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어맨W 택시’, 미션이 이상하다
차완용 기자
37,882
공유하기
![]() |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범택시. 맨 앞 차량이 문제의 '체어맨 W' 모범택시다. /사진제공=뉴시스 |
“어? 차가 왜 이러지?” “너도 그래? 난 벌써 두 번째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데.”
지난 11월 어느날. 바쁘게 움직이던 택시들이 한숨 돌리는 새벽 4시.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빌딩 앞에 길게 늘어선 모범택시 기사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차가 고장난 것을 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의 차는 모두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W’. 단 하나의 부속 때문에 일정 거리를 운행하고 나면 고장이 나는 현상이 대부분의 차량에서 발생한 것이다.
문제의 부속은 자동차 미션에 장착된 ECU(Electronic Control Unit·전자제어장치). 주행속도나 RPM, 그리고 차량의 기울기 등을 계산해 자동변속이 실행되게끔 지시를 내리는 하드웨어다. 이 부속이 고장날 경우 차량의 변속이 정지돼 운행은 아예 불가능하다.
![]() |
체어맨 차량 10만~15만km 운행시 고장이나는 미션 ECU 부속. |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션 ECU가 고장날 경우 EHCU(Electronic Hydraulic Control Unit·밸브바디)를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 부속값만 18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공임을 지불해야 하고 오일까지 채워야 하기 때문에 약 250만원까지 교체비용이 올라간다.
![]() |
ECU가 고장 날 경우 EHCU(사진)를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 |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부속이 교체 이후에도 10만~15만㎞를 운행하고 나면 대부분의 차량에서 또 고장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공식 A/S센터를 통해 정품으로 교환해도 상기 운행거리가 채워지면 다시 고장이 난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를 위해 직접 무작위로 골라 탄 총 6대의 ‘체어맨 W’(체어맨 W(2008년 2월~2011년 7월 출시) 3대, 뉴 체어맨 W(2011년 7월 이후~ 현재) 3대) 모범택시 차량 중 6대 모두가 이와 같은 현상으로 EHCU를 최소 1회 이상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어맨 W 차량을 모는 모범택시 기사 박모씨는 “뉴 체어맨(2003년 9월~2008년 1월)으로 영업을 하다. 지난 2012년에 뉴 체어맨 W로 바꿨다”며 “뉴 체어맨에서는 단 한번도 교체한 적이 없는 부속이 뉴 체어맨 W에서는 소모품이 돼 10만km 마다 교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모든 영업용 체어맨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며 “4000만원 짜리 체어맨을 사서 대략 80만km를 운행하는데, 한가지 부품값으로 2000만원이 고정비로 나가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박씨의 말대로 최대 15만km 마다 EHCU를 교체할 경우 총 6번, 1500만원이 지출되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역시 영업용 체어맨 W의 EHCU 결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의 한 A/S센터 직원은 “대부분 영업용 체어맨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기존 5단 변속이었던 뉴 체어맨이나 체어맨 H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7단 변속으로 바뀐 체어맨 W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본사 역시 문제 발생은 인지하고 있지만 차량의 결함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LPG 개조에 따른 ECU의 인식장애로 생기는 결함”이라며 “대부분의 기사들이 LPG 개조를 가격이 싼 곳에서 하다 보니 정비업체의 기술력이 달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실 가솔린 전용 모델인 체어맨 W 차량을 LPG로 개조를 해 발생하는 문제"라며 "법규상으로 기사들이 차량을 구입한 후 택시로 개조를 해서 생기는 문제라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 측의 말대로 국내 자동차법상 파워트레인에 손을 댄 경우 이와 관련된 계통의 문제 발생 시 제조사 측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만약 쌍용차가 택시로 판매 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토교통부 및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만약 제조사 측에서 택시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했다면 제조사 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상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체어맨 W 모범택시는 일부 쌍용차 영업점을 통해 1500만원가량의 프로모션 및 영업용 할인을 받아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사 측 주장대로라면 팔 때는 택시로 팔고, A/S는 택시여서 안 된다는 얘기다. 과연 이들 체어맨 W 택시 기사는 차량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국내 영업용으로 운행 중인 체어맨 W 차량은 200여대. 이들 모범택시 차주 대부분은 오늘도 후회 섞인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