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의 잘못된 선택?
스페셜 리포트 (하) / 미국 양적완화 종료, 그 후
정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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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대외 리스크가 커졌다. 이 점을 감안해 경제동향 점검과 리스크 관리에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 결정을 시장 예상보다 빨리했다. 금융시장 여파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경제의 두축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월3일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으로 커진 대외 불확실성에 한목소리로 위기감을 드러냈다. 두사람은 일본은행(BOJ)의 결정이 급작스럽다는 데 동의했고 이 결정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특히 엔저의 여파가 환율에 미칠 흐름을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이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미 지난 8월과 10월의 기준금리 인하로 2.25%까지 내려갔지만 11월 초부터 1%대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가 국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재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 틈새에 낀 한국은 경제정책을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경환 부총리의 지휘 하에 이뤄지고 있는 '한국형 양적완화정책'의 방향성을 진단했다.
◆세나라의 양적완화, '초이노믹스'의 실패?
양적완화(QE). 최근 글로벌경제를 지배하는 이 용어는 초저금리 상태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을 의미한다. 국채나 다양한 금융자산의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지난 2001년 일본은행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초 도입한 뒤 미국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 세차례의 양적완화를 진행했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미국의 세번째 양적완화(QE3)는 지난달 23일 종료됐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인 같은달 31일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를 진행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사실상의 양적완화가 진행 중이다.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은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과 방향성을 같이 한다. 그는 취임 후 내수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정책방향으로 잡고 '41조원+α'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대책을 세웠다. 또 내년 예산안도 올해보다 5.7% 늘리는 등 한국형 양적완화에 해당하는 팽창정책을 내놨다. 이와 함께 한은이 초이노믹스에 화답하듯 지난 8월과 10월 두번의 기준금리 추가인하로 돈풀기에 나서 한국형 양적완화정책의 기세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초이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이 극대화되는 모양새다. 3분기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은 0.9%로 4분기 연속 0%대에 그쳤고 실물경제지표인 산업생산도 마이너스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소매판매도 감소세를 보이는 등 한국의 경제지표들이 좋지 못한 성적을 보이자 국회에서도 해당 정책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것.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 사설을 통해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마찬가지로 정부 지출 확대를 꾀하는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며 "(이 정책이) 한국을 세계 경기둔화에 취약하게 만든 정부의 개입일 뿐"이라고 낮게 평가했다. 이 같은 일각의 혹평에 최 부총리는 "초이노믹스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더 갖고 기다려달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으나 현재 시장은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기준금리와 환율, 올 연말 최대관심사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정책 사이에 낀 한국은 기준금리와 환율 측면에서 시급한 변화를 주문받고 있다. 엔저여파로 수출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정책이 한국경제와 금융시장에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원·엔 환율 하락 압력을 부추길 것"이라며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로 국내 통화당국에는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추가인하 조치는 내년 1분기에나 이뤄질 것으로 봤으나 일본은행의 결정으로 예상시기보다 적어도 1~2개월가량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이번 11월부터 1%대 기준금리에 대한 가격책정(프라이싱)이 채권시장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지난 10월 두번째 기준금리 인하 당시 금융통화위원회가 위축된 경기 탓에 1%대 기준금리 진입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기대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재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 의견에 동조하며 "엔화 대비 원화강세를 막고 낮은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은이 이른 시일 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기준금리의 25bp 추가인하는 11월이 아닌 12월이나 내년 초에 이뤄질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20엔에 다가서고 세수부족에 따른 재정지원의 부족으로 경제회복세가 둔화될 때 인하조치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엔화약세 가속화에 대응키 위해 추가 금리인하 논의 등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관련국들의 공조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은이 올해 안에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미 두차례 추가 인하했던 만큼 금리동결로 무게가 쏠린다는 것. 최승용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한은의 금리인하를 기대하지만 금리인하가 초래할 부작용이 만만찮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를 더욱 늘릴 수 있고 금리인하 시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선택은 두 수장의 몫으로 남았다. 8월과 10월의 그날처럼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발을 맞출지 시장의 관심이 올 연말 금통위를 향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 결정을 시장 예상보다 빨리했다. 금융시장 여파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경제의 두축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월3일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으로 커진 대외 불확실성에 한목소리로 위기감을 드러냈다. 두사람은 일본은행(BOJ)의 결정이 급작스럽다는 데 동의했고 이 결정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특히 엔저의 여파가 환율에 미칠 흐름을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이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미 지난 8월과 10월의 기준금리 인하로 2.25%까지 내려갔지만 11월 초부터 1%대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가 국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재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 틈새에 낀 한국은 경제정책을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경환 부총리의 지휘 하에 이뤄지고 있는 '한국형 양적완화정책'의 방향성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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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
◆세나라의 양적완화, '초이노믹스'의 실패?
