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학·결혼·집… 평생 저당잡힌 한국인
대출 광풍시대 생존법 / 빚으로 사는 인생
유병철 기자
10,040
2015.04.07 | 0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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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빚으로 살찐 사회다. 군살이 더덕더덕 붙은 것을 넘어 고도비만 위험이 임박했다. <머니위크>는 대출 광풍이 몰아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피할 수 없는 빚일 경우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알아봤다. 아울러 알짜대출 활용법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법을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지금은 대출시대다. 지난 3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역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1%대로 내렸다. 초저금리시대로 접어들면서 주목받은 것은 대출금리다. 적잖은 사람들이 빚을 진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가계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엔 함정이 있다. 대출부담이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은 생활을 위해 더 대출을 받는다. 결국 대출이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대출원금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이헌욱 변호사와 함께 쓴 <약탈적 금융사회>에서 대한민국 사회는 ‘대출을 권하는’ 약탈적 사회라고 지적한다. 원래 소득불안과 생계의 위협은 사회복지로 해결해야 하지만 개인이 알아서 고리의 빚을 내 살아남아야 하는 무서운 환경이라는 것.
제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대출은 한국인의 일상에 밀접해 있다. 대학생들은 비싼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자금대출을 받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돼도 대출에서 멀어지긴 힘들다. 결혼, 자동차 구매, 전세 혹은 월세보증금, 내 집 마련 등 이유도 많다. 그나마 직장생활을 잘해 나가는 경우는 상황이 낫다. 혹시라도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가게라도 내서 먹고 살아야 한다. 구조조정에 따른 퇴사, 희망퇴직, 은퇴자 등은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또다시 대출을 받는 것이다.
◆ 서민대출 끌어올리는 부동산
최근 대출이 증가하게 된 주 요소는 부동산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국내은행의 대출채권 및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원화로 돈을 빌려준 금액(원화대출채권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127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1264조2000억원)대비 9조7000억원(0.8%) 증가한 금액이다.
눈에 띄는 것은 가계대출의 증가세다. 지난 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22조원이다. 전월대비 3조4000억원 늘었다. 2월 기준으로 지난 2002년(5조8000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단연 눈에 띈다.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주택담보대출(369조7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에 달한다. 특히 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2월(1조3000억원)과 비교해 3배나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전체 가계대출보다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마이너스대출 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전세가격의 급등, 월세 증가로 인해 주택구매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최근 몇년간 전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집을 구매하는 가격과 전세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전세가격상승률은 지난 2013년 1월 이후 빠르게 상승, 지난해 3월 9.0%를 기록했다. 이후에는 상승세가 둔화돼 지난 2월 3.0%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월등히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일 발표한 ‘주택임대차시장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거래량은 지난 2011년 88만5000호에서 지난해 86만5000호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거래량은 43만6000호에서 60만1000호로 늘었다.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월세거래 비중은 2011년 33.0%에서 지난해 41.0%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우리 국민들은 집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전세를 선호한다. 섣불리 집을 샀다가 주택가격이 하락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전세는 찾기 어렵다. 집주인들은 저금리시대를 맞아 꾸준히 수입이 들어오는 월세를 선호한다. 임차인으로서는 월세가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월세시대로의 전환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결국 지난해 8월쯤부터 임차인들은 “차라리 은행에 월세를 내겠다”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시작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1%대로 낮추며 대출금리의 부담을 덜어줬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배에 달한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집값을 띄우기 위해 실시했던 규제완화, 주택수요 진작, 공급조절 등의 방안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정부는 돈을 푸는 방안을 선택했다. 바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다. LTV는 70%, DTI는 60%로 각각 규제가 완화됐다. 여기에 1%대의 이자율로 대출받고 주택구입 이후 수익이나 손해를 국민주택기금과 공유하는 신개념 대출상품인 ‘공유형 모기지’를 앞세워 매매거래 활성화를 꾀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매매거래 활성화를 통한 집값 띄우기에 맞춰지면서 대출규모 급증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 대출시대는 끝나지 않는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대출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은 2분기에 가계와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심사를 완화할 방침이다.
올 2분기 돈을 빌린 주체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중소기업 3, 대기업 -6, 가계주택 19, 가계일반 9로 집계됐다. 금융기관 대출태도지수는 대출기준, 규모, 기간 등을 종합 고려해 산출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대출을 완화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은행권이 올 2분기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가계대출을 늘릴 계획임을 알 수 있다.
급증하는 대출로 인해 가계부담이 커진 만큼 대출 부실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3월24일 가계부채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대출 또는 이자만 내는 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조금이라도 대출이자를 낮추고 싶은 이들이 넘쳐나며 ‘흥행’에 성공했다. 불과 4일 만에 연간 한도 20조원이 모두 소진된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금융위원회는 결국 다급하게 2차 안심전환대출을 실시했다.
