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인스타그램이 그리워요. 나만의 사진을 올리고 또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갔는데 요즘은 홍보, 마케팅 도구로 변질된 것 같아요.”


모기업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A씨(29·여). 그녀는 며칠 전 눈물을 머금고 즐겨 찾던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의 탈퇴 버튼을 눌렀다. 유명세를 타고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이 급증하면서 예전의 분위기가 퇴색됐다는 게 탈퇴의 이유였다.


 

#먹스타그램으로 검색한 후 나타난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먹스타그램으로 검색한 후 나타난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트위터 제친 인스타, 이용자 급증

인스타그램은 지난 2010년 10월 미국에서 탄생한 사진 공유 및 소셜네트워킹서비스다.


사진을 찍음과 동시에 다양한 디지털 효과를 적용,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글보다는 이미지가 주가 되기 때문에 트위터, 페이스북과는 또 다른 SNS로 평가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12월 말 월간활동사용자(MAU)가 3억명을 돌파해 트위터의 MAU(2억8400만명)를 넘어설 만큼 ‘대세’로 떠올랐다. 월간활동사용자란 한달에 한번 이상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실 사용자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스타그램이 주류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지 않지만 20대와 여성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탈퇴를 결심한 A씨는 지난 2013년 초부터 인스타그램을 이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많지 않았던 탓에 자신의 일상 사진 등을 올리며 타인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사진 보정 앱으로 소개받아 시작했다”며 “당시 주변 이용자들을 보면 사진을 찍고 이를 보정(디지털 필터)해 올리는 정도로 사용했다. 지금처럼 이용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홍보를 목적으로 한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오지는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씨의 말처럼 최근 인스타그램에서는 제품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담긴 사진들이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식음료·자동차·IT·패션 등 업종을 불문하고 국내 상당수의 기업들은 시각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사제품을 올리며 해시태그(#)와 함께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시태그를 이용하면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시태그 옆에 제품명을 붙이거나 해시태그에 최근 유명검색어들을 함께 넣어 제품을 홍보하는 식이다.

이 경우 비슷한 사진들이 이용자들의 타임라인을 ‘도배’(다수의 글이 올라오는 것을 의미하는 인터넷용어)할 가능성이 높다. 이용자들의 불만도 여기서 나온다. A씨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공유하는 게 인스타그램의 매력”이라며 “최근에는 똑같은 제품, 비슷한 구도에 사진설명까지 같은 게시물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이나 상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제품을 홍보하는 게시물이 많아진 것도 이용자들의 불만을 초래하는 데 한몫 더한다.

음식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해 인스타그램에 가입한 B씨(32·남)는 퇴근 후 '먹스타그램', '맛스타그램'을 검색하는 게 취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먹스타그램을 검색하면 홍보성 게시물들이 가득해 예전같은 분위기를 잃었다며 불평을 토한다.     

네일아트와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C씨(24·여)도 마찬가지. 그녀는 “해시태그 검색 후 사진을 클릭하면 일부 게시물들은 돈을 받고 제품을 홍보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에서 이러한 홍보 게시물에 질려 인스타그램을 찾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