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한폭이 위아래 30%로 확대됨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감을 뒤로한 채 코스닥시장이 최근 강세다. 당초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형주가 큰 변동폭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중소형주가 몰린 코스닥시장의 향방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코스피시장에서 상하한가 종목이 더 많이 나왔다. 투자자들이 미리 코스닥의 변동성을 짐작하고 한동안 어떻게 장이 돌아갈지 ‘지켜보자’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일부 신용잔고가 높은 종목에 주의하며 지속성장이 가능한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적 측면에서 보면 코스닥시장의 상승장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진열돼있던 백세주를 철수 중인 마트 직원.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진열돼있던 백세주를 철수 중인 마트 직원.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 악재 견뎌낸 코스닥, ‘재도약’

지난 18일 기준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59포인트(0.92%) 상승한 725.20을 기록하며 7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초 660선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한달새 10%이상 오른 셈이다.


연초부터 상승가도를 달린 코스닥지수는 지난 4월22일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건이 터진 이후 급격하게 추락했다. 이전부터 고점 논란이 이어져온 터라 백수오 파동이 풍선처럼 커진 지수에 바늘 역할을 한 것. 사건 당일 오전 720선까지 오른 코스닥지수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 후 급락하더니 9거래일 만에 665선으로 추락했다.

이후 코스닥이 내려갈 만큼 내려갔다는 분석이 부각되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자 지수는 반등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도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등 코스닥시장 자체 펀더멘털이 강화됐다”며 “여기에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매수세도 유입되며 지수의 상승을 견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상승탄력이 붙던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거센 바람에 다시 한번 휘청거렸다. 메르스 여파로 국내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된 것. 증시에서는 메르스 백신을 만든다는 의약품·바이오 테마주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결국 700선에서 한달가량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던 코스닥시장은 지난 15일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을 앞두고 관망하는 장세로 돌아섰다. 역사적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하루 최대 60%의 변동성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지수를 하락 반전시키는 데 일조했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6일 기준 1년간 코스피시장에서 상하한가 횟수는 각각 1612회, 335회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3069회, 690회로 두배가량 많았다”며 “대형악재가 발생하거나 수급상황이 악화되면 중소형주가 많은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동성지표를 따졌을 때도 코스피의 연환산 변동성은 10.7%로 미국(11.7%) 등 주요 선진국증시보다 낮은 편이다. 반면 코스닥의 변동성은 13.1%을 나타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외부변수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STOCK] 코스닥 하반기에도

◆ 신용잔고 높은 종목 피해라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은 곧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뜻으로 통상 시장의 위축을 가져온다. 실제 하루 5억주를 넘나들던 코스닥시장의 거래량도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이후 4억주대로 감소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거래량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시장의 관점이다.

지난 2005년 3월 코스닥의 가격제한폭이 기존 12%에서 15%로 확대됐던 당시 잠시 거래량이 줄었지만 며칠 만에 다시 원상복구된 바 있다. 가격제한폭 규제를 폐지했던 스페인 증시도 1개월가량 거래량이 위축된 후 회복됐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는 신용잔고가 높은 중소형주를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신용잔고는 주가에 레버리지(지렛대) 역할을 해 상승 시에는 더 높은 수익을 안겨주지만 하락 시에는 더 큰 피해를 입히는 양날의 칼 같은 존재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시장 안에서도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 종목의 신용잔고비율이 18%로 나타났다”며 “유통주식수에 비해 신용잔고비율이 높은 종목은 주가가 내려갈 때 반대매매에 따른 낙폭이 추가로 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증시의 신용잔고는 가격제한폭 확대를 앞두고 증권사가 신용공여 제도를 강화함에 따라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29일 3조7000억원이던 코스피의 신용잔고는 지난 11일 3조6700억원으로, 코스닥의 신용잔고는 4조원에서 3조8900억원으로 줄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신용잔고 절대금액 차이는 크지 않지만 시가총액 대비 비중을 보면 코스닥이 2.0%로 코스피(0.3%)보다 큰 규모임을 알 수 있다.

높은 변동성을 제쳐두고 시장 자체의 펀더멘털을 살펴보면 아직 코스닥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컨센서스가 있는 기업의 순이익은 937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5637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66.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23.1%의 순이익 증가율을 보인 코스피시장보다 높은 셈이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주도주 중 매출성장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매출보다 높은 영업이익 성장으로 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등 종목을 슬림화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