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국인이라면 꼭 '소원' 비는 곳
송세진의 On the Road / 독일 베를린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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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포인트찰리와 벽박물관 |
베를린은 냉전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통일의 증거가 됐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유명 박물관보다 장벽의 흔적을 먼저 찾게 되는 것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여행자로서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체크포인트 찰리
이곳은 냉전시대의 최전방이었다. 1961년부터 1990년까지 사용된 베를린장벽의 검문소로, 원래 이름은 프리드리히슈타트 검문소였다. 간단히 ‘C’라고 불렀는데 이 때문에 ‘체크포인트 찰리’ (Checkpoint Charlie)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이곳을 통해 연합군과 외국인, 외교관, 여행객들이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드나들었고 주로 서독에서 동독으로 가는 연합군을 기록하고 체류지를 확인했다. 주변의 풍경은 동과 서가 달랐다고 한다.
동쪽 검문소는 막대와 콘크리트 장애물, 감시탑, 차량 수색을 위한 넓은 구역 등이 있었던 반면 서쪽에는 나무로 지은 단순한 부스만 하나 있었다. 어쨌든 이곳은 세계 역사에서 단 하나밖에 찾아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냉전시대의 스파이소설이나 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다. 같은 이유로 지금도 베를린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다.
1989년 11월9일, 드디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이와 함께 1990년 6월22일에 이 검문소도 철거됐고 지금은 그때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높이 올린 표지판에는 군인 사진 하나가 걸려있다.
동베를린 방향으로는 소련군의 얼굴이, 서베를린 방향으로는 미군의 얼굴이 보인다. 그 아래 작은 초소가 하나 있고 앞에는 영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그리고 독일어로 ‘당신은 미군 점령지역을 떠나고 있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에 내려 소련과 미국 군인 복장의 ‘알바생’과 사진을 찍는다. 여행의 기쁨과 들뜬 모습으로 언제나 시끌시끌하다. 직접 그들 사이로 뛰어들지 않더라도 한참 서서 이 광경을 구경하게 된다.
사실 체크포인트 찰리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은 바로 옆 맥도날드 창가 자리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맥도날드가 이곳에 자리할 것이라고 그 시대에 상상이나 했을까. 이제는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흥미로운 관광지가 됐지만 원래 이곳은 목숨을 걸고 벽을 넘는 탈출의 통로였다. 말 그대로 ‘포인트’ 라고 할 수 있는 이 작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인생이, 사연이, 소원이 있었을까. 독일은 세대가 바뀌기 전에 통일을 했으니 한편 부러운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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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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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된 베를린장벽 |
◆벽박물관과 벽
체크포인트 찰리 바로 옆에는 ‘체크포인트 찰리의 집’(Haus am Checkpoint Charlie)이 있다. 그러니까 ‘벽박물관’은 별명이다. 그런데 그 ‘벽’이라는 말이 실제로 베를린 장벽일 뿐 아니라 분단의 시대를 생생히 표현하는 듯해 더 와 닿는다. 이곳은 1962년 10월19일 인권운동가 라이너 박사가 방 2개짜리 작은 아파트를 얻어 문을 열었고 조금씩 공간을 넓혀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이 박물관의 핵심은 베를린장벽의 역사다. 수많은 사람들의 탈출시도, 총격, 장벽이 붕괴된 과정을 통해 분단시대의 아픔을 생생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실제로 이곳에 들어가보면 자료는 많은데 좁은 편이고 일반 박물관에 비해 관람도 불편하다. 화려한 시청각효과도 없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그 시대가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특히 동독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 탈출을 시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보고 있자면 처음엔 흥미롭다가 어느 순간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트렁크 두개를 붙여 그 안에 몸을 끼워 온 여자, 스피커에 몸을 구부려 온 여자, 땅굴을 통한 집단 탈출, 경비행기, 작은 잠수함, 기구, 수레, 그리고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기구들도 많다.
특히 아이를 대포 쏘듯이 담장 너머 허공으로 쏘아주는 기구도 있다. 성공이 불확실한 이런 방법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얼마나 자유가 절실하고, 사는 일이 힘들고 절박했으면 소중한 아이를 그렇게 무작정 쏘아 올렸을까. 먹먹해진 마음은 통일의 과정과 나머지 전시물을 둘러보는 내내 가라앉지 않는다.
벽박물관을 나와 길을 건너면 실제 남아있는 ‘벽’을 볼 수 있다. 체크포인트 찰리가 있는 프리드리히 거리에는 하얀색 선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분단선이다. 처음에는 철조망과 장애물 정도의 바리케이트가 있었지만 후에 높은 콩크리트벽이 세워졌고, 이게 바로 베를린 장벽이 됐다. 길이는 총 155km로 높이 3.6m, 넓이 1.2m 의 벽들을 연결한 형태다.
이곳에 전기장치를 해 놓은 펜스가 127.5km였고, 감시타워가 302개, 벙커가 20개 있었다. 베를린의 기념품점에서는 분단시대의 옛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벽을 사이에 둔 동독과 서독의 첨예한 모습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제 그 벽들은 허물어졌고, 일부만 남아 아트월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조각난 벽으로 냉장고 자석, 열쇠고리, 장식품 등 평화를 소망하는 기념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것이 진짜 베를린장벽임을 증명하는 보증서가 첨부된 것일 경우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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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덴부르크문 |
◆브란덴부르크문
브란덴부르크문 역시 ‘통일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독일 베를린의 중심가 파리저 광장에 있는데,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의 명령으로 1788년에서 1791년에 걸쳐 건축됐다. 6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이 웅장한 건축물은 초기 고전주의 양식으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정문인 프로필라이아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문 위에 올려진 ‘승리의 콰드리가’가 유명한데, 여신이 말 4마리가 끄는 마차를 탄 모습이다. 이 콰드리가도 독일의 역사와 함께 우여곡절을 겪었다. 원래 평화를 형상화 했던 이 조각품을 1806년에 프랑스의 나폴레옹에게 빼앗겼고, 이것을 되찾아 오는 과정에서 여신의 상징물인 올리브 나무관이 철 십자가로 대체됐다.
