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3중고' 페르노리카, 3등 시간문제?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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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 위스키 수입업체인 페르노리카코리아가 흔들린다. 노조파업으로 노사 간 균열이 심해진데다 사장의 언행과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적자전환으로 실적하락에 신음하는 사이 대주주에게 수백억원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이른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 노조 총파업으로 뒤숭숭
“매출 6000억원, 업계 1위던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장 마누엘 사장 부임 후 3등 업체로 전락할 처지다. 경영실적은 최악인데 본국에는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보낸 것도 모자라 인종비하 발언과 노조탄압까지 일삼고 있다.”
지난 4월21일 174명의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장 마누엘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것. 한달이 지난 5월21일 현재까지 노사 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타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노조원들의 파업명분은 크게 세가지다. ▲‘8%’ 임금인상을 비롯해 ▲지난 4년간 실적하락에 따른 사장의 자진 사퇴 ▲한국 임직원에 대한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언행과 노조탄압에 대한 사장의 사과가 그것.
노조와 사측은 지난해 6월부터 파업 직전까지 12차례에 걸쳐 임금협상을 벌였지만 8%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사측은 ‘1.5%’안으로 맞서며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최유열 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4년간 경쟁회사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도 사측의 배당은 증가하고 임금인상은 2.2%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경영성적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만도 총파업을 이끈 원인. 노조는 "4년 전 장 마누엘 사장 취임당시 경쟁업체와 대등한 관계였으나 지금은 여러모로 뒤지고 있다"며 "경영은 사측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했던 CEO가 책임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실제 주류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출고량은 50만1130상자로 전년 대비 13.5% 줄었다. 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의 출고량이 전년 대비 불과 2.1% 감소(70만5177상자)한 것에 비하면 확실히 저조한 실적이다.
◆ 장 마누엘 사장 막말 파문
실적저하 외에 노조원들의 집단행동에는 장 마누엘 사장의 태도도 관련돼 있다. 특히 막말논란에 대한 후폭풍이 크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장 마누엘 사장은 평소 한국 직원들에게 'empty head’(빈 머리)라는 단어를 쓰는가 하면 ‘시키는대로 하라’는 식의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았다. 노조 관계자는 "인종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인격적인 모욕을 주고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면서 “사장 부임 후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경영으로 인해 직원들의 이직률이 기존 4%에서 10%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은 "인종비하 발언은 전혀 없었다. 노조파업도 임금협상이 주 원인이지 사장의 발언내용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 마누엘 사장은 노조의 총파업 결의 전까지 12차례에 걸쳐 노사 간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단 한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노사 간 대립이 격해진 상황에서 이뤄진 집중 교섭기간에는 3주간 해외 출장을 떠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파업 이후 5월 중순부터 시작된 현재의 교섭자리에는 참여하고 있다.
◆ 실적 떨어져도 주주배당은 '펑펑'
페르노리카코리아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는 대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 이슈다. 노조원들은 이번 총파업의 명분에도 배당금 얘기를 거론했다. 무엇보다 페르노리카코리아와 관계사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이 순이익면에서 동반 적자전환한 상황에서 대주주에게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안긴 것에 노조의 반발심리가 크다.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2014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에 총 220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80억원,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140억원이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같은 회계연도 기간에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순이익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주주의 배당금이 지급됐다는 사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매출액(1247억원)과 영업이익(57억원)이 전기 대비 각각 4.59%, 73.61%가 떨어졌다. 당기순이익도 전기에는 146억원 흑자를 냈으나 지난해 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역시 매출 1675억원, 영업이익 233억원이었으나 전기와 비교해 각각 13.48%, 35.46%나 감소했다. 순이익도 268억원 흑자에서 5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두 회사는 지난 2010년 이후 약 8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대주주에게 지급했다. 더욱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30여명의 직원들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대주주에게 보낸 배당금의 상당액은 본사 임원들의 연봉과 고급 승용차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같은 비난 여론에 대해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은 “적법하게 진행된 배당”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수년째 한국 위스키시장에서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는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여름나기가 이제 막 시작됐다. 하지만 조금은 버거워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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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페르노리카코리아 노동조합 |
◆ 노조 총파업으로 뒤숭숭
“매출 6000억원, 업계 1위던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장 마누엘 사장 부임 후 3등 업체로 전락할 처지다. 경영실적은 최악인데 본국에는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보낸 것도 모자라 인종비하 발언과 노조탄압까지 일삼고 있다.”