양적완화(QE). 최근 글로벌경제를 지배하는 이 용어는 초저금리 상태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을 의미한다. 국채나 다양한 금융자산의 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지난 2001년 일본은행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초 도입한 뒤 미국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 세차례의 양적완화를 진행했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미국의 세번째 양적완화(QE3)는 지난달 23일 종료됐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인 같은달 31일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를 진행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사실상의 양적완화가 진행 중이다.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은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과 방향성을 같이 한다. 그는 취임 후 내수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정책방향으로 잡고 '41조원+α'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대책을 세웠다. 또 내년 예산안도 올해보다 5.7% 늘리는 등 한국형 양적완화에 해당하는 팽창정책을 내놨다. 이와 함께 한은이 초이노믹스에 화답하듯 지난 8월과 10월 두번의 기준금리 추가인하로 돈풀기에 나서 한국형 양적완화정책의 기세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초이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이 극대화되는 모양새다. 3분기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은 0.9%로 4분기 연속 0%대에 그쳤고 실물경제지표인 산업생산도 마이너스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소매판매도 감소세를 보이는 등 한국의 경제지표들이 좋지 못한 성적을 보이자 국회에서도 해당 정책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것.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 사설을 통해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마찬가지로 정부 지출 확대를 꾀하는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며 "(이 정책이) 한국을 세계 경기둔화에 취약하게 만든 정부의 개입일 뿐"이라고 낮게 평가했다. 이 같은 일각의 혹평에 최 부총리는 "초이노믹스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더 갖고 기다려달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으나 현재 시장은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기준금리와 환율, 올 연말 최대관심사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정책 사이에 낀 한국은 기준금리와 환율 측면에서 시급한 변화를 주문받고 있다. 엔저여파로 수출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정책이 한국경제와 금융시장에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원·엔 환율 하락 압력을 부추길 것"이라며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로 국내 통화당국에는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추가인하 조치는 내년 1분기에나 이뤄질 것으로 봤으나 일본은행의 결정으로 예상시기보다 적어도 1~2개월가량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이번 11월부터 1%대 기준금리에 대한 가격책정(프라이싱)이 채권시장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지난 10월 두번째 기준금리 인하 당시 금융통화위원회가 위축된 경기 탓에 1%대 기준금리 진입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기대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재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 의견에 동조하며 "엔화 대비 원화강세를 막고 낮은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은이 이른 시일 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기준금리의 25bp 추가인하는 11월이 아닌 12월이나 내년 초에 이뤄질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20엔에 다가서고 세수부족에 따른 재정지원의 부족으로 경제회복세가 둔화될 때 인하조치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엔화약세 가속화에 대응키 위해 추가 금리인하 논의 등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관련국들의 공조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은이 올해 안에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미 두차례 추가 인하했던 만큼 금리동결로 무게가 쏠린다는 것. 최승용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한은의 금리인하를 기대하지만 금리인하가 초래할 부작용이 만만찮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를 더욱 늘릴 수 있고 금리인하 시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선택은 두 수장의 몫으로 남았다. 8월과 10월의 그날처럼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발을 맞출지 시장의 관심이 올 연말 금통위를 향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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