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 vs KDB대우, 증권사 1등은 누구?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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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불용이호’(一山不容二虎)라는 중국말이 있다. ‘하나의 산은 두마리의 호랑이를 받아주지 않는다’란 뜻이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는 두마리의 호랑이가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바로 NH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이다.
국내 증권가에서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자기자본이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증권업계 부동의 1위였던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말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올 1분기를 기준으로 순위는 변함이 없다. 양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총자본은 4조4212억7500만원이다. KDB대우증권은 4조1979억900만원이다. 양사의 자본금 차이는 2233억6600만원이다.
총자본이나 매출 등 규모 면에서 NH투자증권이 1위다. 하지만 시가총액이나 수익성 등에서는 KDB대우증권이 NH투자증권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1등과 2등의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1위 다툼 또한 치열하다. 대한민국 증권가 1위 자리는 누가 차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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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사진제공=NH투자증권 |
◇ 숫자 놓고 보니 ‘용호상박’
NH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은 비슷한 면이 많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과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은 모두 ‘공채 출신 CEO’다. 또 비슷한 시기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동종혐오라는 말처럼 비슷한 이들 간 경쟁은 치열하다. 자기자본은 NH투자증권이 1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시가총액, 수익성 등 다른 분야는 그렇지 않다. 전반적으로는 1위 자리를 놓고 NH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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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사진제공=NH투자증권 |
주식시장에서만큼은 NH투자증권이 KDB대우증권에 밀린다. 지난달 28일 기준 KDB대우증권의 시가총액은 4조7471억원(주당 1만4500원)인 반면 NH투자증권은 3조5880억원(주당 1만2750원)이다.
자산규모는 NH투자증권이 우위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NH투자증권의 총자산은 40조8266억원에 달한다. 반면 KDB대우증권은 34조2349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수익성은 KDB대우증권의 압승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12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비해 KDB대우증권은 1425억원으로 증권업계 넘버원을 차지했다.
증권업계는 올 2분기에 NH투자증권이 KDB대우증권을 전 분야에서 앞지를 것으로 내다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2분기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는 매출액 4075억원, 영업이익 1027억원, 순이익은 822억원이다. 반면 KDB대우증권은 각각 2234억원, 993억원, 806억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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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사진=머니투데이 DB |
◇ 상반된 전략, 최후에 웃는 자는?
시야를 조금 넓혀 올해 전체로 보자. 증권가는 NH투자증권이 규모면에서, KDB대우증권이 실속면에서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본다.
증권전문가들이 분석한 올해 두 회사의 실적추정치를 살펴봤다. NH투자증권의 매출액 추정치는 1조452억원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802억원, 2903억원으로 집계됐다. KDB대우증권의 매출액 예상치는 9514억원으로 NH투자증권보다 못하다. 그러나 올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110억원, 3237억원으로 NH투자증권보다 낫다. KDB대우증권이 규모는 크지 않아도 잇속은 제대로 챙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두 대표의 전략은 상이하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사업 다각화를 올해 전략으로 내세웠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고객중심의 회사 ▲통합을 통한 성과창출 ▲농협그룹과의 시너지 ▲기존 먹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신시장에서의 독보적 지위 확보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에도 차별화된 회사를 만들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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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사진제공=KDB대우증권 |
반면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의 전략은 조금 다르다. 투자은행(IB)과 영업(S&T), 해외사업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더 높이겠다는 포부 자체는 비슷하다. 그러나 KDB대우증권은 집중하는 분야가 따로 있다. 바로 자산관리(WM)부문이다.
홍 사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KDB대우증권을 한국 최고의 프라이빗 뱅커(PB) 하우스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에는 사내에 PB사관학교를 신설했다. 고객의 자산관리부문에서 경쟁력을 찾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후 이를 차근차근 시행하고 있는 것.
앞으로 두 대표가 남은 임기를 마쳤을때 ‘문어발’과 ‘집중’이라는 상반된 전략이 가져올 성적표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NH투자증권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전 분야에서 1위 자리를 굳힐지, 아니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KDB대우증권의 전략이 빛을 발해 1등 자리를 되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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