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상하이·홍콩 증권거래소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을 출범한 데 이어 위안화 해외투자 빗장을 해제하는 등 자본시장 개방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를 굳힌 중국이 금융 분야에서도 '세계 자본의 본산'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용트림을 시작했다는 평가다.


 

[특파원 리포트] 후강퉁, 글로벌 자금 '블랙홀' 될까

◇후강퉁, 글로벌 자금 빨아들이는 블랙홀 되나

지난 1990년 상하이증권거래소 개장 이후 24년 만에 중국 증시의 본격적인 개방으로 평가되는 후강퉁이 지난 11월17일 개장됐다. 예상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 그동안 중국 내국인 전용투자주식으로 묶여있던 A주 유망종목을 싹쓸이 했다. 개장 10분 만에 일일투자한도 130억위안(한화 2조3236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60억위안이 소진됐고 마감을 앞두고 한도를 모두 채웠다.

후강퉁 열기에도 불구하고 이날 중국 증시는 약세로 마감했다. 후강퉁 효과로 주가가 상승한 데 따른 차익매물이 나오면서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가 각각 0.19%, 1.21% 하락했다. 리샤오자 홍콩증권거래소 총재는 "후강퉁 개통 직후 단기적 흐름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순조로운 거래"라고 말했다.

중국은 상하이 증시 개장 이후 상장 주식을 내국인 전용인 A주와 외국인도 거래할 수 있는 B주로 나눠 외국인의 거래를 제한했다. 중국본토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은 적격투자자(QFII) 자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후강퉁 개시로 적격투자자 자격이 없는 외국인도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됐다. 대상은 중국 A주 중 우량주 568개 종목으로 상하이증시 시가총액의 90%를 차지해 사실상 중국 증시 투자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중국은 후강퉁을 통해 후진적인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자금 유입을 통한 증시 영향력 확대, 위안화 국제화 등을 노리고 있다. 저평가된 중국 A주의 기업가치 상승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A주 투자자에게 향후 3년간 자본이득세 면제라는 선물까지 제공했다.

이와 관련, 루이인증권(瑞銀證券)은 후강퉁 실시 이후 1년간 A증시에 유입될 글로벌 자금을 5500억 위안(한화 99조 원)으로 추산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지수 편입이 실현될 경우 A주 자금 유입액이 8000억~1조2000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리샤오자 총재는 "후강퉁 시행으로 전 세계 자본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상하이가 국제 금융허브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후강퉁에 이어 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 상하이증시와 싱가포르증시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신퉁 등도 뒤따를 전망이어서 중국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글로벌 자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 등의 자본시장 개방 조치가 이어질 경우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주식시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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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해외투자 빗장 풀어…위안화 국제화가 궁긍적 목표

후강퉁 시행으로 자본시장을 개방한 중국은 해외투자 제한도 과감하게 풀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1월17일 '위안화 적격국내기관투자자(RQDII) 해외증권투자 통지'를 통해 중국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거나 모집한 위안화 자금의 해외투자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기관의 해외투자 제한은 이미 지난 2006년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 제도를 통해 풀렸다. 하지만 RQDII는 위안화로 해외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QDII는 각 기관에 쿼터를 부여해 투자한도를 제한하고 있지만 RQDII는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투자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RQDII 시행으로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을 통해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해외 금융상품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적격국내개인투자자(QDRI)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한정 상하이시 당서기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자유무역구를 시험무대로 중국인 개인의 해외투자 자유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르면 오는 2015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그동안 1인당 매년 환전 가능액수를 최대 5만달러로 제한하는 등 개인의 자유로운 해외투자를 막아왔다. 하지만 RQDII 허용 등을 통해 사실상 해외투자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됐다.

이밖에 중국 본토기업의 해외 위안화 표시 주식 발행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외화로만 해외에서 주식을 발행하고 있지만 향후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위안화로 주식을 발행하고 위안화로 배당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국 국유은행인 농업은행은 이미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논의 중이다. 성사될 경우 위안화 표시 주식이 해외에 처음 상장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다양한 자본시장 개방 조치를 통해 중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위안화 국제화다. 위안화를 미국 달러나 유로처럼 국가 간 거래의 중심이 되는 글로벌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위안화는 현재 세계 교역에서 일곱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화폐다. 위안화가 전 세계 외환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4년 0.0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24%로 높아졌다.
[특파원 리포트] 후강퉁, 글로벌 자금 '블랙홀' 될까
이를 위해 중국은 25개 국가 및 지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고 한국, 영국, 독일 등 12곳에 역외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을 설립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인민대 국제화폐연구소는 2020년까지 위안화가 달러, 유로화에 이어 세계 3대 국제통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