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저질 멘트… 홈쇼핑 채널을 지우고 싶다
정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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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방송하는 것 같아요.” 지난 주말 TV채널을 돌리던 A씨가 한 TV홈쇼핑 채널에 멈췄다. 쇼핑호스트(이하 쇼호스트)와 유명 연예인 등 3명의 진행자들은 물건 판매보다 ‘사담’에 열을 올렸다. 방송 도중 ‘반말’이 오가는 것은 물론 사생활을 폭로하는 등의 거침없는 ‘막말’이 쏟아졌다. A씨는 “사석에서나 말할 법한 내용이 방송되고 있다”며 “방송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 같아 시청자로서 다소 불쾌했다”고 말했다.
◆'시청자 소통' 안중에 없나
최근 A씨와 같이 홈쇼핑의 반말, 사담 등 도 넘은 막말에 불쾌함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과 달리 드라마보다 짜임새 있고 예능보다 재밌는 방송이 TV홈쇼핑 프로그램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지나친 말'들이 전파를 탄 탓이다.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한 홈쇼핑업체들은 나날이 심해지는 업계 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재미와 쇼핑을 동시에 잡는 프로그램들로 편성표를 채운 지 오래다. 상품설명만 나열하는 진부한 프로그램은 점점 줄고 토크쇼 MC처럼 무대를 오가며 이야기하는 쇼핑버라이어티, 예능리얼리티를 표방한 야외 프로그램, 시청자 참여를 확대한 참여형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구성을 꾀한 것.
시도 자체는 소비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홈쇼핑업체의 바람대로 “재밌다”, “기존 프로그램들보다 보는 재미가 있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말과 막말 등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언어들이 자주 등장했다. 쇼호스트와 게스트 간 대화에서 반말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 게스트를 ‘자기’라고 표현하거나 상대방의 대꾸에 ‘내말이…’ 식으로 응답하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띄었다. 최근 한 홈쇼핑 방송에서는 쇼호스트 B씨가 “요즘 남자들은 참 불쌍하다. 돈은 남자들이 버는데 여자들이 다 쓴다” 등의 여성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연스레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시청의견을 남긴 이들은 “방송에서 친근감을 주는 용도로 반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 “보다보면 거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꼴 보기 싫은 트렌드”라고 일침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 같은 반말, 사담 등 '막말 진행'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쇼호스트 교육을 담당해 온 김현기 라이브킹홈쇼핑방송 대표는 “쇼호스트들이 공중파 아나운서처럼 ‘낭독의 발견’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쇼호스트들은 너무 건방지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요즘 홈쇼핑 방송을 보고 있으면 쇼호스트들이 말을 ‘막’하는 것을 물론 더블호스트, 게스트들과 대화할 때 반말도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호회 방송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웃고 까불고, 시청자·소비자와의 소통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면서 “쇼호스트는 시청자에게 예의바르게 말하는 것이 기본이다. 상품 브랜드의 명성과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겸손하고 친절한 방송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재승인 기준 영향 미칠까
홈쇼핑업체들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상품에 대한 정보만 얘기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고객들은 ‘공감’을 선호한다. 이를 위해 쇼호스트와 게스트들은 자신의 이야기, 주변이야기를 끌어내며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조심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실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지책으로 회사에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쇼호스트를 위한 정기적인 교육과 시험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경우 사전심의를 100% 한다고 해도 말실수를 전부 막을 수 있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면서 “분명히 자체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반말을 하는 사례가 없었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 관계자는 "단 수위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전검열을 하고 있고 심의팀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업체 모두 심의기구를 통해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개개인의 순간 말실수까지 막을 수는 없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업체들의 운명의 칼자루를 쥔 미래창조과학부는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행정지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 등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TV홈쇼핑의 쇼호스트들이 방송에 적합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방침은 있다”면서 “사안이 심각할 경우에는 행정지도와 방심위의 제재 등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이 같은 쇼호스트들의 말실수 등이 오는 3월 홈쇼핑 재승인의 세부심사항목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직 재승인 세부심사항목까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현재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문제가 심사기준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시청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을 내릴 사항”이라면서 “다양한 통로로 홈쇼핑업계에 대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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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GS홈쇼핑 |
◆'시청자 소통' 안중에 없나
최근 A씨와 같이 홈쇼핑의 반말, 사담 등 도 넘은 막말에 불쾌함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과 달리 드라마보다 짜임새 있고 예능보다 재밌는 방송이 TV홈쇼핑 프로그램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지나친 말'들이 전파를 탄 탓이다.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한 홈쇼핑업체들은 나날이 심해지는 업계 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재미와 쇼핑을 동시에 잡는 프로그램들로 편성표를 채운 지 오래다. 상품설명만 나열하는 진부한 프로그램은 점점 줄고 토크쇼 MC처럼 무대를 오가며 이야기하는 쇼핑버라이어티, 예능리얼리티를 표방한 야외 프로그램, 시청자 참여를 확대한 참여형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구성을 꾀한 것.
