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교통사고 1위를 차지하는 항목은 무엇일까. 과속·신호위반·중앙선 침범 등 법규위반이 1위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방주시태만 등과 같은 안전운전 불이행 사고가 가장 많다.


이 같은 전방주시태만 사고를 줄이고자 최근 금융감독원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개정했다. 운전 중 DMB와 같은 영상표시장치를 시청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 과실비율을 10%포인트 가중 적용키로 한 것. 기존에는 DMB 시청·조작으로 인한 과실비율을 따지는 규정이 없었으나 앞으로 운전자에게 사고책임을 보다 명확하게 묻겠다는 의미다.

도로교통법도 일부 운전자의 행동에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토록 개정됐다. 차량운전 중 DMB를 시청하거나 전화 통화하는 경우 전방주시태만으로 간주해 운전자에게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한다. 

전방주시 태만, 가볍지 않은 이유

◆교통사고,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

지난해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망사고의 72%가 안전운전 불이행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사망자 4명 중 3명은 전방주시태만, 운전자 부주의 등과 같은 인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 스마트폰·내비게이션 등 IT장치가 대중화되고 운전 중 전방주의력을 분산시키는 행동이 빈번해지면서 이로 인한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했다.

운전 중 전방주시태만 행동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얼마나 자주 발생할까. 교통안전공단이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졸음운전, 휴대전화 사용, 운전미숙 순으로 안전운전 불이행 행동 발생빈도가 높았다.


특히 졸음운전은 4명 중 1명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2명 중 1명꼴로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급제동·핸들 과다조작 등 운전미숙, 잡담 또는 장난, DMB TV 시청, 차내 장치 조작, 흡연, 화장 등도 전방주시태만 세부형태로 분류됐다.

운전 중 전방주시태만 교통사고 10대 사례는 ▲피로·식곤증 등으로 인해 졸음운전할 때 ▲걸려온 휴대폰을 받거나 문자 확인, 전화를 걸기 위해 버튼을 누를 때 ▲차량 내 라디오나 오디오를 켜거나 채널을 조작할 때 ▲차량 내 에어컨·히터·백미러·선루프 등을 조작할 때 ▲동승자와 대화하면서 고개를 돌리거나 가벼운 장난을 칠 때 ▲운전석에 있는 물건을 잡거나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기 위해 몸을 숙일 때 ▲담배를 피우기 위해 불을 붙이거나 담뱃재를 털기 위해 차 바닥을 볼 때 ▲톨게이트 등에서 통행료 준비를 위해 지갑을 찾거나 지갑에 있는 돈을 꺼낼 때 ▲커피·음료수·햄버거 등 음식을 섭취할 때 ▲여성인 경우 화장할 때 등이다.


이 같은 전방주시태만 행동은 음주운전보다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조사결과 운전 중 휴대전화나 DMB TV 시청 등으로 인해 전방 상황을 인지하고 반응한 시간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으로 규정한 혈중 알콜 농도 0.05%보다 훨씬 높은 0.08%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상 가능성이 4배 이상 높은 셈이다. 운전자가 약 2초 동안 전방주시를 하지 않고 100km/h로 주행할 경우 이동거리가 축구장 길이(110m)의 절반 거리인 약 55m를 눈 감고 주행하는 것과 같다.

또 DMB 시청 중인 운전자의 전방주시율(50.3%)이 혈중알코올농도 0.1%의 음주운전 전방주시율(72.0%)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DMB 시청은 전방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주행차로 유지, 앞 차량과의 적정간격 및 속도유지, 돌발상황에 따른 대처능력 등이 정상적인 주행상태 때보다 감소하는 것이다.

전방주시 태만, 가볍지 않은 이유

◆운전에만 집중해야

전방주시태만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휴대전화는 운전을 시작하기 전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자동차와 연결시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가능한한 운전 중 통화하지 않거나 짧은 답변으로 나중에 다시 통화하는 것이 사고예방에 도움이 된다.

둘째, DMB TV 시청은 법으로 금지한 만큼 운전 중 켜지 않는 것이 좋다. 내비게이션은 음성안내가 가능한 장비를 장착하고 차량이 멈춰서는 신호대기 시간을 이용해 미리 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속도로에서는 반드시 차량을 세우고 길을 검색해야한다.

셋째, 휴대전화 사용이나 DMB TV 시청보다 더 위험한 것이 졸음운전이다. 졸음운전을 예방하려면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시켜 뇌의 산소공급을 원활히 해주고 음악을 듣거나 껌, 음료수 등을 섭취해 주위를 환기하는 것이 좋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속도로 휴게소나 졸음쉼터 또는 안전한 장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전방주시 태만, 가볍지 않은 이유


운전 중 전방주시태만 사고는 ‘몇초 안되는 짧은 시간인데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과 사소한 부주의에서 발생한다. 몇초 안되는 찰나의 순간에 나 자신은 물론 타인의 소중한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방주시태만 교통사고는 치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 그 심각성을 인지해 책임의식을 갖고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나 자신의 나쁜 운전습관, 운전 중 불필요한 행동부터 바꿔 나가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