등이 한 공간에 있어 쇼핑뿐만 아니라 각종 오락과 서비스 시설도 이용할 수 있었다.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김포공항점의 입점 사실을 크게 반겼다.

하지만 결국 지난 9월10일 이마트 홈페이지에는 김포공항점이 9월30일까지만 영업을 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마트는 이 공지를 통해 “김포공항점을 아끼고 사랑해 주신 고객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이 사랑 절대 잊지 않겠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이마트, 김포공항서 볼 수 없게 된 사연

◆이마트가 꺼낸 대안 ‘김포한강점’

그렇다면 이마트 김포공항점이 사람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6월22일 이마트는 한국공항공사로부터 김포공항점 임대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이마트는 결국 김포공항점의 문을 닫기로 했다. 공항공사가 국제선 시설 확충 등을 위해 공항 부지 내에 들어선 상업시설 일부를 기반시설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 이 시설에는 김포공항을 찾는 내방객들을 위한 공간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 사무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마트는 그동안 여러 차례 계약 연장을 시도했지만 결국 폐점을 피하지 못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한 상권에 대형 쇼핑센터가 두곳(이마트·롯데몰)이나 있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로서는 황금알을 낳던 거위를 잃어버린 셈이다. 김포공항점은 문을 연 후 10년 가까이 지역상권을 독점하며 연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김포공항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포한강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난해 11월 착공해 오는 12월 개점 전에 준공될 예정이다. 개점에 앞서 정규직 직원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위치와 규모 면에서 김포공항점보다 뒤처지기 때문에 이마트가 잃어버린 공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포공항과 강화도 사이에 위치한 한강신도시에 들어서는 김포한강점은 현재 지하철이 개통되지 않았다. 지난 3월 김포공항-김포한강신도시가 착공에 들어갔으며 오는 2018년 말에 개통할 예정이다. 다시 말해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이곳을 찾으려면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주변에 한가람우미린, 자연앤이편한세상, 자연앤힐스테이트, 경남아너스빌 등의 아파트가 500m 내외 거리에 있어 인근 주민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규모 면에서도 기존 김포공항점과 차이를 보인다. 김포한강점의 연면적은 1만4911평(4만9292㎡)으로 김포공항점 1만7866평(5만9061㎡)보다 2955평(9769㎡)가량 규모가 작다. 물론 구체적인 매장면적이 나와야 알겠지만 한강신도시의 인구가 약 16만5000명이라는 점과 이후 한강신도시 개발이 더욱 확대될 것을 가정하더라도 김포공항점을 완벽히 대체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 김포공항서 볼 수 없게 된 사연

◆새로운 터줏대감 ‘롯데마트’

이마트의 자랑거리 김포공항점이 사라진 후 공항철도와 지하철 5호선, 9호선, 공항버스, 시내버스 등 뛰어난 접근성은 고스란히 롯데마트 품으로 돌아갔다. 사실 지난 2011년부터 이마트가 실적부진을 겪었던 것도 인근 롯데몰 김포공항점에 롯데마트가 들어서면서다. 매년 10%를 웃도는 신장률로 승승장구하며 매출 1000억원대를 유지했던 이마트 김포공항점의 매출은 지난해 960억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이마트 김포공항점 매장의 절반 규모인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은 9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실상 이마트의 참패다.

롯데마트가 있는 롯데몰 김포공항점 내에는 롯데백화점, 롯데시티호텔, 롯데시네마, 다양한 음식점 등이 있어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이상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다. 롯데마트 외에 다른 시설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이마트 김포공항점을 밀어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김포공항에서 물러났다”며 “그동안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수익을 양분했던 구조라면 이제 고객들은 롯데마트 쪽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은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더라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셈”이라며 “이마트 김포공항점이 문을 닫은 후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의 매출이 10~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