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원짜리 공연이 자고나니 17만원… '온라인 암표' 극성
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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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지난 10년 동안 가수 성시경을 한결같이 응원해 주위 사람들에게 자타공인 성빠(성시경 극성팬)로 불리는 A씨. A씨는 지난 밤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오는 5월 봄을 맞아 열리는 콘서트 표 예매가 어제(7일) 저녁 8시에 진행됐는데 예매자가 몰린 탓에 그만 표를 구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밤 내내 우울증에 시달리던 A씨는 티켓이 매진된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중고 사이트에서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반가움에 얼른 게시물을 클릭해보니 티켓 가격은 이미 2배 가까이 뛰어오른 상태였다. 예상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A씨는 순간 멈칫했지만 콘서트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티켓을 구매했다.
봄 시즌을 맞아 인기가수들의 콘서트 일정이 속속 잡히면서 인터넷상에서 ‘온라인 암표’ 거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 티켓 예매가 진행된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티켓의 원래 가격보다 1.5~2배 높은 가격으로 티켓을 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온라인 전문 암표상’이 등장한 것.
문제는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오프라인 암표 거래의 흐름과 달리 온라인 거래는 단속 기준이 명확치 않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티켓 매진 다음 날 “콘서트 표 팔아요”… 전문 암표상 ‘극성’
온라인을 기반으로 암표를 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온라인 전문 암표상’ 관련 문제는 비단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들은 인터넷 최대 중고커뮤니티인 네이버카페 ‘중고나라’를 기반으로 중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문적으로 암표를 판매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본보 취재팀이 8일 해당 사이트를 통해 암표 판매 실태를 살펴본 결과 온라인 티켓 거래는 판매하는 입장에서나 구매하는 입장에서나 이미 자연스러운 행위로 이해되고 있었다.
문제는 인기 공연의 경우 티켓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에 팔려나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7일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가 진행된 성시경 콘서트의 티켓 가격은 VIP석의 경우 좌석 당 20만원에 근접한 수준에서 팔려나가고 있었다. 이 공연의 실제 가격은 VIP석 12만1000원, R석 11만원, S석 9만9000원, A석 8만8000원, B석 6만6000원 등이다. 공연 예매가 진행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티켓 가격이 2배 가까이 뛰어오른 셈.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 콘서트’의 티켓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는 24일부터 25일 양일 간 진행되는 해당 공연의 티켓 정가는 11만원(전석 균일)이다. 하지만 이 티켓도 현재 중고 사이트, SNS 등을 통해 15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공연을 보는 이들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문제성은 더욱 커진다.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문적으로 암표를 판매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의 거래가 대부분 ‘비밀댓글’을 통해 경매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티켓이 얼마정도에 팔려나가는지 파악조차 하기 힘들다.
이같은 실정에도 오프라인 암표 관련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것과 달리 온라인 암표 시장은 사실상 제재할 만한 수단이 없어 ‘사각지대’로 분류되고 있다. 그럼에도 온라인 암표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인터넷 판매도 암표 매매 단속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범죄처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이 법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티켓 판매 업체 직원까지 “인기 콘서트 암표 팔아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에는 급기야 콘서트 티켓 판매를 진행하는 업체 직원이 공연 티켓을 부정 판매하는 어이없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그룹 인피니트의 콘서트 예매를 단독 진행한 인터파크 측에서 티켓을 부정 판매하는 사고가 일어난 것.
지난해 7월 진행된 인피니트의 콘서트는 팬클럽 선 예매 오픈과 동시에 7000석 전석이 매진됐다. 이에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 사이에 암표 가격에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 가운데 내부 직원의 암표 거래가 밝혀진 것이다. 심지어 해당 직원의 적발은 암표 판매 과정에서 표를 사려던 팬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인터파크티켓 측은 “인터파크 개발담당 신입직원 한 명이 모니터링용 권한을 이용해 티켓을 구매한 후 재판매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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