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정산 과정에서 국민들께 많은 불편을 끼쳐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1월 26일 청와대가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연말정산’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하며 보안책 마련을 지시했다. '연말정산 세금폭탄’과 관련해 불만 여론이 조성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

해마다 실시돼 온 ‘연말정산’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시끄러운 모양새다. 지난해까지는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며 더 낸 세금을 돌려받던 사람들이 올해에는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환급액이 줄어들거나 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연초 담배값 인상 등과 맞물려 ‘서민 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연말정산 파장은 단순한 ‘증세 논란’에서 그치지 않는다. 직장인들의 입장에서는 세법 개정으로 연말정산 신고 과정이 복잡해져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 상황에 신용카드사와 국세청의 전산 오류가 연달아 발생하며 연말정산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됐다. 이에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치닫게 됐고 이는 곧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월26~27일 양일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가 29.7%를 기록하며 취임 후 20%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연말정산 서민증세’ 논란을 서둘러 잠식시키기 위해 보완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보완책은 자녀출생·입양 등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자녀 세액공제 수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바뀐 제도는 이번 연말정산에서도 소급적용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도 “임기응변식 땜질처방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포커스] 연말정산이 남긴 '후폭풍'

◆세금부담 가중시킨 연말정산

올해 연말정산과 관련 유독 증세논란이 이는 이유는 연말정산방식이 기존의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세금을 돌려받던 이들이 올해는 오히려 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문제시되는 부분은 근로소득공제 범위축소에 대한 부분이다. 그전에는 연봉에서 가장 먼저 빼주던 근로소득공제의 폭이 줄어들면서 부양가족 공제혜택 등을 적용받지 않는 미혼 직장인의 부담이 가중됐다.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올해부터는 출생공제와 6세 이하 자녀양육비 공제가 사라졌고 자녀 세액공제는 1인당 15만원, 3인 이상 시 추가로 20만원을 적용받음에 따라 혜택의 폭이 좁아졌다.

또한 과거에는 연말정산이 소득공제방식으로 이뤄지며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세율이 적용됐다. 과세표준이란 세금을 부과함에 있어서 그 기준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소득수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직장인에게 유리했다. 하지만 대다수 소득공제 항목이 세액공제로 바뀜에 따라 근로소득자 대부분이 전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연말정산이 직장인의 ‘유리지갑’을 노리는 사실상 서민증세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바뀐 연말정산방식으로 인해 결국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됐다는 것. 이 같은 논란은 올해 초 시행된 담뱃값 인상과 맞물려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연말정산과 관련해 보완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1월21일 국회에서 연말정산 대책 관련 당정협의를 갖고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당정은 우선 자녀가 있는 가정을 위해 자녀출생·입양에 관한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자녀 세액공제는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 출산공제도 부활시키기로 했다. 출생·입양공제의 경우 세액공제액이 30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독신 근로자의 경우 다가구 근로자보다 특별공제혜택 적용 여지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 표준세액공제(12만원)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연금보험료는 현재 12%인 세액공제율을 약 3%포인트 확대하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연말정산 소급적용은 정부에서 3월 말 연말정산 결과를 분석해 세액공제 범위를 확정 짓고 4월 국회를 거쳐 종합소득세 신고시기인 5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보완대책에도 국민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완대책에서 교육비·의료비가 빠진 것이 결정적이다. 현재 중산층에게 최대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교육비와 의료비인 만큼 두 항목에 대한 보완책이 나오지 않는 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국세청·카드사, 잇단 전산 오류

증세 논란 외에도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국세청과 신용카드사의 전산 오류가 잇따라 발생하며 국민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세법 개정으로 예년보다 연말정산 신고과정이 복잡해진 탓에 겨우 연말정산을 마무리했는데 전산 오류로 인해 연말정산을 한번 더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먼저 지난 1월15~16일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사이트의 현금영수증 공제분야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2014년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의 정산 기준이 되는 2013년 현금영수증 연간 사용액 자료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은 것. 이로 인해 서둘러 연말정산을 끝낸 이들은 오히려 한번 더 연말정산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에 놓였다.

카드사에서도 연이어 연말정산 관련 오류가 확인됐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2014년 귀속 연말정산과 관련해 오류가 확인된 카드사는 BC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 등 총 4개사다. 이들 카드사는 오류를 발견한 즉시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국세청에 정정한 데이터를 각각 통보했다.

BC·삼성·하나카드는 신용카드 사용내역 중 별도 공제대상인 대중교통 사용금액이 누락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해당 피해자는 270만명, 결제금액은 900억원에 이른다. 카드사별 피해규모는 ▲BC카드 170만명, 650억원 ▲하나카드 52만명, 172억원 ▲삼성카드 48만명, 174억원 등이다.

특히 삼성카드의 경우 SK텔레콤에서 삼성카드 포인트연계 할부(폰세이브)서비스를 활용해 통신단말기를 구매한 금액이 국세청에 미통보된 사실도 확인됐다. 신한카드는 전통시장 사용금액이 누락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 1월29일까지 파악된 오류규모는 모두 640여건, 2400여만원에 이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