시도 자체는 소비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홈쇼핑업체의 바람대로 “재밌다”, “기존 프로그램들보다 보는 재미가 있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말과 막말 등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언어들이 자주 등장했다. 쇼호스트와 게스트 간 대화에서 반말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 게스트를 ‘자기’라고 표현하거나 상대방의 대꾸에 ‘내말이…’ 식으로 응답하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띄었다. 최근 한 홈쇼핑 방송에서는 쇼호스트 B씨가 “요즘 남자들은 참 불쌍하다. 돈은 남자들이 버는데 여자들이 다 쓴다” 등의 여성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연스레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시청의견을 남긴 이들은 “방송에서 친근감을 주는 용도로 반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 “보다보면 거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꼴 보기 싫은 트렌드”라고 일침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 같은 반말, 사담 등 '막말 진행'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쇼호스트 교육을 담당해 온 김현기 라이브킹홈쇼핑방송 대표는 “쇼호스트들이 공중파 아나운서처럼 ‘낭독의 발견’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쇼호스트들은 너무 건방지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요즘 홈쇼핑 방송을 보고 있으면 쇼호스트들이 말을 ‘막’하는 것을 물론 더블호스트, 게스트들과 대화할 때 반말도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호회 방송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웃고 까불고, 시청자·소비자와의 소통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면서 “쇼호스트는 시청자에게 예의바르게 말하는 것이 기본이다. 상품 브랜드의 명성과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겸손하고 친절한 방송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재승인 기준 영향 미칠까
홈쇼핑업체들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상품에 대한 정보만 얘기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고객들은 ‘공감’을 선호한다. 이를 위해 쇼호스트와 게스트들은 자신의 이야기, 주변이야기를 끌어내며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조심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실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지책으로 회사에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쇼호스트를 위한 정기적인 교육과 시험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경우 사전심의를 100% 한다고 해도 말실수를 전부 막을 수 있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면서 “분명히 자체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반말을 하는 사례가 없었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 관계자는 "단 수위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전검열을 하고 있고 심의팀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업체 모두 심의기구를 통해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개개인의 순간 말실수까지 막을 수는 없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업체들의 운명의 칼자루를 쥔 미래창조과학부는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행정지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 등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TV홈쇼핑의 쇼호스트들이 방송에 적합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방침은 있다”면서 “사안이 심각할 경우에는 행정지도와 방심위의 제재 등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이 같은 쇼호스트들의 말실수 등이 오는 3월 홈쇼핑 재승인의 세부심사항목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직 재승인 세부심사항목까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현재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문제가 심사기준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시청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을 내릴 사항”이라면서 “다양한 통로로 홈쇼핑업계에 대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갑질’ 논란에 재승인 여부 촉각
지난 몇년간 막말이 전파를 탈 때 홈쇼핑업체 내부에서는 협력업체를 통한 ‘갑(甲)질’ 행위가 만연해 있었다. 정부는 홈쇼핑업체의 이 같은 행태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최근 TV홈쇼핑 재승인 심사기준을 손질했다. 갑질 행위를 일삼은 업체를 즉각 탈락시킬 수 있는 ‘과락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
미래부의 ‘방송채널사업자 재승인 심사 기본계획’에 따르면 불공정행위 및 범죄행위 평가항목에서 점수가 배점의 50% 미만일 경우 총점이 기준을 충족해도 재승인을 받지 못한다. 배점도 70점에서 150점으로 두배 이상으로 늘렸다.
미래부는 2월 중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3월 심사를 진행, 4~5월쯤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재승인 대상에는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등 3개 업체가 올라있다.
이번 재승인 기준 강화로 지난해 신헌 전 대표가 납품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롯데홈쇼핑은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이 같은 심사기준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진 다음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롯데홈쇼핑의 ‘경영투명성’ 강화에 나선 것. 지난 15일 롯데홈쇼핑은 ‘롯데홈쇼핑 경영투명성위원회’를 열고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영투명성 위원 9명과 신 회장 등 롯데 CEO들이 함께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갑질평가를 앞둔 롯데홈쇼핑이 전사적인 자정 노력을 통해 이번 과락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겠냐고 보고 있다.
지난 몇년간 막말이 전파를 탈 때 홈쇼핑업체 내부에서는 협력업체를 통한 ‘갑(甲)질’ 행위가 만연해 있었다. 정부는 홈쇼핑업체의 이 같은 행태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최근 TV홈쇼핑 재승인 심사기준을 손질했다. 갑질 행위를 일삼은 업체를 즉각 탈락시킬 수 있는 ‘과락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
미래부의 ‘방송채널사업자 재승인 심사 기본계획’에 따르면 불공정행위 및 범죄행위 평가항목에서 점수가 배점의 50% 미만일 경우 총점이 기준을 충족해도 재승인을 받지 못한다. 배점도 70점에서 150점으로 두배 이상으로 늘렸다.
미래부는 2월 중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3월 심사를 진행, 4~5월쯤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재승인 대상에는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등 3개 업체가 올라있다.
이번 재승인 기준 강화로 지난해 신헌 전 대표가 납품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롯데홈쇼핑은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이 같은 심사기준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진 다음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롯데홈쇼핑의 ‘경영투명성’ 강화에 나선 것. 지난 15일 롯데홈쇼핑은 ‘롯데홈쇼핑 경영투명성위원회’를 열고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영투명성 위원 9명과 신 회장 등 롯데 CEO들이 함께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갑질평가를 앞둔 롯데홈쇼핑이 전사적인 자정 노력을 통해 이번 과락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겠냐고 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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