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이다. 금융전문가들이 최근 1000조원대로 치달은 가계부채를 위태롭게 지켜보고 있다.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한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어서다.

올해 2.0%까지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현재는 초저금리시대를 걷고 있지만 내년,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양적완화(QE)정책 종료에 발맞춰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낮은 대출이자에 '이때다'하고 대출규모를 늘려온 서민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간 늘려온 가계대출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2015년, 당신의 부채는 안녕할 것인가.
 
[커버스토리] '지금'이 빚더미 줄일 기회다

 
저금리기조, 가계부채 키웠나

"하반기 금융규제 완화 및 부동산 부양정책으로 한국경제는 가계부채의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고 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1월17일 '1000조원대 가계부채'를 시한폭탄으로 정의하며 "한국 가계의 채무압박이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지난 2007년 미국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심각성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가계부채를 향한 이 같은 우려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00조원대 가계부채 탓이다. 한은이 지난 8월 발표한 '2014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은 1040조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2분기 동안 18조6000억원이 불어난 것이다.

가계신용은 은행, 대부사업자, 보험사 등의 가계대출 외에 카드사의 판매신용까지 포함한 가계 빚 지표다. 판매신용을 제외한 순수한 가계대출만 놓고 봐도 2분기 가계대출의 규모는 982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 분기에 비해 14조8000억원 증가한 셈.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두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도 가계대출을 키웠다. 기준금리가 인하된 지난 8월과 10월에 가계대출의 규모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전달보다 4조6000억원이 증가했으며 10월에는 6조9000억원으로 한달 새 3조2000억원이 불었다.

한은 측은 "현재의 낮은 금리수준 등이 가계대출을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가계부채는 1년간 0.24%포인트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원리금상환이 부담스러운 과다채무자들이다. 금융부채를 부담한 가구 중 '원리금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전체가구의 71.8%에 달했으며 이들 중 원금상환 및 이자지급의 부담으로 저축과 투자지출을 줄인 가구는 79.5%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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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시간문제, 가계부채 상환불능 '위험'

문제는 내년 추가금리 인상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리금상환의 부담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지난 10월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내년 하반기 전세계적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금리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시점보다 앞선 내년 상반기부터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소 측은 "미국의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될 경우 국내 시장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준금리 또한 미국 정책금리 인상 예정이 부담으로 작용돼 금리상승을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대출도 (국내 정책당국의) 추가 금리인하 고려 시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며 "현재의 기준금리는 역사적 저점 수준에 위치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시장의 금리인하 요구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 전인 지금이 가계대출을 줄일 때라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가계부채는 저금리 상황에선 문제가 없지만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저금리에서는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이자비중이 감소하는 반면 기준금리 인상 시에는 인상폭이 높진 않아도 이자비중이 커져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현재 2% 수준의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예로 들며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저금리기조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겠다는 이들이 늘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은행 영업점으로 대출을 받아 주식형펀드나 직접투자를 하면 어떠냐는 문의가 온다"며 "대출금리가 많이 내려갔다고 해서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거나 다른 투자를 도모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 현대지점장 또한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금리가 0.5%포인트 올랐을 때 5조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소비감소의 효과를 가져와 가계는 물론 국부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빚을 내는 가구들이 늘면서 가계부채 한계치에 도달한 가정이 상당수"라며 "이들 중 하위 30%의 가계는 금리상승으로 가계부채 상환불능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일부는 파산의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리인상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의 뜻과 관계없이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리스크에 단계별로 대응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미리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은 "당장 기준금리 인상이 되진 않더라도 반드시 금리인상은 올 것"이라며 "그때 되면 대출금리가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금리인상 전에 미리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대출이 과도하다 생각되는 금융소비자들은 예금과 펀드에 투자하지 말고 대출부터 갚는 게 한발 빠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출금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카드론·현금서비스·마이너스통장 등 고금리 대출부터 갚기 ▲고금리의 마이너스통장은 한도를 반 이상 줄이기 ▲1만~50만원선의 추가수입을 만들어 가계대출 최소화하기 등을 제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