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은행장 내정자가 ‘신한사태’로 벌어진 상처를 어떻게 봉합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는 신한금융그룹 내 최고경영진 간 분열이 일어났던 신한사태 당시 중립을 지켰다. 또 국제금융·영업·자산운용을 두루 거친 ‘국제금융통’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신한은행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받는 이유다.

게다가 현재 은행업은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올해에는 경쟁사인 국민은행이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산적한 과제로 인해 조 내정자는 더할 나위 없이 어깨가 무겁다.

◆첫번째 과제 : 신한사태 후유증 해소

지난 2010년 발생한 신한사태는 금융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경영권을 다투며 비자금, 차명계좌 문제 등으로 법적공방을 벌이다 모두 동반 사퇴했다.

특히 라 전 회장은 ‘알츠하이머’(치매)를 이유로 검찰수사에서 벗어나 화제가 됐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그가 농심의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다는 소식에 비난이 빗발쳤다. 치매를 이유로 검찰 소환에 불응했던 그가 사외이사가 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워서다. 이는 ‘라응찬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번졌고 과거 신한사태는 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인 조 내정자가 서진원 행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오는 3월 말부터 2년간 신한은행을 지휘한다. 표면적으로는 서 행장의 임기 만료로 인한 차기 행장 선출이다. 서 행장은 같은 달 26일 행장직에서 물러난다. 서 행장의 연임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그가 지난 1월 백혈병 진단을 받아 공백이 길어진 데다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사측이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차기 신한은행장을 놓고 저울질 된 4명의 후보 중 조 내정자가 선택받은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신한사태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행장 후보군은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 부사장, 조 내정자 등 4명으로 압축됐다.

신한사태 당시 이성락 사장은 신 전 사장 쪽에 섰다. 위성호 사장과 김형진 부사장은 각각 지주 부사장과 은행 부행장을 지내며 사측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 라 전 회장 진영으로 분류됐다. 조 내정자만 중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기 행장으로 낙점됐다. 앞으로 신한사태로 인한 후유증을 없애는 일은 그가 풀어야 할 첫번째 과제다.

 
조용병 신한은행장 내정자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조용병 신한은행장 내정자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두번째 과제 : 실적 1위 은행 수성

당초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서 행장의 무난한 연임이 점쳐졌다. 건강악화의 변수가 아니었다면 서 행장은 임기만료 후에도 지휘봉을 계속 쥐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1조4552억원이다. 그는 업계 2위인 국민은행의 1조290억원에 비해 4000억원가량 격차를 벌려 놨다. 이처럼 서 행장은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따라서 조 내정자는 서 행장의 뒤를 이어 ‘실적 1위 은행’ 자리를 굳게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더구나 저금리·저수익 경영환경 속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서 행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조 내정자가 풀어야 할 이 두번째 과제 역시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이 ‘리딩뱅크 탈환’을 경영목표로 신한은행을 맹추격하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은 총자산 275조4537억원으로 신한은행(총자산 275조7566억원)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또 KB금융 역시 올해 LIG손해보험 인수를 완료하면 신한금융보다 총자산 규모가 커진다. 게다가 KB금융은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최 전 사장은 지난 1982년 신한은행이 설립될 때 입사해 25년간 신한맨으로 일해 온 인물.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신한의 성장을 지켜본 만큼 그 정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KB금융이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민은행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기존 영역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의 1위 수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조 내정자가 기술금융은 물론 해외진출, 핀테크산업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제 풀면 ‘포스트 한동우’ 유력

신한은행이 리딩뱅크 왕좌를 지켜내려면 국제영업통이 필요하다. 조 내정자가 선임된 것도 이와 관련 있다. 조 내정자는 금융위기 당시 뉴욕지점장을 맡으며 자금조달 등 핵심업무를 수행한 해외영업 경험을 갖췄다. 또 BNP파리바와 합작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2년을 보낸 경력도 있다.

따라서 조 내정자가 자신의 경험을 잘 활용해 마주한 과제들을 해결할 경우 앞으로의 신한금융 지배구도는 새롭게 짜일 수 있다. 그동안 회장의 후계 경쟁에서 은행장은 강력한 현직 프리미엄을 가졌다. 2년 뒤 임기가 끝나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셈이다.

한 회장은 오는 2017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신한금융은 회장직에 만 70세 나이제한을 뒀다. 오는 2017년 임기만료 때 69세가 되는 한 회장은 3연임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 내정자가 앞으로 2년간 한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 내부에 따르면 조 내정자는 금융업에 대한 통찰력과 업무추진력,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갖췄다. 또한 신망도 높아 조직 내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조 내정자가 행장 취임 후 어떤 방식으로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갈지 금융권이 주시하고 있다.

☞프로필
▲1957년 출생 ▲1981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4년 신한은행 입행 ▲1992년 뉴욕지점 대리 ▲ 1995년 신한은행 인사부 차장 ▲2002년 신한은행 인사부 부장 ▲2004년 신한은행 기획부 부장 ▲2007년 신한은행 뉴욕지점장 ▲2009년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2011년 신한은행 리테일 부문장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2013년 1월~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 ▲2015년 2월 신한은행장 내정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