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품격을 신용카드에 오롯이 담아내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일반적인 카드라면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정소득 이상이 보장된다면 누구라도 손쉽게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니기만 해도 그 사람의 가치를 높여주는 카드가 있다. 바로 극소수 상류층 고객만이 가질 수 있다는 'VVIP카드'. VVIP카드는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아무나 발급받는 카드가 아니다. 일부 카드상품의 경우 카드사 내부에서 정해놓은 엄격한 심사기준을 충족시킬 때만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VVIP카드는 연회비만 하더라도 100만~2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파격적인 혜택이 제공된다. 따라서 품격을 챙기는 동시에 차원이 다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연회비 200만원 카드의 '남다른 품격'

국내 VVIP카드 열풍은 현대카드 '더 블랙'을 통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카드에서 상위 1%를 넘어 0.05%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이 카드의 연회비는 200만원이다. 하지만 연회비를 낸다고 해서 아무나 더블랙카드를 손에 쥘 수는 없다. 이 카드는 현대카드에서 먼저 자격기준을 검토한 뒤 예비고객을 초청하는 과정을 통해 발급되기 때문이다.

만약 초청을 받은 고객이 카드발급 의사를 밝힐 경우 현대카드 대표이사, 리스크본부장, 마케팅본부장, 크레딧관리실장 등으로 구성된 '더블랙 커미티'(the Black committee)의 심사를 한번 더 거쳐 만장일치로 발급승인이 날 경우에만 고객이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다.

더블랙카드는 발급절차가 까다로운 만큼 차원이 다른 혜택을 제공한다. 우선 카드의 이용한도가 1억원으로 국내 최고수준이다. 또한 유명 명품브랜드 제품 교환권 및 이용권이 주어지며 특1급 호텔 이용권도 제공된다. 이밖에 ▲연 1회 아이패드 또는 아이폰 기기교환권 ▲대한항공 퍼스트클래스석 업그레이드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퍼스트클래스 라운지 무료 이용 ▲뉴욕 현대미술관 동반 2인까지 무료입장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삼성카드의 '라움 오'(RAUME O) 역시 연회비 200만원의 VVIP카드다. 이 카드는 삼성카드의 주요 임원진으로 구성된 라움심사위원회가 승인허가를 할 경우에만 발급이 가능하다. 심사과정에서는 고객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기준뿐만 아니라 라움 회원으로서 명예와 품위까지 복합적으로 검토한다.


 

혜택은 연회비 이상, 품격 더해주는 'VVIP카드'

라움오카드는 회원 개개인의 생활패턴에 맞춘 밀착서비스를 365일 내내 24시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원들은 ▲맞춤형 여행설계 ▲국내외 레스토랑·문화공연 추천 및 예약 ▲희귀명품 구매대행 ▲해외공항 VIP 의전 ▲공항리무진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외에도 해외 유명브랜드, 국내 유명호텔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기프트 바우처가 매년 제공된다.

KB국민카드의 '탠텀'(TANTUM)도 별도의 회원 자격심의위원회를 통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이를 통과한 고객에게만 카드를 발급한다. 이 카드는 해외에서 특히 강한 면을 보인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블루박스 계열 최상위 등급인 '울트라'(Ultra) 라이선스를 받아 ▲해외 유명 이벤트 ▲유명레스토랑 이용 등을 위한 서비스 설계 및 예약대행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공연 이벤트 초대는 물론 ▲전세계 주요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호텔 및 면세점 할인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탠텀카드의 연회비도 200만원이다.

◆연회비 100만원? 혜택은 그 이상

연회비 100만원의 VVIP카드 역시 단순히 연회비를 지불하는 것만으로는 발급을 허락하지 않는다.

신한카드의 '신한 프리미어(Premier)카드'는 부사장 4명으로 구성된 '프리미어카드 심의위원회'를 통해 회원의 사회적 위치나 자산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예비고객을 초청하거나 카드발급 여부를 결정짓는다.

이 카드는 고객에게 연회비 이상의 풍성한 혜택을 보장한다. 우선 항공과 관련해 특화된 면모를 보인다. 카드회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전노선의 비즈니스석에서 퍼스트클래스석으로 좌석 업그레이드 혹은 동반자 비즈니스 항공권 무료 제공 중 선택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카드 이용금액 1500원당 대한항공 1마일리지, 혹은 1000원당 아시아나항공 1마일리지가 적립되고 이와 별도로 이용금액의 0.5%를 마이신한포인트로 적립해준다.

고객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한 '프리미엄 혜택'도 대거 보장한다. 롯데, 그랜드하얏트, 임피리얼팰리스 등 국내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롯데 에비뉴얼, 갤러리아 명품관 등에서 10%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는 프리미엄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신상품으로 '로얄블루1000'을 출시했다. 연회비 100만원에 1000명 한정으로 발급예정인 '로얄블루1000'은 ▲항공권 ▲국내외 호텔 무료숙박 ▲100만원 상당 선택형 기프트 등이 더해진 '트리플 리워드' 서비스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외에도 연간 사용실적별로 약 60만~200만원 상당의 항공권 및 상품권을 선택할 수 있는 '트리플 초이스' 혜택도 있다.

VVIP카드 고객, 한달 신용카드 사용액 1070만원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프리미엄 신용카드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국내 VVIP카드 고객의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월 평균 약 1067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사별로 VVIP 점유율은 신한카드(67%)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후 현대카드(19%), 삼성카드(7%), KB국민·하나SK카드(3%), 롯데카드(1%) 순이다. 발급기준으로는 신한카드(2718장), 현대카드(933장), 삼성카드(828장), KB국민카드(488장), 하나SK카드(454장), 롯데카드(115장) 순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