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할부 수수료, '내리려는 자' vs '버티는 자'
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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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을 둘러싼 현대자동차와 카드사간 수수료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이용하는 복합할부금융의 존폐를 두고 설전을 벌였던 이들이 이번에는 적정수수료 인하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복합할부금융이란 고객이 캐피털사와 계약을 맺고 할부로 차를 살 때 중간에 카드결제 단계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KB국민카드를 시작으로 최근 BC카드와도 복합할부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특히 복합할부상품의 취급비중이 큰 삼성카드와 현대차의 가맹점계약이 오는 3월 종료될 예정이어서 갈등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와 카드사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 카드업계가 신용공여기간을 한달로 늘린 새 상품 출시를 준비하자 현대차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할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맞받아친 것.
◆BC카드, 신규 카드복합할부 '중단'
현대차와 카드사 간 수수료 갈등은 지난해 KB국민카드로 시작해 최근 BC카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카드사에 가맹점 계약해지를 요청하는 등 자동차복합할부수수료를 두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가장 먼저 협상테이블에 앉은 KB국민카드는 적정수수료율을 놓고 수차례 협상결렬을 거듭한 끝에 체크카드수수료율 수준인 1.5%선에서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원희 현대자동차 재무담당 사장이 만나 담판을 벌이는 등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반면 BC카드는 현대차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신규 복합할부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BC카드로 현대차를 구매하려면 일반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현대차는 가맹점계약 종료시기에 도달한 카드사에 복합할부수수료율을 체크카드수수료와 같은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복합할부의 경우 카드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지만 캐피털사가 바로 다음날 카드사에 대금전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카드사로서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수수료는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게 현대차의 주장이다.
하지만 카드사는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으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정가맹점의 수수료만 낮출 경우 여신금융업법에 따라 현대차는 물론 카드사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복합할부수수료율을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인 1.5%보다 낮게 매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vs 삼성카드, 대립구도 형성
이 같은 논란은 올 들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복합할부상품의 취급비중이 큰 신한·삼성카드 등이 오는 2~3월에 가맹점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사실상 '현대차 대 삼성카드'의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카드가 카드사 중 복합할부상품 취급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삼성카드의 복합할부시장 규모는 1조2500억원이다. 이는 현대카드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현대카드가 복합할부상품 취급량을 줄이는 추세여서 삼성카드의 복합할부시장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삼성카드가 복합할부를 기반으로 자사 카드의 시장점유율 확보에 공을 들인 만큼 오는 3월 수수료 인하율에 전력투구할 공산이 크다.
신한카드도 66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복합할부를 취급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은행에게 중요고객인 만큼 은행계 카드사인 신한카드의 경우 삼성카드보다 순조롭게 협상을 끝마칠 가능성이 크다.
◆새 상품 출시에 기아차, 깜짝 금리인하
이에 현대차와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치열하다.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카드사들이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현대차와의 가맹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신용공여기간을 한달로 늘리는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기존 복합할부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자동차대리점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이틀 후 카드사가 캐피털로부터 대출을 받아 현대차에 자동차대금을 지급하고, 고객은 캐피털에 매달 할부금을 갚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신용공여기간을 한달로 늘린 상품이 출시될 경우 카드사가 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지급받는 시점이 한달 뒤로 미뤄진다.
이렇게 되면 그간 현대차에서 주장한 "복합할부상품은 대손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힘을 잃게 된다. 따라서 사실상 현대차가 카드사에 복합할부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빌미도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 현대차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할부금리의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기아차는 이달부터 모든 차종에 대해 고객이 선수금으로 원금의 15% 이상을 납부한 뒤 원리금을 균등 납부하는 할부상품을 선택하면 할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준다.
