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명품 로고' 드러내면 촌놈
시크걸·쿨가이의 '시시콜콜' / (18) 노브랜드
이항영 MTN 전문위원·백선아 경제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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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항영 MTN 전문위원과 백선아 MTN 앵커가 만나 핫한 트렌드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센스 있게 흐름을 읽어주는 미녀 앵커와 시크하게 경제 포인트를 짚어주는 훈남 전문가가 경제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세상 흐름 속 숨어있는 경제이야기를 함께하시죠.
'브랜드가 죽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하이테크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지스 메케나(Regis McKenna)가 지난 2000년 경영잡지 <비즈니스(Business) 2.0>과의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다. 이른바 웹2.0시대를 살아가는 능동적 소비자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브랜드파워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14년 전에는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브랜드가치를 내세우며 승승장구한 케이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사과 로고'만 봐도 알아보는 애플의 경우 안드로이드 진영의 점유율이 80%를 넘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파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국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2분기 기준 애플 iOS 시장점유율은 11.9%로 하락세에 놓였지만 안드로이드는 84.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애플의 브랜드가치를 넘보는 브랜드는 아직 없다. 창조적이고 시장을 이끄는 등 잘 구축해놓은 브랜드이미지 덕분에 애플은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브랜드의 죽음', 사회적 트렌드
애플의 아이폰이라면 무조건 호감을 보이고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명품소비의 뒤편에는 브랜드보단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가 뜨고 있다. 일부 가방이나 자동차, IT제품 등은 고가의 브랜드제품을 선호하지만 평소 입고 다니는 옷이나 소품은 '노브랜드'(No Brand) 제품을 착용하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도 궤를 같이 한다. 개성을 중시하면서 레지스 메케나가 말한 '브랜드의 죽음'이 사회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소비자에게도 소비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명품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지만 자신만의 합리적인 소비에 만족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이 많아지면서 노브랜드가 꿈틀거리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경제력을 가진 골드미스가 늘었는데 이들은 명품의 구매력도 상당하지만 노브랜드의 개성도 추구한다. 사회적 획일성을 거부하며 패션이나 소품에 대한 선택도 과거의 기준을 받아들이기보단 자신만의 제품이나 개성을 중시한다. 이런 트렌드가 노브랜드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이미 노브랜드를 실현한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이 '무지'다. 영어로는 'MUJI', 한자로는 '무인양품'(無印良品)으로 표기하는데 무지는 브랜드가 아니라고 소개한다. 무지는 개성과 유행을 제품에 담지 않고 브랜드의 인기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철학을 가졌다. 불필요함을 철저하게 배제한 노디자인(No Design)에 디자인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와 디자인 등에서 거품을 최대한 빼 간결하게 만든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는 없지만 품질이 좋고 가격을 내린 제품을 내놓으려는 열풍은 각 유통업체의 PB(Private Brand)상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이마트의 '반값피자' 등은 전문업체의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돼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지만, PB상품에 대한 열풍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유통업체의 PB상품들은 수십년간 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해온 제조업체들을 위협하며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명품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명품 로고를 없앤 '로고리스'(Logoless) 브랜드의 매출이 치솟고 있다. 명품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점차 브랜드 로고를 노출해 과시하려는 욕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명품을 드러내는 것보다 '명품인 듯 명품 아닌 명품 같은 상품'이 뜨고 있다. 백화점에서 올해 명품브랜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제품에 로고 디자인을 활용한 루이비통, 구찌 등의 매출신장률은 5.0%에 그친 반면 로고 디자인을 활용하지 않는 에르메스, 보테가베네타 등의 매출성장률은 13.5%를 기록했다. 무려 두배가 넘는다. 이처럼 소비자의 선호도가 바뀜에 따라 명품브랜드들도 제품에서 로고를 없애고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하는 추세다.
◆브랜드 버리면 주식투자 기회 커진다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뜨는 제품이 있다. 바로 DIY(Do-it-yourself) 제품이다. 브랜드의 천편일률적인 제품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DIY 가방·가구·액세서리 등을 선호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각종 브랜드가 즐비하던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도 이젠 노브랜드 열풍이 불고 있다. 가죽가방을 디자인해주는 상점이 한 건물 건너 하나씩 생겼을 정도다. 주위에서도 비싼 브랜드보다는 질 좋은 가죽과 원하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느낀다.
사실 노브랜드마케팅은 현대 마케팅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마케팅협회는 브랜드를 '특정 공급자 혹은 공급자 집단의 제품 및 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상대의 제품 및 서비스로 사용하는 명칭·언어·디자인·상징 혹은 이들의 조합'이라고 규정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고품질=유명브랜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대 마케팅은 브랜드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브랜드가 차별화의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노브랜드로 대표되는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속돼 왔다. 그 시작은 프랑스의 하이퍼 마켓이었다. 하이퍼 마켓이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지역에서 급속하게 발달한 슈퍼마켓을 초대형화한 소매업태다. 기존의 슈퍼마켓보다 상품이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의미에서 슈퍼마켓보다 한수 위인 '하이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던 패션업계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었고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졌다. 어려운 경제 속에서 개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인의 입맛에 맞았던 것이 바로 노브랜드제품이었다. 대형브랜드의 획일적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개념의 노브랜드제품의 태동이 가능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제네릭상품'으로 불리며 시장을 넓혀나갔다.
