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드라이브 할 때, 혹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듣기 좋은 감성적인 인디 노래들을 소개한다. 각자의 개성 뚜렷한 음악들로 두터운 마니아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인디 음악인들을 만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인디의 고충과 음악 이야기들을 전한다.

[인디드라이브] 피터팬 컴플렉스, 런던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다


'천방지축' 소년 같은 모습으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재미를 선사하는 연예인 이광수를 보면 '피터팬 컴플렉스'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성년이 되어도 어린 아이 같이 사춘기 증상을 보이는 '어른아이'말이다.



재미있게도 신스팝 밴드그룹 '피터팬 컴플렉스'의 보컬 전지한은 이광수를 닮았다. 이 때문인가. 피터팬 컴플렉스는 이광수를 그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시키기 위해 섭외 중이란다.



이번 인디드라이브에서는 피터팬 컴플렉스를 만났다. 기자가 만난 피터팬 컴플렉스는 영락없는 '어른아이'였다. 보컬 전지한은 인터뷰 내내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우스우면서도 그들의 음악이 이런 천진난만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피터팬 컴플렉스의 노래를 들으면 베테랑, 프로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피터팬 컴플렉스는 보컬 전지한과 여성드러머 김경인, 기타리스트 이치원으로 구성됐다. 2001년 데뷔 이래 10년 넘은 장수밴드이기도 한 이 그룹은 계속해서 음악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 지난 2012년 '탑밴드2'에 출연해 팬층을 더욱 넓혔다.



올해 2월과 5월에는 영국의 가장 큰 음악 페스티벌인 '리버풀사운드시티'에 정식 초정돼 두 차례 영국 투어를 진행하며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영국 락밴드 '라디오헤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You Know I Love You'(2004)는 10년 만에 '런던행'이라는 디지털 싱글을 통해 재발표됐다.


[인디드라이브] 피터팬 컴플렉스, 런던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다


▶인디드라이브 : 피터팬 증후군, 노래에서 사춘기 같은 느낌이 묻어난다



(전지한) 사춘기가 아닌 음악이 있을까. 피터팬 컴플렉스의 과거 음악들은 깊은 사춘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편안한 음악을 하고 싶어 4집부터 방향 선회를 했다. 이번에 새롭게 만든 음악들은 철학적인 내용이 세밀하게 담겨있지만 여전히 사춘기적인 요소가 남아 있다. 또한 그 당대의 20대, 즉 새롭게 올라오는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함도 있다. 우리의 음악은 그 시점부터 사춘기적인 요소가 시작된다고 느낀다.


먹고 살만해진 세상에 생존을 위한 관심보다는 다른 외적인 것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웃음) 그 관심이 더욱 젊게 살고자 하는 '심리적 증후군'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는 우리 팀 이름이 자랑스럽다.



▶인디드라이브 : 2004년의 'You Know I Love You'는 날카로웠던 반면, 2014년에는 부드러워졌다



(김경인) 그간 정리의 일환이기도 했고, 빠른 시일 내에 베스트 음반을 내보려고 한다. 우리 작업실에서 지금의 정서 그대로, 지금의 소리로 다시 해보고 싶었다. 최근에 좋은 기회로 영국에서 마스터링을 했고, 이런 것들이 또 다른 변화의 기점이라고 생각한다.



▶인디드라이브 : 자극을 얻는 방법에서부터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전지한) 늘 삶 속에서 자극을 받는다. 영화, 음악, 인간관계, 또는 주말에 술을 마시는 것 등 일상적인 생활에서 영감을 받는다. 최근에는 경인 씨가 작사를 많이 하고 있고 내 목소리에 맞춰 다시 작업한다.



(김경인) 전지한 씨가 피터팬 컴플렉스 노래의 전반적인 기본 틀을 많이 준비한다. 요즘은 아이폰으로 즉흥적인 녹음을 하기 때문에 이후에 우리끼리 모여서 합주를 해서 맞춘다.



▶인디드라이브 : 피터팬 컴플렉스는 무려 10년이 넘은 장수밴드다



(전지한) 음악이 목적인 삶이 아니라 책도 쓰고, 프로그래밍도 하고 오히려 즐기면서 하다 보니 편안하게 하고 있다. 음악과 경제적인 부분을 결부시키면 촌스러워진다. 중요하긴 하지만 음악은 음악, 경제는 경제, 두 가지 중 하나가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어쨌든 나는 먹고 살만 하다. 결론은 후배들이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살길 바란다.



(이치언) 집안사정에 따라 다르다. (웃음)



(김경인) 밴드의 존재에 큰 목적성을 두지 않아서 오래간다. 뭐든지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며 지나온 10년이었다.


[인디드라이브] 피터팬 컴플렉스, 런던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다


▶인디드라이브 : 2012년 '탑밴드2' 당시 김경인이 임신을 했다고 밝혔다



(김경인) 아이는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치원 씨도 아이가 있는데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세상에 부모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육아가 쉽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다. 워낙 아기가 조용해서 일정에 차질 없이 잘 도와주고 있다. 나중에 크면 노래를 시키고 싶다. 하지만 드럼을 하고 싶다고 해도 반대할 생각은 없다.



(이치원)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악기를 다룬다고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 20가지 정도는 해야 한다. 예전처럼 장인으로 거듭나야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요리, 음악, 운동 등등 멀티태스킹이 돼야한다. 강제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인디드라이브 : 전지한의 춤사위가 독특하다



(전지한) 춤은 어렵지 않다. 당신의 삶 속에서 벗어난 여러 가지 행동들이다. 아이돌 가수의 춤처럼 노력을 통해서 장인처럼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춤은 필요한 만큼의 행동을 벗어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글을 적고,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내려오고 등의 필요한 만큼의 행동이 있다. 기괴할 수도 있지만 그런 춤은 삶 속에서 꼭 필요하다.



▶인디드라이브 : 서강대학교 철학 학사 출신 이치원,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이치원) 철학 학사라고 해서 대학 시절의 연장선은 아니다. 철학보다도 요즘 다시 인문학이 인기가 있다. 하지만 인문학은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이다.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지한) 치원 씨는 이렇게 얘기하지만 늘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닌다. 책을 많이 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정반대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인생은 선택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으면 책이라도 봐야한다. 피터팬 컴플렉스의 과거 2집에는 철학적인 요소를 음악으로 많이 녹여 내려고 했었다. 4집이 넘어가면서부터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경험을 주로 많이 사용했다.



▶인디드라이브 : 피터팬 컴플렉스, 한국의 라디오헤드라고 불리다



(전지한) 2012년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에 라디오헤드가 내한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 라디오헤드의 가장 유명한 곡 'Creep'을 듣고 싶어 했지만 결국 부르지 않았다. 우리가 라디오헤드 바로 다음 팀이였기 때문에 첫 곡으로 'Creep'을 선사했다. 그래서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Creep'을 부른 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웃음)



▶인디드라이브 : 피터팬 콤플렉스, 변화 속에서 대중과 호흡하다



(전지한) 음악적 방향뿐 아니라 시대도 변화한다. 여기서 대중이라 하면 가장 뜨겁고 좋은 시대인 20대를 포함한 대중이다.



(김경인) 나는 30대가 좋다.(웃음) 밴드너들이 나이가 들면 팬들도 함께 나이가 들어간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밴드들이 많지 않다. 언제까지 공연을 할지 모르겠지만 20대든, 30대든 변하지 않고 꾸준히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루비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