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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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팥죽 맛집’

동지인 오늘(22일) 하얀 새알심을 띄운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 낮 직장인들의 허해지기 쉬운 기를 다스리는 팥죽 한 그릇은 따뜻한 기운을 북돋워주고 몸 안의 나쁜 어혈이나 부종을 없애며,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을 도와 갈증과 설사를 멎게 해준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지가 동짓달 초순에 들면서 애동지라 불린다.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어먹으면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해 팥죽 대신 팥떡을 해먹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린 바람에 팥죽이 생각난다면 속을 뜨끈하게 해줄 한 그릇이 제대로 맛있는 곳은 어디에 있을까?


직장인들이 밀집된 광화문과 종로에서 조금만 발길을 돌리면 나오는 삼청동 고즈넉한 한옥지붕 아래 자리한 '가배'는 놋그릇에 노란 콩고물이 묻은 인절미와 팥죽을 함께 준다. 팥죽에는 견과류가 잔뜩 올라가 단맛과 고소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팥죽 고유의 진한 맛이 입 안을 맴돈다.

또 종로구 통인동 '놋그릇가지런히'는 유기그릇 갤러리 겸 한식 디저트 카페다. 이곳은 직접 농사 지은 팥으로 만든 단팥죽이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단팥죽 한 그릇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을 손으로 일일이 만들고 있기 때문에 하루 20~30그릇만 한정판으로 맛볼 수 있다. 달지 않은 듯 담백한 옛날 단팥죽 맛을 재현하는데 푸딩 같은 식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호두, 잣, 계핏가루 등이 넉넉하게 들어가 씹는 맛을 더했다.


서래마을과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떡카페 '담장옆에국화꽃'은 떡 명장이 만든 떡과 함께 단팥죽·팥빙수 맛집으로 꼽힌다. 이곳도 단팥죽을 놋그릇에 소담스럽게 담아내 보기에도 좋고, 따뜻함이 유지돼 먹기에도 좋다. 전라북도 고창산 팥을 삶아 체에 두 번 내려 깊고 부드러운 맛의 단팥죽을 만든다. 단팥죽 속에 들어 있는 새알심을 건져 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단팥죽과 함께 고구마를 곱게 으깨 얹은 고구마팥죽이나 단호박을 얹은 단호박팥죽도 인기다.

서울 3대 팥죽집 중에 하나로 꼽히는 신당동 ‘천(泉)팥죽’의 메뉴는 새알팥죽과 팥칼국수 뿐이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새알팥죽은 맛이 담백한데다 양까지 푸짐하다. 새알이 한가득 담긴 팥죽에는 손님들의 취향대로 소금이나 설탕을 뿌려먹을 수 있다. 입맛을 돋우는 겉절이와 시원한 동치미도 팥죽과 찰떡궁합이다.


한옥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전주에는 SBS 런닝맨에 소개된 '옛날팥죽집'도 유명하다. 옛날팥죽집 근처에는 근영중고등학교가 위치해있어 학창시절부터 오랜 단골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접에 나오는 팥죽은 큼직한 새앙심에서부터 압도된다. 설탕이 조금 들어가기 때문에 달콤한 맛보다는 진득한 맛이 더 느껴진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테이블에 소금과 설탕이 구비돼 있으니 각자의 기호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바닷바람으로 차가운 부산 해운대에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방문한 명소가 있다. 해운대 이마트에서 로데오거리 방향 쪽으로 걷다 보이는 철길 옆에 위치한 작게 원조집이라고 적힌 곳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원조라 말하는 간판 없는 집이다. 이곳의 팥죽은 보온을 위해 솥 안에서 국자로 한 국자를 떠내어 그 위에 투박하게 떡을 썰어넣는다. 비록 간판은 없지만 부산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곳을 향해 원조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