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성형수술을 하고 돌아간 외국인들이 자국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한국의 성형수술 수준을 여기에 빗대어도 될까. 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과 겨울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이 성형외과로 몰리고 있다. <머니위크>는 국내 성형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성형수술의 명과 암, 그리고 성형 시 주의사항 등을 알아봤다.



“야, 네가 지현이라고? 넌 소라고? 정말 예뻐졌다. 거리에서 마주치면 알아보지 못하겠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 지현이는 소위 ‘패밀리’라 불렸던 단짝 친구였고, 소라는 당시 짝꿍이었다. 하지만 알아볼 수가 없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성형의 힘을 빌린 것. 예뻐졌다. 많이….


2015년 수능도 끝났고 바야흐로 ‘성형의 계절’이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지현이와 소라처럼 다정하게 손을 잡고 ‘마법의 성’ 성형외과로 향한다.

성형수술은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는 미용의 일부로 거듭났으며 대한민국의 뛰어난 의술을 경험하기 위해 밀려오는 해외 자본은 성형산업을 단숨에 효자산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 만큼 부작용도 따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성형왕국 '대한민국'… 수술 종류만 130여개

지난해 국제미용성형외과협회(ISAP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한국의 전체 성형수술 및 미용시술 건수는 세계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구 1만명당 건수는 131건으로 2위 이탈리아(116건)를 크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명실상부한 ‘성형왕국’이다.

대한민국에서 성형은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삶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형한 여자는 인조인간 취급을 받으며 손가락질 받는 게 아니라 ‘자신을 가꿀 줄 아는 여자’로 인식되며 박수를 받는 시대다. 외모도 하나의 스펙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취업성형’이 보편화 됐고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남녀 불문하고 성형외과로 향한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도 뒤따르기 마련. 한국은 성형외과 의사 숫자에서도 6위에 올랐다. 미국(6133명)이 가장 많았고 브라질(5473명), 중국(2800명), 일본(2302명), 인도(2150명), 한국(2054명) 순이다. 상위 다른 나라보다 한국의 인구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서울 A대학 의과대생인 김모씨(26)는 "좀처럼 식지 않는 '성형열풍' 속에서 성형외과도 의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진료과목으로 꼽히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형수술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8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전국 160개 병원 홈페이지 정보를 바탕으로 미용성형시술의 종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모두 15개 신체부위에 134개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시술인 눈의 경우 쌍꺼풀 수술 외에도 7종류가 있고, 가슴 부위 관련 시술은 무려 16종류나 된다. 쌍꺼풀 수술을 좀 더 세분화 시킬 경우 시술방법은 무려 94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많이 시행되는 미용성형수술로는 지방성형, 가슴확대술, 코성형, 상안검성형, 복부성형 등이 있다. 특히 지방성형과 가슴확대술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용시술은 보톡스를 이용한 시술, 히알루론산을 이용한 시술, 레이저제모, 자가지방이식, IPL 레이저시술 순으로 많이 시행됐다.

[커버스토리] 수능 끝나면 성형외과로 달려가는 대한민국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성형이 대세

성형산업이 성장세를 타면서 성형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성형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연스러움’이다. 한 듯 안 한 듯 티 안 나는 ‘내숭성형’이 대세다.

일단 가장 티가 많이 나는 성형으로 꼽히는 코성형은 보형물을 최소화하고 연골을 재배치해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콧대를 완성시켜주는 ‘연골재배치’와 녹는실(매선실)을 골막으로 삽입해 자연스럽게 조직 증식을 유도하고 코 모양을 교정해주는 ‘한방 코성형’이다.

눈 성형도 원래 내 눈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매몰법’에서 업그레이드된 ‘자연유착법’이 각광받고 있다. 자연유착법은 피부와 피부 밑 조직 간의 유착을 유도해 자연스러운 라인을 완성하면서 붓기가 적어 빠르게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아울러 가슴성형은 이제 무조건 큰 가슴을 원하던 시대는 지났다. 신체 비율에 알맞은 크기와 자연스러운 모양이 더 중시되고 있다. 모양은 자연스러운 가슴처럼 아래로 내려올수록 볼륨이 있는 ‘물방울 모양’, 수술방법은 인공보형물 삽입 없이 자신의 몸에서 불필요한 지방을 채취해 볼륨을 키우는 ‘자가지방이식술’이 선호도가 높다.

이처럼 자연스러움이 강조되다 보니 성형패키지도 인기다. 눈 성형 따로, 코 성형 따로 진행하다보면 얼굴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해칠 수 있으니 한꺼번에 시술(수술)하는 것이다. 패키지 성형은 따로 따로 수술할 때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회복 기간도 짧아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부작용 감안해 병원 등 신중히 선택해야

성형시장이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하게  성장한 것에 비해 실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3일 소비자의 날을 맞이해 최근 3년간 미용목적의 성형수술 및 시술 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32.3%가 성형수술 후 불만족을 경험했다.

지난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성형외과 관련 상담은 1만6354건에 달했다. 상담 중에는 '성형수술 결과에 대한 불만족'이 69.5%(1만1367건)로 가장 많았고 계약금 환급 거절 등 '계약 해제·해지 관련 불만'이 22.1%(3,612건), 현금결제 요구 등 '병원의 부당 행위에 대한 불만'이 3.2%(526건)를 차지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처럼 성형수술 뒤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신중히 생각하지 않고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성형전문의와 비전문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다 비전문의가 '성형외과' 간판을 걸고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소비자들은 인식하지 못한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의사 자격을 갖추면 성형수술을 할 수 있으니 병원 선택 등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