지금처럼 대출을 권하는 사회구조가 변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대출에 짓눌린 서민들을 위해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햇살론 등의 한도를 늘릴 계획이다. 까다로운 자격요건도 완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달 안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민 가계 빚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가이드라인조차 나오지 않았음에도 시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대출을 조금 더 쉽게 받을 수 있는, ‘대출 권하는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결국 빚 권하는 사회, 대출전성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이헌욱 변호사와 함께 쓴 <약탈적 금융사회>에서 대한민국 사회는 ‘대출을 권하는’ 약탈적 사회라고 지적한다. 원래 소득불안과 생계의 위협은 사회복지로 해결해야 하지만 개인이 알아서 고리의 빚을 내 살아남아야 하는 무서운 환경이라는 것.
제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대출은 한국인의 일상에 밀접해 있다. 대학생들은 비싼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자금대출을 받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돼도 대출에서 멀어지긴 힘들다. 결혼, 자동차 구매, 전세 혹은 월세보증금, 내 집 마련 등 이유도 많다. 그나마 직장생활을 잘해 나가는 경우는 상황이 낫다. 혹시라도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가게라도 내서 먹고 살아야 한다. 구조조정에 따른 퇴사, 희망퇴직, 은퇴자 등은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또다시 대출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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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
◆ 서민대출 끌어올리는 부동산
최근 대출이 증가하게 된 주 요소는 부동산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국내은행의 대출채권 및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원화로 돈을 빌려준 금액(원화대출채권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127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1264조2000억원)대비 9조7000억원(0.8%) 증가한 금액이다.
눈에 띄는 것은 가계대출의 증가세다. 지난 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22조원이다. 전월대비 3조4000억원 늘었다. 2월 기준으로 지난 2002년(5조8000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단연 눈에 띈다.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주택담보대출(369조7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에 달한다. 특히 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2월(1조3000억원)과 비교해 3배나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전체 가계대출보다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마이너스대출 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전세가격의 급등, 월세 증가로 인해 주택구매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최근 몇년간 전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집을 구매하는 가격과 전세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전세가격상승률은 지난 2013년 1월 이후 빠르게 상승, 지난해 3월 9.0%를 기록했다. 이후에는 상승세가 둔화돼 지난 2월 3.0%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월등히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일 발표한 ‘주택임대차시장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거래량은 지난 2011년 88만5000호에서 지난해 86만5000호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거래량은 43만6000호에서 60만1000호로 늘었다.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월세거래 비중은 2011년 33.0%에서 지난해 41.0%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우리 국민들은 집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전세를 선호한다. 섣불리 집을 샀다가 주택가격이 하락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전세는 찾기 어렵다. 집주인들은 저금리시대를 맞아 꾸준히 수입이 들어오는 월세를 선호한다. 임차인으로서는 월세가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월세시대로의 전환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결국 지난해 8월쯤부터 임차인들은 “차라리 은행에 월세를 내겠다”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시작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1%대로 낮추며 대출금리의 부담을 덜어줬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배에 달한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집값을 띄우기 위해 실시했던 규제완화, 주택수요 진작, 공급조절 등의 방안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정부는 돈을 푸는 방안을 선택했다. 바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다. LTV는 70%, DTI는 60%로 각각 규제가 완화됐다. 여기에 1%대의 이자율로 대출받고 주택구입 이후 수익이나 손해를 국민주택기금과 공유하는 신개념 대출상품인 ‘공유형 모기지’를 앞세워 매매거래 활성화를 꾀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매매거래 활성화를 통한 집값 띄우기에 맞춰지면서 대출규모 급증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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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
◆ 대출시대는 끝나지 않는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대출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은 2분기에 가계와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심사를 완화할 방침이다.
올 2분기 돈을 빌린 주체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중소기업 3, 대기업 -6, 가계주택 19, 가계일반 9로 집계됐다. 금융기관 대출태도지수는 대출기준, 규모, 기간 등을 종합 고려해 산출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대출을 완화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은행권이 올 2분기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가계대출을 늘릴 계획임을 알 수 있다.
급증하는 대출로 인해 가계부담이 커진 만큼 대출 부실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3월24일 가계부채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대출 또는 이자만 내는 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조금이라도 대출이자를 낮추고 싶은 이들이 넘쳐나며 ‘흥행’에 성공했다. 불과 4일 만에 연간 한도 20조원이 모두 소진된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금융위원회는 결국 다급하게 2차 안심전환대출을 실시했다.
지금처럼 대출을 권하는 사회구조가 변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대출에 짓눌린 서민들을 위해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햇살론 등의 한도를 늘릴 계획이다. 까다로운 자격요건도 완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달 안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민 가계 빚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가이드라인조차 나오지 않았음에도 시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대출을 조금 더 쉽게 받을 수 있는, ‘대출 권하는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결국 빚 권하는 사회, 대출전성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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