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이야기] 어린이펀드, 더 클까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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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은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지 않는다.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앞으로 계속 물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교육한다. 탈무드가 전해준 이 지혜는 현재도 통용된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어린이펀드가 바로 그것.
자녀에게 그냥 돈을 주는 대신 돈 버는 법을 알려줄 수 있다는 이 펀드가 부모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어린이펀드는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유형별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이름에 걸맞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어린이펀드에 가입한 아이들은 수준에 맞는 경제관념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해외 탐방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아울러 장기적 관점에서는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다.
어린이펀드는 이 같은 매력을 지니고도 지난 2008년 이후 계속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다. 경기가 불황일 때도 가장 마지막까지 버텨내는 업종은 교육업이라는 얘기가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부모들은 자식의 교육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위한 펀드가 이토록 부진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 계속 유출되는 자금, 원인은?
지난 2007년 어린이펀드의 인기는 대단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어린이펀드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너도나도 펀드 가입에 열을 올렸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당시 국내에 출시된 15개의 어린이펀드에 유입된 돈은 7595억원에 달했고 다음해에도 6072억원이 순유입되는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전체 어린이펀드의 평균수익률은 38%로 집계돼 투자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어린이펀드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이듬해인 2009년 전체 어린이펀드 평균 손실률은 35%를 기록했고 투자자금 543억원이 유출됐다. 그래도 좀 더 지켜보자는 투자자들의 인내는 2010년 한계에 봉착했고 어린이펀드에서 총 5273억원이 더 유출됐다. 이후 유출세는 완화됐지만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갔고 올해 초부터 지난 2월9일까지 195억원이 순유출됐다.
전문가들은 어린이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진 원인으로 다른 펀드에 비해 특별한 이점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어린이펀드는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통해 자녀에게 목돈을 마련해 주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런 마음으로 투자한다면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꾸준히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펀드를 찾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펀드는 일반펀드와 비슷한 변동성을 보였고 오히려 장기적 측면에서 더 부족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현재 국내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어린이펀드 29개를 취합한 결과 어린이펀드의 5년 평균수익률은 22.18%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 24.82%보다 2.64%포인트 낮은 수치다. 올 들어서도 어린이펀드의 수익률은 일반펀드 수익률보다 0.15%포인트 낮아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어린이펀드에 가입한 지 3년가량 됐다는 한 투자자는 “네살배기 아들의 대학등록금을 지금부터 준비하려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어린이펀드에 투자했는데 다른 펀드와 다름없이 수익률이 널뛰기했다”며 “어차피 차이가 없다면 확실한 수익을 추구할지 아니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투자하더라도 자녀에게 증여할 때 별다른 세제혜택이 없는 점 또한 어린이펀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현재 상속증여법상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10년 단위로 만 19세 이하는 2000만원, 만 20세 이상은 5000만원까지 공제된다. 어린이펀드에 투자한 자금도 공제한도 이상이라면 세금을 내야한다.
다만 펀드 운용에 따라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예컨대 만 15세인 자녀의 이름으로 2000만원짜리 어린이펀드에 가입하고 증여신고를 한 후 1년간 2200만원이 됐다면 수익금 200만원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어린이펀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질적인 혜택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펀드수익의 경우 절세효과가 있지만 펀드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공제한도를 늘리거나 증여신고 대행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일희일비’ 하지마라
진흙탕 속에 조개가 숨어있듯 혼탁한 어린이펀드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펀드가 있다. 전체 어린이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와중에도 이 펀드에는 오히려 자금이 몰리는 모양새다. 먼저 ‘NH-CA아이사랑적립 1[주식]Class C1’이다. 이 펀드에는 지난해 403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모든 어린이펀드에서 순유출된 규모가 2523억원임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 1(주식)(A)’과 ‘신영주니어경제박사[주식](종류C 1)’에도 각각 147억원, 38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특히 신영주니어경제박사 펀드는 지난 5년간 수익률이 51.01%에 달해 국내주식형펀드는 물론 전체 어린이펀드 평균치보다 큰 폭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들 펀드의 공통점은 모두 가치주, 성장주, 배당주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 보면 어린이펀드도 증시의 움직임과 궤를 함께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성장할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어린이펀드에 가입할 땐 장기적으로 목적자금을 설정해놓고 자산을 배분해 투자해야 한다”며 “하나의 계좌에서 여러개의 펀드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펀드도 운용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는 가치주·배당주 펀드가 현재 강세를 보이는 것은 트렌드일 뿐 아직 어린이펀드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기적인 변동성에 의해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10년 이상 투자하는 어린이펀드의 특성상 아직 성패를 예단하기는 어려우며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자녀에게 그냥 돈을 주는 대신 돈 버는 법을 알려줄 수 있다는 이 펀드가 부모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어린이펀드는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유형별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이름에 걸맞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어린이펀드에 가입한 아이들은 수준에 맞는 경제관념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해외 탐방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아울러 장기적 관점에서는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다.
