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중파 방송에 모바일게임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모바일게임시장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작이 쏟아지니 자연스레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대형사 중심의 공격적 마케팅 속에서 작은 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성장 유망사업’으로 주목받았던 스마트폰 게임사업은 이미 고착화·거대자본화 돼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개척해 살아남은 회사가 있다. 창업 7년차, 모바일게임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로드컴플릿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정면승부보다 ‘블루오션’ 찾아라

로드컴플릿의 모바일게임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국내 게임매출 최고 18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애플 앱스토어에 진출한 이후 싱가포르에서 8위, 태국에서 18위, 북미에서 70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다.

기자도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플레이해봤다. TV광고에 등장하는 3D그래픽의 게임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게 최신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전적’인 그래픽은 마치 어릴 적 오락실에서 즐기던 게임의 느낌이다.


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는 “대세에 따라 3D게임을 만들었더라면 작은 회사로서 대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투자비용이 적은 게임을 만들다 보니 레트로(복고) 스타일의 그래픽을 사용했는데 이게 오히려 차별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규모가 큰 국내 회사들은 3D그래픽의 RPG(Role Playing Game)를 주력으로 게임을 개발한다. 게임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마니아들이 주로 접근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 웬만한 자본이 아니면 제작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로드컴플릿은 이러한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새로운 고객층을 탐색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노인이나 여성 등 기존의 게임계가 외면했던 대상도 게임이 익숙해진 점을 노렸다. 박 대표는 “게이머가 아닌 일반인이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한다.

로드컴플릿은 고전적이면서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접근성이 높은 퍼즐게임과 중독성이 높은 RPG라는 장르를 혼합해 누구나 쉽게 즐기고 빠져드는 게임을 만들었다.

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강소기업 육성사업 통해 위기 극복

하지만 크루세이더 퀘스트가 성공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미국 콘솔게임회사에 취직해 일하던 배 대표는 지난 2009년 로드컴플릿을 창업한 후 자본난과 씨름해야 했다.
초기에 만든 ‘범퍼베어’, ‘디스코 판다’ 등은 게임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수익성에는 문제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플레이를 해도 수익과 연결할 부분이 전무했기 때문.

지난 2013년 모든 것을 투자해 개발한 디스코판다는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회사는 힘들었다. 당장 벌어들이는 수익이 없어 직원들의 월급도 주기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위기의 로드컴플릿에 생명줄을 달아준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와 IBK기업은행이 공동으로 실시한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육성사업이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IBK-대성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투자조합’과 캡스톤 파트너스가 로드컴플릿에 8억원을 투자했고 이를 통해 로드컴플릿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수급하며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출시해 운영할 수 있었다.
당시 로드컴플릿은 2년간 연 매출 20억원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실력을 알아본 동종업계의 추천으로 이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대성창업투자 측은 당시 다수의 게임을 출시하며 개발역량을 착실하게 축적한 로드컴플릿의 초기 기획단계부터 론칭 후 직접 서비스까지의 노하우를 높이 평가해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개발자 겸 사장으로서 자금난이 있으면 개발에 집중할 수 없다”며 “운 좋게도 강소기업에 선정돼 온전히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로드컴플릿은 자본문제가 해결되자 승승장구했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개발 당시부터 업계에 입소문이 나며 많은 퍼블리셔의 계약 제의를 받았고 그 중 NHN과 손을 잡았다.

배 대표는 “초기에는 누구나 할 만한 게임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디스코판다의 실패 아닌 실패를 경험 삼아 퍼블리셔전문업체와 손 잡고 더 큰 결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육성사업이란?

117개사에 대출·투자·컨설팅 지원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2년부터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추인 중소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모를 통해 킬러콘텐츠를 제작·기획·유통하는 중소기업을 선정, 대출·투자·컨설팅 등 금융 및 비금융서비스를 지원한다.

창업투자사·영화사·정부기관·방송사 등에서 외부 콘텐츠전문가를 영입하고 기관·학계·분야별 전문가 50인으로 구성된 문화콘텐츠자문위원회 운영체계를 갖췄다.

지난해 12월 기준 강소기업 117개사를 운용하며 대출 283억원(47건), 투자 122억원(13건), 맞춤형 컨설팅(13건) 등을 지원했다. ▲설립 3년 이상 ▲최근 2년 매출 20억원 이상의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심사한다. 추천특례제도를 통해 IBK인정 추천기관 또는 추천인의 추천서가 있을 경우 요건제한이 면제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