이처럼 자동차 할부금리가 내려가면 저금리를 앞세운 복합할부상품의 장점이 떨어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아차와 현대차의 경영정책이 비슷한 방향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금리인하는 수수료 협상을 앞두고 카드사들에게 위기감을 부각시키려는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카드 및 캐피털업계는 기아차의 금리인하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금리인하 혜택은 현대캐피탈을 이용했을 경우에만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독과점을 조성하는 행위라는 것.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 혜택을 누리려면 반드시 현대캐피탈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복합할부시장을 독과점하려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복합할부금융이란 고객이 캐피털사와 계약을 맺고 할부로 차를 살 때 중간에 카드결제 단계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KB국민카드를 시작으로 최근 BC카드와도 복합할부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특히 복합할부상품의 취급비중이 큰 삼성카드와 현대차의 가맹점계약이 오는 3월 종료될 예정이어서 갈등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와 카드사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 카드업계가 신용공여기간을 한달로 늘린 새 상품 출시를 준비하자 현대차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할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맞받아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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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 신규 카드복합할부 '중단'
현대차와 카드사 간 수수료 갈등은 지난해 KB국민카드로 시작해 최근 BC카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카드사에 가맹점 계약해지를 요청하는 등 자동차복합할부수수료를 두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가장 먼저 협상테이블에 앉은 KB국민카드는 적정수수료율을 놓고 수차례 협상결렬을 거듭한 끝에 체크카드수수료율 수준인 1.5%선에서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원희 현대자동차 재무담당 사장이 만나 담판을 벌이는 등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반면 BC카드는 현대차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신규 복합할부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BC카드로 현대차를 구매하려면 일반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현대차는 가맹점계약 종료시기에 도달한 카드사에 복합할부수수료율을 체크카드수수료와 같은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복합할부의 경우 카드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지만 캐피털사가 바로 다음날 카드사에 대금전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카드사로서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수수료는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게 현대차의 주장이다.
하지만 카드사는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으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정가맹점의 수수료만 낮출 경우 여신금융업법에 따라 현대차는 물론 카드사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한 카드사 관계자는 "복합할부수수료율을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인 1.5%보다 낮게 매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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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박문호 기자 |
◆현대차 vs 삼성카드, 대립구도 형성
이 같은 논란은 올 들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복합할부상품의 취급비중이 큰 신한·삼성카드 등이 오는 2~3월에 가맹점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사실상 '현대차 대 삼성카드'의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카드가 카드사 중 복합할부상품 취급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삼성카드의 복합할부시장 규모는 1조2500억원이다. 이는 현대카드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현대카드가 복합할부상품 취급량을 줄이는 추세여서 삼성카드의 복합할부시장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삼성카드가 복합할부를 기반으로 자사 카드의 시장점유율 확보에 공을 들인 만큼 오는 3월 수수료 인하율에 전력투구할 공산이 크다.
신한카드도 66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복합할부를 취급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은행에게 중요고객인 만큼 은행계 카드사인 신한카드의 경우 삼성카드보다 순조롭게 협상을 끝마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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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사진제공=삼성카드 |
◆새 상품 출시에 기아차, 깜짝 금리인하
이에 현대차와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치열하다.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카드사들이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현대차와의 가맹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신용공여기간을 한달로 늘리는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기존 복합할부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자동차대리점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이틀 후 카드사가 캐피털로부터 대출을 받아 현대차에 자동차대금을 지급하고, 고객은 캐피털에 매달 할부금을 갚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신용공여기간을 한달로 늘린 상품이 출시될 경우 카드사가 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지급받는 시점이 한달 뒤로 미뤄진다.
이렇게 되면 그간 현대차에서 주장한 "복합할부상품은 대손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힘을 잃게 된다. 따라서 사실상 현대차가 카드사에 복합할부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빌미도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 현대차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할부금리의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기아차는 이달부터 모든 차종에 대해 고객이 선수금으로 원금의 15% 이상을 납부한 뒤 원리금을 균등 납부하는 할부상품을 선택하면 할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준다.
이처럼 자동차 할부금리가 내려가면 저금리를 앞세운 복합할부상품의 장점이 떨어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아차와 현대차의 경영정책이 비슷한 방향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금리인하는 수수료 협상을 앞두고 카드사들에게 위기감을 부각시키려는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카드 및 캐피털업계는 기아차의 금리인하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금리인하 혜택은 현대캐피탈을 이용했을 경우에만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독과점을 조성하는 행위라는 것.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 혜택을 누리려면 반드시 현대캐피탈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복합할부시장을 독과점하려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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