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드라이브] 나희경 “삼바 아니, 보사노바를 아시나요?”


대한민국의 반대편, 브라질로 떠난 그녀가 최고의 보사노바 뮤지션이 되어 돌아왔다. 2010년 12월 싱어송라이터 나희경은 낭만적인 음악 ‘보사노바’를 배우기 위해 브라질로 떠났다. 그리고 5개월 후, 그녀는 세계 최고의 브라질 보사노바 뮤지션들과 함께 공연을 하면서 ‘나희경’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보사노바’는 1958년 브라질에서 삼바와 모던 재즈가 결합해 발달한 새로운 포퓰러 음악 장르로, 열정적인 삼바 리듬에 건조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가미한 매력적인 음악이다.



나희경은 보사노바의 전설로 불리는 호베르토 메네스칼과 함께 작업하며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새로운 보사노바를 탄생시켰다. 지난 2011년에는 브라질 최고의 연주자들이 참여한 보싸다방 싱글 ‘여행의 시작’과 1집 ‘Heena’를 연이어 발표했고, 가장 최근인 2014년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싱글 앨범을 내놨다.



한국의 ‘한’과 브라질의 깊은 그리움 ‘사우다지’ 사이의 묘한 감성을 ‘보사노바’의 깊은 선율로 대중들에게 전하는 그녀, 나희경을 직접 만나 ‘보사노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디드라이브] 나희경 “삼바 아니, 보사노바를 아시나요?”


▶인디드라이브 : 모든 계절에 어울리는 ‘보사노바’. 나희경에게 보사노바는 어떤 계절인가?



개인적으로 봄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다들 봄에 두근댄다고 하더라. 나 또한 기분이 술렁거린다. 실제로 인체의 신비에서 여성은 봄에 더 마음이 일렁인다고 한다. 특히 ‘보사노바’를 작업할 때마다 봄의 설렘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 기쁜 음악이든, 슬픈 음악이든 그런 설렘을 즐긴다.



▶인디드라이브 :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마이크를 잡았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직업을 갖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만, 음악을 만드는 직업, 즉 작곡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사 집을 만들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드럼과 기타, 피아노 등 그 곡에 들어갈 악기들을 배웠다. 보사노바에 끌린 이유는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컴뮤직’이란 서적에서 ‘보사노바’에 대한 가수 윤상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부터다. 편안한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유독 라틴계 리듬에 끌려서 98년도에 ‘보사노바’로 처녀작을 완성했다.



▶인디드라이브 : 보사노바의 나라 ‘브라질’로 갔다. 처음에 두렵지 않았나?



처음 브라질에 갔을 때는 목표로 하는 것이 워낙 뚜렷해서 두렵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어떤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되는 그런 것이라고나 할까. 용기라는 말도 의미가 되지 않았다. 그냥 간 것이다. 그런데 브라질에서 점점 생활하다보니 브라질 사회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알게 되면서 포옹력도 생기는 반면, 두려움도 생기기 시작했다.



▶인디드라이브 : 나희경이 좋아하는 뮤지션과 뮤즈는?



브라질 기타리스트 조앙 질베르토(Joo Gilberto)를 좋아한다. 그의 음악을 듣고 나서 브라질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그의 음악을 듣는다. 그 외에도 레닌(Lenine), 엠피비(MPB), 셀소 폰세카(Celso Fonseca) 등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한국 뮤지션 중에서는 친한 친구이기도 한 재즈 가수 ‘말로’가 있다.


[인디드라이브] 나희경 “삼바 아니, 보사노바를 아시나요?”


▶인디드라이브 : 몽롱한 시간에 영감을 받는다?



새벽 4시에 가장 많이 영감을 받는다. 그래서 밤 12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잠들지 못하면 아침 6시까지 깨어있다. 주변이 제일 조용할 때이기도 하고, 정적 속에서 영감이 많이 생기는 편이다. 가끔 음악을 들을 때 가사가 절로 써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뮤지션의 공연을 볼 때도 갑자기 시상이 떠오른다. 가사를 쓸 만한 텍스트나 워드가 생각나면 ‘내가 이 사람에게 많이 감명을 받았구나’라고 생각한다.



▶인디드라이브 : 음악 말고 취미생활,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법은?



공간, 집, 목재에 관심이 많다. 우리 집의 침대와 책상 같은 가구는 내가 만들었다. 이제는 확장해서 공간 자체를 만들고 싶다. 요즘은 생태 건축 방법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흙을 쌓아서 만드는 집에 관심이 가서 한참을 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작은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만약 ‘내가 오늘 반나절의 시간밖에 없지만 무언가 새로운 마음을 갖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여행의 프레임’을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매일 가는 정류장으로 가서 아무 버스나 타고 내리고 싶은 곳 아무데서나 내린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과는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인디드라이브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가장 최근에 한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그 때 느꼈던 감정이 가장 가깝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또 2집 쇼케이스를 한국에서 했었을 때 감흥이 새로웠다. 가장 의미 있었던 공연은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단독공연을 했을 때인데 그 덕분에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공연을 하고나면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연주를 같이 해주시는 훌륭한 뮤지션들과 기획자들, 엔지니어들이 함께 공연을 만드는 것이 정말 뜻 깊다. 내가 ‘이런 분들의 도움 덕분에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인디드라이브 : 나희경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소리들끼리 부딪힐 때가 좋다. 녹음할 때에는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뛴다. 노래하는 것은 행복하고, 편안한 순간이다. 매 순간 행복을 느끼는 성인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소소한 삶에서 ‘희노애락’을 느끼고 싶고, 사람들이 나를 ‘희’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사진=나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