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정체불명 거장의 사진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이름도 직업도 숨긴 채 정체불명의 필름 15만장을 남긴 미스터리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추리극처럼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누구에게도 공개된 적 없는 주옥같은 사진을 남긴 비비안 마이어. 그녀를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숨긴 채 ‘비브’, ‘미스 스미스’, ‘비비안’이라고 소개했으며 어떤 이들에게는 ‘스파이’가 직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각각 기억하는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증언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일반적인 전기 다큐멘터리 장르를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비비안 마이어가 세상에 공개된 과정이 흥미롭다. 지난 2007년 역사책에 쓰일 과거 거리 사진을 찾기 위해 집앞 경매장을 찾은 역사학자 존 말루프는 그곳에서 인화되지 않은 필름 수십만 장이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하고 그 상자를 380달러에 낙찰받게 된다.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의 이름은 다름아닌 비비안 마이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도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자 존 말루프는 필름 일부를 스캔한 뒤 자신의 SNS(Flickr)에 올렸고, 비비안 마이어가 그랬던 것처럼 정사각형 프레임으로 사진을 찍어 SNS(instagram)에 올리는 수많은 네티즌들은 그녀의 사진에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낸다. 존 말루프는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하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에 매료될수록 그녀가 누구였는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 존 말루프는 그녀의 정체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1926년생인 비비안 마이어가 SNS를 통해 데뷔한 사실도 놀랍지만, 그녀의 사진은 소셜 미디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전문가들로부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프랭크, 헬렌 레빗, 다이앤 아버스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1926~2009
비비안 마이어는 지난 1926년 2월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2009년 4월 하일랜드 파크에 있는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녀는 40년 동안 끊임없이 사진을 찍었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다. 적어도 지난 2007년 존 말루프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는.

#롤라이플렉스
비비안 마이어가 주로 사용했던 카메라는 1:1 비율로 찍히는 ‘롤라이플렉스’로 카메라의 뷰파인더가 하늘을 향해 있어 상대방이 사진에 찍히는지 알아챌 수 없는, 위장하기에 좋은 카메라였다. 그래서 그녀는 종종 자신을 ‘스파이’라고 밝혔는지도 모른다.  이 카메라를 통해 수많은 인물 사진을 남겼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