이것은 승리, 즉 독일의 막강한 군사력을 상징하게 됐다. 그래서 나치 시절에는 전쟁터로 향하는 군사들이 이 문을 지나는 모습을 영화로 촬영해 두곤 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폭격을 입었는데 다행히 전소되지는 않아서 1956년 재건축됐다. 전후 브란덴부르크문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면서 이 문은 동·서 베를린의 경계가 되고, 오히려 경색된 관계를 강조하는 상징이 됐다.
1989년 11월, 약 10만명의 인파가 이 문 앞에 모였고, 마침내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졌다. 브란덴부르크문은 다시 ‘열린 문’이 됐고 통일독일의 상징이 됐다. 이제 사람들은 문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특히 폭이 넓은 가운데 통로로는 자전거와 관광용 마차 등 바퀴 달린 것들이 경쾌하게 지나간다.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자들이 많다.
베를린은 자유롭고, 젊고, 매력적이다. 한번 가보면 주저앉아 몇달 살아보고 싶어질지 모른다. 젊은 예술인들의 성지이자 역사의 도시이고, 엄청난 고대박물관이 섬을 이루고 있다. 베를린이 이렇게 된 데는 통일 이후 이 도시를 의미있고 특별하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독일 정부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부러움과 시샘이 교차했다. 언젠가 우리나라의 파주와 고성이 이렇게 될 날이 오기를, 베를린장벽에 손을 얹고 기원해 본다.
● 여행 정보
☞ 한국에서 베를린 가는 법
한국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는 없다.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거나 여러 유럽 항공사의 경유편을 이용한다. 또 유럽이나 프랑크푸르트로 가서 다른 곳들을 여행하며 베를린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이때 가장 편리한 것은 기차다. 독일은 철도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대부분의 도시간 이동은 철도가 편하고 유레일과도 연결이 잘 된다. 다만 유레일패스와는 연동되지 않는다.
☞ 베를린에서 체크포인트 찰리 가는 법
지하철 U6 라인을 타고 Friedrichstraβe 역에서 하차
☞ 체크포인트 찰리 벽 박물관
입장료: 일반 €12.5 / 학생 €9.5 / 7~18세 학생 €6.5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10시
사이트: http://www.mauermuseum.de
☞ 베를린 여행정보
베를린 사이트: http://www.berlin.de
☞ 베를린 웰컴카드
베를린 시내 교통권과 여행지 입장권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무료입장 기념품 할인혜택, 우선입장 등 여행자에게 유리한 혜택을 제공한다. 기차역이나 여행안내 부스 등 베를린 시내에 구입처도 다양하다.
가격: 48시간 €18.5 / 72시간 €25.5 / 5일권 €32.5
www.berlin-welcomecard.de
< 숙소 >
에어비앤비(airbnb): 가입자 1000만명의 전세계 숙박공유사이트이다. 이를 통해 전세계 190개 국가의 독특한 숙소 중에 비교 선택을 할 수 있고, 현지 민박집 체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만큼 여행자의 솔직하고 적극적인 리뷰가 강점이다. 휴가철에는 집주인이 휴가를 떠나며 빈 집을 여행자에게 공유하기도 한다. 젊은 예술가의 천국인 베를린과 잘 어울리는 숙박 방법이 될 것이다.
☞ 한국에서 베를린 가는 법
한국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는 없다.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거나 여러 유럽 항공사의 경유편을 이용한다. 또 유럽이나 프랑크푸르트로 가서 다른 곳들을 여행하며 베를린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이때 가장 편리한 것은 기차다. 독일은 철도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대부분의 도시간 이동은 철도가 편하고 유레일과도 연결이 잘 된다. 다만 유레일패스와는 연동되지 않는다.
☞ 베를린에서 체크포인트 찰리 가는 법
지하철 U6 라인을 타고 Friedrichstraβe 역에서 하차
☞ 체크포인트 찰리 벽 박물관
입장료: 일반 €12.5 / 학생 €9.5 / 7~18세 학생 €6.5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10시
사이트: http://www.mauermuseum.de
☞ 베를린 여행정보
베를린 사이트: http://www.berlin.de
☞ 베를린 웰컴카드
베를린 시내 교통권과 여행지 입장권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무료입장 기념품 할인혜택, 우선입장 등 여행자에게 유리한 혜택을 제공한다. 기차역이나 여행안내 부스 등 베를린 시내에 구입처도 다양하다.
가격: 48시간 €18.5 / 72시간 €25.5 / 5일권 €32.5
www.berlin-welcomecard.de
< 숙소 >
에어비앤비(airbnb): 가입자 1000만명의 전세계 숙박공유사이트이다. 이를 통해 전세계 190개 국가의 독특한 숙소 중에 비교 선택을 할 수 있고, 현지 민박집 체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만큼 여행자의 솔직하고 적극적인 리뷰가 강점이다. 휴가철에는 집주인이 휴가를 떠나며 빈 집을 여행자에게 공유하기도 한다. 젊은 예술가의 천국인 베를린과 잘 어울리는 숙박 방법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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