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주치의] 제맘대로 빼내간 돈 어떡해?

◇사례1
Q : OO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으며 매달 15일 이자가 자동이체되는 A계좌를 갖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다른 B계좌에서 출처 모를 출금이 발생해 고객센터에 알아보니 OO은행이 A계좌 잔액이 부족해 임의로 B계좌에서 인출했다는 것이다. 연체기간은 7일이다. 고객동의 없이 따로 관리하는 계좌에서 은행이 마음대로 돈을 인출할 수 있나?

A : 한마디로 은행이 고객동의 없이 타 계좌에서 출금하는 것은 규정위반이다. 원칙상 1대출 1계좌 자동이체만 가능하다. 시중은행은 고객동의 없이 임의로 다른 계좌에서(설령 동일한 은행 계좌라 할지라도) 출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고객이 유선으로 자동이체를 설정한 계좌에 잔액이 없으니 본인 명의의 다른 통장에서 이자(원금)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요청한 경우에는 타 계좌 출금이 허용된다.

그렇다면 보상은 어떻게 받을까. 해당 은행에서 직접 돈으로 환급받는 것은 힘들다. 은행 측에 따르면 직접 현금을 환급하는 경우는 거의 제로수준에 가깝다. 현재 제시된 가장 합리적은 방법은 '원장'정정 신청이다.

원장정정은 은행이 전산을 통해 고객 계좌로부터 돈을 인출한 날짜를 찾아 해당 기록을 취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자거래 및 출금거래를 취소함으로써 거래자체를 삭제하는 것. 이를 신청하고 해당 계좌로 다시 환급받기까지는 일주일가량 걸린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은행에서 고객동의 없이 타행 통장에서 출금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정답은 '없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사례가 장기연체자일 경우다. 장기연체를 하면 은행은 '기한 내 이익상실' 제재를 걸 수 있다. 기한 내 이익상실이란 돈을 빌려주는 기간을 없애고 일시적으로 돈을 상환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은행에서 12개월 상환기간으로 100만원을 빌려줬는데 대출자가 10만원만 갚고 일정기간 이후까지 연체가 계속될 경우 남은 원금과 이자는 모두 일시에(90만원) 갚아야 한다. 위험관리 고객으로 분류돼 상환기간을 없애는 것이다.

기한 내 이익상실은 신용대출의 경우 통상 1~2개월 이내 연체 혹은 2회 이상 연속으로 연체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2~3개월 연체 혹은 3회 이상 연속으로 연체할 경우 기한 내 이익상실을 당할 수 있다.

만약 기한 내 이익상실을 당했는데도 돈을 갚지 못하면 모든 통장에 '지급정지'를 걸어 연체자가 가입한 통장의 잔액을 포함해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역시 7영업일 전에 고객에게 전화 및 우편을 통해 미리 통보해야 한다.

◇사례2
Q : 지난달 A은행 통장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해 통장 출금정지를 신청했다. 거액을 사기당했지만 통장잔액엔 일부금액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은행에 구제가 가능한지 알아보는 도중 A은행 통장에서 5만원가량이 인출된 것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A은행 대출이자가 자동이체로 빠져 나간 것이다. 출금정지를 신청하면 누구든 인출이 불가능하지 않나.

A :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객 동의방식이 은행마다 조금씩 다를 뿐이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고객이 출금정지를 요청하면 고객이 따로 요구하지 않는 한 당행을 포함해 모든 자동이체를 금지한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자동이체만 허용하고 자동화기기(ATM·CD) 인출, 인터넷뱅킹 거래를 중지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중 자동이체는 당행 계좌만 가능하다. 통신이나 카드대금, 임대료, 월세 등 다른 계좌 자동이체 출금은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만약 자동이체를 금지시키고 싶으면 해당 은행에 직접 요구를 해야 한다.

이처럼 은행마다 정책이 다른 이유는 자주 발생하는 사건이 아닌 데다 현재까지 명확한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아서다. 예컨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의뢰하거나 소송을 통해 법원 판결이 나오면 판례에 따라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규정을 만들어 시행할 수 있는데 지금까진 이런 사례가 없었다는 의미다. 이는 피해자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은행들은 소비자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내부규정을 만들어 각각 성향에 맞춰 시행한다.

금융당국도 이를 은행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데 동의한다. 현행법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서다. 결국 고객 동의를 통해 당행 자동이체를 계속 신청하든, 아니면 고객이 묻지 않을 경우 은행에서 임의대로 자동이체를 계속 유지하든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은행에선 만약 당행 은행에서 연체가 발생해 신용등급 하락이나 연체이자를 물게 될 경우 고객은 또 다시 은행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해명한다. 연체이자는 변제해준다 하더라도 신용등급 하락 등에 대해선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피해사례가 많아야 금융소비자 보호대책을 강구하는데 은행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해 소수의 피해자가 생기면 당장은 구제할 방법이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