지난 4월21일 174명의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장 마누엘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것. 한달이 지난 5월21일 현재까지 노사 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타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노조원들의 파업명분은 크게 세가지다. ▲‘8%’ 임금인상을 비롯해 ▲지난 4년간 실적하락에 따른 사장의 자진 사퇴 ▲한국 임직원에 대한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언행과 노조탄압에 대한 사장의 사과가 그것.
노조와 사측은 지난해 6월부터 파업 직전까지 12차례에 걸쳐 임금협상을 벌였지만 8%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사측은 ‘1.5%’안으로 맞서며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최유열 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4년간 경쟁회사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도 사측의 배당은 증가하고 임금인상은 2.2%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경영성적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만도 총파업을 이끈 원인. 노조는 "4년 전 장 마누엘 사장 취임당시 경쟁업체와 대등한 관계였으나 지금은 여러모로 뒤지고 있다"며 "경영은 사측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했던 CEO가 책임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실제 주류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출고량은 50만1130상자로 전년 대비 13.5% 줄었다. 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의 출고량이 전년 대비 불과 2.1% 감소(70만5177상자)한 것에 비하면 확실히 저조한 실적이다.
◆ 장 마누엘 사장 막말 파문
실적저하 외에 노조원들의 집단행동에는 장 마누엘 사장의 태도도 관련돼 있다. 특히 막말논란에 대한 후폭풍이 크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장 마누엘 사장은 평소 한국 직원들에게 'empty head’(빈 머리)라는 단어를 쓰는가 하면 ‘시키는대로 하라’는 식의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았다. 노조 관계자는 "인종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인격적인 모욕을 주고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면서 “사장 부임 후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경영으로 인해 직원들의 이직률이 기존 4%에서 10%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은 "인종비하 발언은 전혀 없었다. 노조파업도 임금협상이 주 원인이지 사장의 발언내용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 마누엘 사장은 노조의 총파업 결의 전까지 12차례에 걸쳐 노사 간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단 한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노사 간 대립이 격해진 상황에서 이뤄진 집중 교섭기간에는 3주간 해외 출장을 떠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파업 이후 5월 중순부터 시작된 현재의 교섭자리에는 참여하고 있다.
◆ 실적 떨어져도 주주배당은 '펑펑'
페르노리카코리아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는 대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 이슈다. 노조원들은 이번 총파업의 명분에도 배당금 얘기를 거론했다. 무엇보다 페르노리카코리아와 관계사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이 순이익면에서 동반 적자전환한 상황에서 대주주에게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안긴 것에 노조의 반발심리가 크다.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2014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에 총 220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80억원,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140억원이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같은 회계연도 기간에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순이익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주주의 배당금이 지급됐다는 사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매출액(1247억원)과 영업이익(57억원)이 전기 대비 각각 4.59%, 73.61%가 떨어졌다. 당기순이익도 전기에는 146억원 흑자를 냈으나 지난해 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역시 매출 1675억원, 영업이익 233억원이었으나 전기와 비교해 각각 13.48%, 35.46%나 감소했다. 순이익도 268억원 흑자에서 5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두 회사는 지난 2010년 이후 약 8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대주주에게 지급했다. 더욱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30여명의 직원들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대주주에게 보낸 배당금의 상당액은 본사 임원들의 연봉과 고급 승용차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같은 비난 여론에 대해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은 “적법하게 진행된 배당”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수년째 한국 위스키시장에서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는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여름나기가 이제 막 시작됐다. 하지만 조금은 버거워 보인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1975년 설립된 프랑스 주류 회사 페르노리카가 본사로, 한국에서는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두개 법인이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주류의 수입판매를 주된 사업으로 한다면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주류의 제조와 판매를 같이 한다. 페르노리카는 임페리얼을 비롯해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샬루트, 앱솔루트 등의 위스키와 와인, 커피 등의 제품라인을 갖췄다. 지난 2000년 진로발렌타인스를 인수한 이후 위스키업계 1위로 올랐지만 2008년 이후 영국에 본사를 둔 디아지오코리아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지난 1975년 설립된 프랑스 주류 회사 페르노리카가 본사로, 한국에서는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두개 법인이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주류의 수입판매를 주된 사업으로 한다면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주류의 제조와 판매를 같이 한다. 페르노리카는 임페리얼을 비롯해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샬루트, 앱솔루트 등의 위스키와 와인, 커피 등의 제품라인을 갖췄다. 지난 2000년 진로발렌타인스를 인수한 이후 위스키업계 1위로 올랐지만 2008년 이후 영국에 본사를 둔 디아지오코리아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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