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건선 치료, 스테로이드가 정답일까?
# 대학생 강모(24, 여)씨는 건선을 앓은 지 5년 정도 됐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피부건선 진단을 받은 이래로 약도 먹고, 스테로이드 연고도 바르며 지냈다. 그 때마다 건선 증상이 좋아지다 말다 하면서 햇수로 5년을 넘기다 보니 건선이 평생 갖고 가야 하는 질환은 아닌지,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게 됐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각종 피부질환에 흔히 사용된다. 건선피부염은 물론 단순발진, 두드러기,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아토피 피부염까지 폭넓게 사용되는데 붉은 발진과 가려움을 신속하게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부작용이 동반되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강한 등급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되고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보통 가장 강한 1등급에서부터 숫자가 커질수록 약한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일반적으로 1~5등급 또는 1~7등급으로 구분한다. 이 중 1등급에 해당하는 강력한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경우 낮은 등급의 스테로이드에 비해 발진을 신속하게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그 만큼 부작용도 강한 경향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강한 등급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스테로이드 부작용은 피부가 얇아지는 것으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를수록 피부 두께가 얇아져 모세혈관이나 정맥 혈관이 비쳐 보일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이렇게 얇아진 피부는 조금만 긁히거나 스쳐도 상처가 나고 살갗이 찢어져서 출혈이 생길 수 있으며, 혈관도 약해져 가볍게 멍이 잘 드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피부에 드러나면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몸에 털이 많아지는 다모증 또한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이다.



이 밖에도 스테로이드를 오래 사용하면 흔히 ‘튼살’이라고 말하는 팽창선조도 나타나게 되며, 부작용이 심할 경우 피부 면역력 저하로 인해 각종 감염증에 취약해질 수 있으며, 녹내장, 골다공증, 대퇴골두무혈성괴사, 위염, 위궤양의 위험이 경고되고 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가장 전형적인 것은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이다. 스테로이드를 과도하게 사용하였거나,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유독 민감한 경우 환자의 얼굴이 달덩이처럼 둥글게 변하고, 목 뒤에는 지방이 축적되며, 복부의 중심성 비만과 함께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거미형 체형으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쿠싱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러한 각종 부작용 때문에 스테로이드 제제의 사용은 전문의와의 상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하고, 절대로 남용하지 않도록 권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스테로이드 제제를 주로 사용해온 피부 건선 환자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건선, 스테로이드부터 끊어라’는 저서에서 스테로이드 제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나 오남용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 박사는 스테로이드에 관해 “스테로이드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건선 초기에 스테로이드로 증상이 완화돼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는 경우도 있다”며 “이처럼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사용할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오남용 할 경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강한 등급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거나 바디로션처럼 많은 양을 바르는 등 남용할 경우 한 순간에 홍피성 건선으로 악화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책의 또 다른 저자인 강남동약한의원 양지은 원장은 “순간적인 효과도 부작용도 강력한 경우가 많은 고강도 스테로이드 제제의 경우 임의로 사용하기 보다는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을 거쳐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환자 역시 사용 방법과 용량을 잘 지킬 필요가 있다”며 “면접이나 결혼식 등 일시적으로 증상을 숨기거나 완화시킬 필요가 있는 시기에 단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건선 초기 단계를 넘어 만성화되기 시작한 경우,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그 때뿐, 건선이 다시 악화되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한의학적인 치료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때 ‘신이 내린 기적의 약’으로 불리던 스테로이드 제제의 경우 뛰어난 효과만큼이나 많은 부작용을 갖고 있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 스스로 스테로이드 제제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으며, 만약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은데 너무 강력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면 서서히 등급을 낮춰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이기훈 박사는 “최근 스테로이드 제제의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는 반면, 면역억제제에 대한 경각심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약한 면역억제제의 일종이다. 바꿔 말하면, 면역억제제는 스테로이드로 반응을 하지 않는 중증의 건선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으며, 그 만큼 큰 부작용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스테로이드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면역억제제를 남용하는 것은 한층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강남동약한의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