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B금융 회장, 이젠 '연임'이다
창립 6주년, 회장 임기 3년.

원래대로라면 KB금융의 역대 회장은 2명 안팎이어야 한다. 하지만 벌써 4번째 회장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KB를 거쳐간 회장들은 모두 불명예 퇴진했다. 임기를 채운 인물은 단 한명에 불과하지만 그 역시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부 입김에 의해 CEO가 바뀌다 보니 흔하디 흔한 '연임'은 꿈도 꾸지 못한다. 때문에 KB 직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느 라인을 타야 하나'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데 급급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에 새로 내정된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KB의 고질병 같은 관치에서 한발 벗어난 인물이라는 점이다. 리더십은 물론 대내외 평판도 긍정적이다. KB국민은행 노조가 "관치에서 벗어난 역사적이 날"이라고 호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윤 내정자가 차기 회장으로 정식 선임된 후 KB를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에 따라 호평은 혹평으로 바뀔 수도 있다.

당장 눈 앞에 놓인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 KB금융은 그동안 수뇌부 갈등과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리딩뱅크의 위상이 무너진 건 이미 오래됐다. 따라서 윤 내정자는 와해된 조직을 추스르고 밑바닥으로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또한 점점 하락하는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토고납신. 묵은 것을 토해내고 새 것을 들인다는 뜻이다. 윤 내정자는 KB 앞에 따라붙는 부정적 수식어를 토해내고 새로운 긍정적 수식어로 바꿔야 한다. 물론 어떻게 추진할지는 온전히 그의 몫이다.

법고창신. 옛 법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현재 KB는 법고창신보단 토고납신이 더 요구된다. 버릴 것은 확실히 버리고 새로운 문화를 장착하는 것. 그것만이 KB가 오래된 내홍을 극복하는 길일 것이다. 윤 내정자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 경영전략과 리더십으로 법고창신의 기틀을 새로 구축한다면 KB는 물론 윤 내정자의 명예도 드높일 수 있다.

다소 이르긴 하지만 윤 내정자가 두터운 신망을 계속 이어가 3년 후 첫 연임이라는 테이프를 끊으면 어떨까. KB금융 사상 첫 장기 CEO의 문화를 만든다면 이것이야말로 KB는 물론 주주와 고객 모두가 원하는 법고창신이 아닐는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