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 다섯가지 유언 방식
심재경 신한은행 PWM반포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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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죽음이 예정돼 있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은 떠나기 전에 자신이 있던 자리를 정돈할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 또는 대중매체를 통해 부모가 돌아가신 후 유산분배 문제로 상속인 간 언쟁이 벌어지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남아있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재산을 가진 사람은 합리적인 판단 아래 재산정리를 미리 해두는 게 좋다. 자신의 신변과 재산을 정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유언이다.
유언은 유언자의 최후의사를 존중하기 위한 것으로, 유언을 한번 했더라도 죽기 전에는 언제든지 철회가 가능하다. 유언증서를 찢어버리는 방법으로 철회할 수도 있으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서를 찢어 버리더라도 공증사무소가 원본을 보존하기 때문에 찢어버리는 것만으로 철회할 수는 없다.
또한 '유증'하기로 유언한 재산이라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 유언자가 자기 재산을 누구에게 주겠다고 유언하는 것을 유증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유언으로 자기 재산을 주겠다고 말했더라도 그 재산의 소유권은 유언자에게 있다.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아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휴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분배해주기로 유언한 주택이라도 병원비에 쓰기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처분하거나 은행에 담보로 맡길 수 있다.
따라서 유언은 건강할 때 미리 하는 것이 좋다. 일단 유언을 했더라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철회하거나 바꿀 수 있는 데다 유언을 했다고 해서 재산권을 뺏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유언을 위한 다섯가지 방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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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유언자가 유언하는 내용과 작성 연월일, 주소, 이름을 자기 손으로 쓰고 날인하는 것으로 가장 간단한 방식이다. 유언내용을 고칠 때는 고쳐 쓴 내용 위에도 날인을 해야한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간편하기는 하지만 유언자가 사망한 후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에 의해 위·변조되거나 은닉될 위험성이 큰 것이 단점이다.
2. 녹음에 의한 유언
유언자가 증인을 불러 유언하는 내용으로 연월일, 이름을 말해 녹음하는 형식이다. 간편한 방법이지만 이 역시 자필증서와 마찬가지로 위·변조 및 은닉의 위험성이 있다.
3.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유언자가 증인 2명과 공증인(변호사) 앞에 유언내용을 말하는 방식이다. 공증인이 유언자가 남긴 말을 필기, 낭독하면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다. 이후 다 함께 이름을 서명 또는 기명으로 적고 도장을 날인해 공정증서를 작성한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사무소에서 행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유언자를 위해 공증인인 변호사가 담당직원을 대동해 유언자가 있는 곳으로 출장을 갈 수도 있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법률전문가에게 맡겨서 처리할 수 있고 공증사무소에서 유언을 보존하기 때문에 위·변조 또는 은닉될 위험이 없다. 다만 공증인에게 소정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4.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유언자가 유언을 직접 또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기록하게 하는 방식이다. 필자의 이름을 기입해 넣은 증서를 만들고 그 증서를 봉투에 넣어 밀봉한 다음 2인 이상의 증인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한 밀봉한 봉투 겉면에 유언서의 제출연월일을 기록하고 유언자와 증인들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을 해야 한다. 그로부터 5일 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에 제출해 그 봉인된 봉투 겉면에 확정일자를 받으면 된다. 이 방식은 내용을 비밀로 하고 싶을 때 유용하지만 작성방법이 어렵고 분실 또는 훼손될 위험성이 큰 것이 단점이다.
5.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및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해 앞서 4가지 방식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특별한 방식이다. 이 방식은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사정만으로는 허용되지 않고 조난을 당한 선박에 있는 등 갑작스럽게 죽음을 목전에 둔 급박한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이 다섯가지 유언방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상속재산이 많지 않고 유증을 받을 상속인 사이에 다툼이 생길 여지가 없는 경우라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족하다. 또한 같은 상황에서 유언자가 문맹이거나 글을 쓸 수 없다면 녹음에 의한 유언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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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속인 사이에서 유언을 놓고 다툼이 생겨서 유언을 위·변조하거나 감출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자필증서나 녹음에 의한 유언보다는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유언대용신탁상품이 있다. 유언서를 남기지 않더라도 신탁계약을 통해 재산 상속이 가능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방식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을 신탁하면서 본인을 수익자로 정하고 위탁자 사후에는 생전에 정한 수익자(배우자, 자녀, 제3자 등)에게 신탁재산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생전신탁이다.
주의할 점은 유언대용신탁도 민법의 유류분 청구권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류분 침해와 반환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해당 금융기관 직원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투자결정을 내리는 게 좋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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