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인사는 ‘변화’보다 ‘안정’이 두드러졌다. 성과주의를 지키면서도 사장 승진과 이동 폭 최소화에 무게를 실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6개월 넘게 와병 중이고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오너가 승진은 없었다. 앞서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승진이 관측됐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자녀의 승진을 단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회장 승진자도 없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2명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부회장 승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인사 발표 전 사업부 통합설로 관심을 끌었던 삼성전자 3대 부문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DS(부품·소재), CE(소비자가전), IM(IT·모바일) 3대 부문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각각 맡도록 했다. 앞서 일부 외신들은 무선사업부 실적 부진으로 신종균 사장에 주목했다. 이와 함께 윤부근 사장이 통합된 CE와 IT부문을 맡게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추측은 빗나갔다.

오히려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그룹 전체 부품 계열사를 지휘하는 등 역할이 더욱 커졌다. 그룹 수뇌부인 미래전략실 실장과 실차장, 각 팀장들도 변동 없이 유지된다.

이번 인사에 대해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경영실적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경영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재도약을 주도할 인물로 경영진 쇄신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는 사장 승진 3명, 대표이사 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11명 규모다. 김현석 삼성전자 부사장, 전영현 부사장, 이윤태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윤태 부사장은 삼성전기 대표이사직을 맡는다. 상영조 삼성물산 부사장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해 삼성BP화학을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