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자산가 A씨는 수익형부동산 상담을 위해 신한은행을 찾았다. 거제지역에 땅을 보유하고 있으나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서였다. 이후 신한은행은 해당 지역에 대한 현장조사를 비롯해 상권 분석, 주변 부동산 개발 사례 등을 분석해 A씨에게 리조트형태의 숙박시설을 제안했고, 개발 예상 비용 및 수익 극대화 방안 등을 담은 리포트도 제공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투자자문부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자산가 고객들을 위해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를 도입했다. 심층적인 컨설팅을 원하는 고객들이 흔쾌히 유료서비스에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서비스 확대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 들어 부동산 관련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모은 부자들이 많아 수익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매단' 은행권 유료 부동산자문

◆“고양이 목에 방울 걸었다”

은행권 부동산서비스의 폭이 넓어졌다. 신한은행이 총대를 멨다.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이 도입한 ‘유료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는 이러한 부동산 특화서비스의 실험적 시도로 주목받는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부동산 관련 상담을 무료 서비스로 제공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신한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부동산투자자문업 등록 인가를 받으면서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 2013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은행도 인가를 받으면 부동산투자자문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무료 부동산 컨설팅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보다 심도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유료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수수료는 자문을 요청한 부동산 시세의 2% 이내다. 100억원 규모인 부동산에 대해 서비스할 경우 최대 2억원을 수수료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신 팀장은  “부동산상품은 금융상품과 달리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사람마다 갖고 있는 정보가 달라 투자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며 "수수료를 내고 안내고는 서비스 품질을 토대로 고객이 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도 부동산 투자자문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되살아나는 흐름를 보이면서 관련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업계에 퍼져있다.

올해 초 머니투데이 더벨이 은행·증권·보험 부동산PB 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문가 절반(53%) 이상이 부동산투자자문업 등록인가 확대가 올해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의 부동산투자자문업 진출이 확대될 경우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부동산 투자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사진제공=신한은행
/사진제공=신한은행

◆신먹거리, 비이자수익 확대 이끌까

이제 첫 발을 뗀 은행권 부동산 투자자문서비스의 시장 안착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신한은행이 부동산 투자자문서비스를 시행한 후 지난 3개월 여 동안 계약한 부동산가액 합계는 200억원 규모다. 신한은행 측은 “아직 서비스규모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해외 선진은행에서 일반화된 유료 부동산자문 시장에 진입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권의 부동산서비스 확대는 은행들의 비이자수익 증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저금리기조로 이자수익이 줄어든 은행권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UBS나 웰스파고 같은 글로벌 주요 은행들의 경우 총수익 대비 비이자수익이 절반에 달하는 반면, 국내 시중은행은 총수익 대비 비이자수익이 10% 정도에 불과해 수익 다각화가 절실하다.

그러나 ‘공짜 서비스’에 익숙한 국내 금융권 문화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외국처럼 전문 상담에 맞는 유료 부동산자문서비스가 자리 잡겠지만 시행 초기에는 은행에서 돈을 내고 부동산 상담을 받는다는 개념이 생소하다보니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 SC은행은 지난 2011년 7월 국내 은행 최초로 은행의 투자자문 겸업 승인을 받아 자문업자로 등록했지만 영업실적이 없어 금감원으로부터 투자자문업 등록 취소 대상이 됐다.

자칫 ‘상권’ 침해의 오해를 받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은행들이 부동산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부동산 관련 업계와 마찰을 빚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이와 관련 “PB센터의 자산가 고객에 한해 '수익성 부동산' 관련 투자자문서비스를 진행 중”이라고 대상을 제한했다. 부동산 매매 가격의 적정성 및 활용방안에 대한 컨설팅이 주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옛 주택은행 시절부터 쌓은 부동산 데이터가 풍부한 KB국민은행이 유료 부동산서비스 도입에 주춤한 것도 부동산 관련 업계의 영향력을 의식한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전문가와 함께 부동산 현장을 둘러보는 ‘도심상권 현장 투어’를 비롯해 부동산 개발 및 리모델링을 통한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는 ‘부동산 밸류업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시장의 반응을 읽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전문 인력을 확충하면서 올해 부동산 투자자문업 등록 인가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측도 “긍정적으로 유료 부동산 투자상담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부동산 자문서비스 확대가 새로운 먹거리 창출의 기회가 될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