미국이나 서구유럽의 사례를 보면 노브랜드 추세는 단지 패션이나 일부 제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먹거리·음료시장에서도 브랜드제품들이 수년째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브랜드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세계적으로 브랜드제품보다는 유기농이나 로컬제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것도 브랜드시대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취업 또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노브랜드시대의 진입은 기회요인임에 틀림없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비즈니스 기회가 훨씬 증가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도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컨대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올랐던 주식들은 대한민국 최고 브랜드인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업체가 아니다. 오히려 제네릭부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생산하면서 떠오르고 있는 중국기업들과 거래할 기회를 잡은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과거에 익숙한 브랜드에서 벗어날 때 주식투자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세계가 '사과 로고'만 봐도 알아보는 애플의 경우 안드로이드 진영의 점유율이 80%를 넘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파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국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2분기 기준 애플 iOS 시장점유율은 11.9%로 하락세에 놓였지만 안드로이드는 84.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애플의 브랜드가치를 넘보는 브랜드는 아직 없다. 창조적이고 시장을 이끄는 등 잘 구축해놓은 브랜드이미지 덕분에 애플은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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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죽음', 사회적 트렌드
애플의 아이폰이라면 무조건 호감을 보이고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명품소비의 뒤편에는 브랜드보단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가 뜨고 있다. 일부 가방이나 자동차, IT제품 등은 고가의 브랜드제품을 선호하지만 평소 입고 다니는 옷이나 소품은 '노브랜드'(No Brand) 제품을 착용하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도 궤를 같이 한다. 개성을 중시하면서 레지스 메케나가 말한 '브랜드의 죽음'이 사회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소비자에게도 소비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명품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지만 자신만의 합리적인 소비에 만족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이 많아지면서 노브랜드가 꿈틀거리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경제력을 가진 골드미스가 늘었는데 이들은 명품의 구매력도 상당하지만 노브랜드의 개성도 추구한다. 사회적 획일성을 거부하며 패션이나 소품에 대한 선택도 과거의 기준을 받아들이기보단 자신만의 제품이나 개성을 중시한다. 이런 트렌드가 노브랜드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이미 노브랜드를 실현한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이 '무지'다. 영어로는 'MUJI', 한자로는 '무인양품'(無印良品)으로 표기하는데 무지는 브랜드가 아니라고 소개한다. 무지는 개성과 유행을 제품에 담지 않고 브랜드의 인기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철학을 가졌다. 불필요함을 철저하게 배제한 노디자인(No Design)에 디자인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와 디자인 등에서 거품을 최대한 빼 간결하게 만든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는 없지만 품질이 좋고 가격을 내린 제품을 내놓으려는 열풍은 각 유통업체의 PB(Private Brand)상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이마트의 '반값피자' 등은 전문업체의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돼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지만, PB상품에 대한 열풍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유통업체의 PB상품들은 수십년간 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해온 제조업체들을 위협하며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명품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명품 로고를 없앤 '로고리스'(Logoless) 브랜드의 매출이 치솟고 있다. 명품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점차 브랜드 로고를 노출해 과시하려는 욕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명품을 드러내는 것보다 '명품인 듯 명품 아닌 명품 같은 상품'이 뜨고 있다. 백화점에서 올해 명품브랜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제품에 로고 디자인을 활용한 루이비통, 구찌 등의 매출신장률은 5.0%에 그친 반면 로고 디자인을 활용하지 않는 에르메스, 보테가베네타 등의 매출성장률은 13.5%를 기록했다. 무려 두배가 넘는다. 이처럼 소비자의 선호도가 바뀜에 따라 명품브랜드들도 제품에서 로고를 없애고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하는 추세다.
◆브랜드 버리면 주식투자 기회 커진다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뜨는 제품이 있다. 바로 DIY(Do-it-yourself) 제품이다. 브랜드의 천편일률적인 제품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DIY 가방·가구·액세서리 등을 선호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각종 브랜드가 즐비하던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도 이젠 노브랜드 열풍이 불고 있다. 가죽가방을 디자인해주는 상점이 한 건물 건너 하나씩 생겼을 정도다. 주위에서도 비싼 브랜드보다는 질 좋은 가죽과 원하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느낀다.
사실 노브랜드마케팅은 현대 마케팅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마케팅협회는 브랜드를 '특정 공급자 혹은 공급자 집단의 제품 및 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상대의 제품 및 서비스로 사용하는 명칭·언어·디자인·상징 혹은 이들의 조합'이라고 규정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고품질=유명브랜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대 마케팅은 브랜드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브랜드가 차별화의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노브랜드로 대표되는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속돼 왔다. 그 시작은 프랑스의 하이퍼 마켓이었다. 하이퍼 마켓이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지역에서 급속하게 발달한 슈퍼마켓을 초대형화한 소매업태다. 기존의 슈퍼마켓보다 상품이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의미에서 슈퍼마켓보다 한수 위인 '하이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던 패션업계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었고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졌다. 어려운 경제 속에서 개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인의 입맛에 맞았던 것이 바로 노브랜드제품이었다. 대형브랜드의 획일적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개념의 노브랜드제품의 태동이 가능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제네릭상품'으로 불리며 시장을 넓혀나갔다.
미국이나 서구유럽의 사례를 보면 노브랜드 추세는 단지 패션이나 일부 제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먹거리·음료시장에서도 브랜드제품들이 수년째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브랜드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세계적으로 브랜드제품보다는 유기농이나 로컬제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것도 브랜드시대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취업 또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노브랜드시대의 진입은 기회요인임에 틀림없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비즈니스 기회가 훨씬 증가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도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컨대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올랐던 주식들은 대한민국 최고 브랜드인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업체가 아니다. 오히려 제네릭부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생산하면서 떠오르고 있는 중국기업들과 거래할 기회를 잡은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과거에 익숙한 브랜드에서 벗어날 때 주식투자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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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영 MTN 전문위원·백선아 경제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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