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자아를 찾는 언니들의 발칙한 뮤지컬 '쿠거'
정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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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뮤지컬 '쿠거'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빠르게 좌석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주말엔 일부 좌석만 남아있을 정도로 사실상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이 뮤지컬은 중년여성들을 위한 작품이라고한다. 하지만 중년남성들의 호응도 상당하다. 객석에서의 반응은 중년남성 관객들의 반응이 더 뜨거웠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모르는 언니들의 발칙한 뮤지컬 '쿠거' 이야기다.
박해미, 김선경,최혁주,김혜연,김희원 등 어느덧 중년이 되어버린 베테랑 배우들이 중년여성의 단면을 무대에서 보여준다.
등장인물 중 '쿠거바'를 운영하는 '메리마리' 김희원의 존재감이 단연 돋보인다. 그녀는 극 전반을 이끌어가며 자칫 어색할 수 있는 19금 뮤지컬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19금 타이틀에 어울리는 적절한 바디랭귀지와 비음 섞인 찰진 대사는 탁월한 존재감으로 남성관객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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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지컬 '쿠거', 메리마리 '김희원'>
김선경은 남편과 딸이 세상에 전부인 듯 살아왔던, 어찌 보면 순진하지만 솔직하지 못했던 '릴리'를 연기한다. 베테랑 연기자의 안정된 연기와 차분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는 극의 중심역할을 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가장 현실적인 인물로 여성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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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지컬 '쿠거'>
방송국PD '클래리티' 최혁주는 '쿠거'를 파헤치다 자신이 '쿠거'가 되어버린다. 자위기구를 들고 열연하는 넘버에선 선정적인 모습보다는 오히려 공감 가는 가사로 설득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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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지컬 '쿠거', 클래리티 '최혁주'>
'벅'을 소화한 조태연의 연기도 볼만하다. 멀티맨으로 다양한 남성을 표현한다. 특히 '클래리티'와의 교감을 이뤄내는 '골리앗'의 모습에선 여성관객들의 상당한 지지를 얻은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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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지컬 '쿠거'>
기자는 40대 중년 남자다. 철저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 중년여성을 위한 뮤지컬이라 했지만, 남자인 기자가 바라 본 결론은 '남자'가 봐야 할 뮤지컬이었다.
"나이 든 여자가 사랑을 하면 좋은 게 뭔지 아니? 두 사람 모두에게 가장 좋은 걸 선택할 수 있다는 거야."
극 후반부 '릴리'가 '벅'에게 이별을 암시하며 해 준 말이다. 이 대사가 여성관객들에게만 공감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극 중 모든 캐릭터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름의 현실 속에서 '자아'를 찾는다.
우리 모두는 이 작품을 보고 난 후 격하게 '공감'하겠지만, 결국 일상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료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인생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40~50대 중년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은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연하남마저도 저절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적인 연상녀를 가리키는 신조어 ‘쿠거’를 소재로 다루며 중년 여자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한, 여자들을 위한 진짜 이야기다.
4월 10일부터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쿠거'는 여자들만의 은밀한 상상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 즐거움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7월 26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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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래 기자
머니S 강인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