어린이펀드는 이 같은 매력을 지니고도 지난 2008년 이후 계속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다. 경기가 불황일 때도 가장 마지막까지 버텨내는 업종은 교육업이라는 얘기가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부모들은 자식의 교육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위한 펀드가 이토록 부진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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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유출되는 자금, 원인은?
지난 2007년 어린이펀드의 인기는 대단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어린이펀드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너도나도 펀드 가입에 열을 올렸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당시 국내에 출시된 15개의 어린이펀드에 유입된 돈은 7595억원에 달했고 다음해에도 6072억원이 순유입되는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전체 어린이펀드의 평균수익률은 38%로 집계돼 투자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어린이펀드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이듬해인 2009년 전체 어린이펀드 평균 손실률은 35%를 기록했고 투자자금 543억원이 유출됐다. 그래도 좀 더 지켜보자는 투자자들의 인내는 2010년 한계에 봉착했고 어린이펀드에서 총 5273억원이 더 유출됐다. 이후 유출세는 완화됐지만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갔고 올해 초부터 지난 2월9일까지 195억원이 순유출됐다.
전문가들은 어린이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진 원인으로 다른 펀드에 비해 특별한 이점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어린이펀드는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통해 자녀에게 목돈을 마련해 주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런 마음으로 투자한다면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꾸준히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펀드를 찾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펀드는 일반펀드와 비슷한 변동성을 보였고 오히려 장기적 측면에서 더 부족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현재 국내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어린이펀드 29개를 취합한 결과 어린이펀드의 5년 평균수익률은 22.18%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 24.82%보다 2.64%포인트 낮은 수치다. 올 들어서도 어린이펀드의 수익률은 일반펀드 수익률보다 0.15%포인트 낮아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어린이펀드에 가입한 지 3년가량 됐다는 한 투자자는 “네살배기 아들의 대학등록금을 지금부터 준비하려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어린이펀드에 투자했는데 다른 펀드와 다름없이 수익률이 널뛰기했다”며 “어차피 차이가 없다면 확실한 수익을 추구할지 아니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투자하더라도 자녀에게 증여할 때 별다른 세제혜택이 없는 점 또한 어린이펀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현재 상속증여법상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10년 단위로 만 19세 이하는 2000만원, 만 20세 이상은 5000만원까지 공제된다. 어린이펀드에 투자한 자금도 공제한도 이상이라면 세금을 내야한다.
다만 펀드 운용에 따라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예컨대 만 15세인 자녀의 이름으로 2000만원짜리 어린이펀드에 가입하고 증여신고를 한 후 1년간 2200만원이 됐다면 수익금 200만원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어린이펀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질적인 혜택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펀드수익의 경우 절세효과가 있지만 펀드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공제한도를 늘리거나 증여신고 대행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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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희일비’ 하지마라
진흙탕 속에 조개가 숨어있듯 혼탁한 어린이펀드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펀드가 있다. 전체 어린이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와중에도 이 펀드에는 오히려 자금이 몰리는 모양새다. 먼저 ‘NH-CA아이사랑적립 1[주식]Class C1’이다. 이 펀드에는 지난해 403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모든 어린이펀드에서 순유출된 규모가 2523억원임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 1(주식)(A)’과 ‘신영주니어경제박사[주식](종류C 1)’에도 각각 147억원, 38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특히 신영주니어경제박사 펀드는 지난 5년간 수익률이 51.01%에 달해 국내주식형펀드는 물론 전체 어린이펀드 평균치보다 큰 폭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들 펀드의 공통점은 모두 가치주, 성장주, 배당주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 보면 어린이펀드도 증시의 움직임과 궤를 함께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성장할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어린이펀드에 가입할 땐 장기적으로 목적자금을 설정해놓고 자산을 배분해 투자해야 한다”며 “하나의 계좌에서 여러개의 펀드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펀드도 운용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는 가치주·배당주 펀드가 현재 강세를 보이는 것은 트렌드일 뿐 아직 어린이펀드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기적인 변동성에 의해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10년 이상 투자하는 어린이펀드의 특성상 아직 성패를 예단하기는 어려우며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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