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메르스 문턱' 못 넘는 제약사 영업맨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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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기피하면서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제약사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그렇다고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을 수도 없다. 제약사보다 의약품 납품처인 대형·종합병원이 더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고 있어서다. 대형·종합병원은 메르스 발병 근원지로 인식되는 곳이다.
더 큰 문제는 메르스 파동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최근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돌아선 분위기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내기엔 역부족이다. 환자가 안심하고 병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월 2500억 증발… 신약 출시 무기한 '연기'
이처럼 메르스 공포가 계속되면서 제약업계는 실적 공포에 떨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메르스 사태로 입은 제약업계의 피해규모가 월 2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추정치일 뿐 실제 피해금액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제약사는 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곳도 있다. 또 상당수 제약사는 현재(7월 초)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10~30%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의약품을 주로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도 초비상이다. 다국적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 같다"면서 "메르스 사태가 빨리 종식되길 바랄 뿐"이라고 탄식했다.
물론 일각에선 일반의약품 매출이 소폭 늘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제약사가 약국에 납품하는 일반의약품보다 대형병원에 납품하는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은 터라 제약사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는 일반의약품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약개발도 가동을 멈췄다. 메르스 감염 우려로 대형·종합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중단하거나 임상시험 병원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제약사는 신약을 출시하기 전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허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임상시험 대상자들이 메르스 감염 우려로 병원 출입을 꺼리면서 세포유전자를 활용한 퇴행성관절염 신약 출시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15년간 개발한 이 약은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3상 허가를 받았다. 국내 임상시험만 거치면 되는데 메르스 여파로 시험 계획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 6월 중 9개 제품에 대해 임상 승인을 받았다. 병원이 직접 진행하는 연구자 임상시험도 3건 있지만 나머지 임상시험은 제약사들과 손잡고 막바지 단계인 임상3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메르스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고 병원 부분 폐쇄 연장으로 임상 시험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제약사가 매출감소와 더불어 수금부진까지 겪고 있는 셈이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협회가 뒤늦게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협회는 최근 전 회원사를 대상으로 매출 감소금액과 요양기관, 약국 등으로부터의 수금 실적, 임상시험 관련 차질 사례 등 전반적인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협회는 결과가 나오는대로 다른 의약 관련 단체들과 함께 메르스 피해에 따른 정부 지원 대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먼저 1차적으로 장기저리융자 지원 요청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변 눈치에… 힘겨운 영업사원
메르스 파동 피해는 제약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약 영업사원들도 정신적으로 힘들긴 마찬가지다. 영업사원들은 메르스로 인해 현재 영업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병원을 방문해 의약품을 팔아야 하는데 병원 출입이 쉽지 않아서다. 자칫 영업사원들이 메르스 감염 전파자로 오인될 우려도 있다.
일부 병원은 영업사원 출입금지라는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일부 제약사조차도 자체적으로 영업사원들에게 대형병원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들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근무시간에 사내 교육을 듣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병원을 자주 오간다는 이유로 주변인들로부터 격리 당하는 2차 피해도 상당해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지인들은 물론 가족들조차 접촉을 꺼린다”며 “영업부진도 걱정인데 주변인들에게 민폐까지 끼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씁쓸해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을 수도 없다. 제약사보다 의약품 납품처인 대형·종합병원이 더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고 있어서다. 대형·종합병원은 메르스 발병 근원지로 인식되는 곳이다.
더 큰 문제는 메르스 파동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최근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돌아선 분위기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내기엔 역부족이다. 환자가 안심하고 병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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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입구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출입금지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
◆월 2500억 증발… 신약 출시 무기한 '연기'
이처럼 메르스 공포가 계속되면서 제약업계는 실적 공포에 떨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메르스 사태로 입은 제약업계의 피해규모가 월 2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추정치일 뿐 실제 피해금액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제약사는 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곳도 있다. 또 상당수 제약사는 현재(7월 초)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10~30%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의약품을 주로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도 초비상이다. 다국적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 같다"면서 "메르스 사태가 빨리 종식되길 바랄 뿐"이라고 탄식했다.
물론 일각에선 일반의약품 매출이 소폭 늘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제약사가 약국에 납품하는 일반의약품보다 대형병원에 납품하는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은 터라 제약사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는 일반의약품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약개발도 가동을 멈췄다. 메르스 감염 우려로 대형·종합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중단하거나 임상시험 병원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제약사는 신약을 출시하기 전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허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임상시험 대상자들이 메르스 감염 우려로 병원 출입을 꺼리면서 세포유전자를 활용한 퇴행성관절염 신약 출시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15년간 개발한 이 약은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3상 허가를 받았다. 국내 임상시험만 거치면 되는데 메르스 여파로 시험 계획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 6월 중 9개 제품에 대해 임상 승인을 받았다. 병원이 직접 진행하는 연구자 임상시험도 3건 있지만 나머지 임상시험은 제약사들과 손잡고 막바지 단계인 임상3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메르스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고 병원 부분 폐쇄 연장으로 임상 시험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제약사가 매출감소와 더불어 수금부진까지 겪고 있는 셈이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협회가 뒤늦게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협회는 최근 전 회원사를 대상으로 매출 감소금액과 요양기관, 약국 등으로부터의 수금 실적, 임상시험 관련 차질 사례 등 전반적인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협회는 결과가 나오는대로 다른 의약 관련 단체들과 함께 메르스 피해에 따른 정부 지원 대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먼저 1차적으로 장기저리융자 지원 요청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변 눈치에… 힘겨운 영업사원
메르스 파동 피해는 제약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약 영업사원들도 정신적으로 힘들긴 마찬가지다. 영업사원들은 메르스로 인해 현재 영업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병원을 방문해 의약품을 팔아야 하는데 병원 출입이 쉽지 않아서다. 자칫 영업사원들이 메르스 감염 전파자로 오인될 우려도 있다.
일부 병원은 영업사원 출입금지라는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일부 제약사조차도 자체적으로 영업사원들에게 대형병원 출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들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근무시간에 사내 교육을 듣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병원을 자주 오간다는 이유로 주변인들로부터 격리 당하는 2차 피해도 상당해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지인들은 물론 가족들조차 접촉을 꺼린다”며 “영업부진도 걱정인데 주변인들에게 민폐까지 끼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씁쓸해했다.
☞ 기 살려주기 나선 제약사 '훈훈'
메르스 사태로 회사 내부 분위기가 침통한 가운데 일부 제약사들이 임직원 기 살려주기에 나서 훈훈함을 자아낸다.
동화약품은 최근 자기주식 5만3500주를 처분해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출연했다. 국내 상장법인의 우리사주 평균 지분율이 1.25% 에 머무르는 데 비해 동화약품은 5%에 달한다. 앞서 동화약품은 지난 1월에도 32만주의 자사주를 17억9200만원에 취득해 우리사주에 무상으로 나눠준 바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 2011년 8월 관계회사인 안트로젠의 주식을 전 임직원에게 무상 양도했다. 임직원에게 715주에서 1000주를 양도했는데 안트로젠이 최근 상장을 앞두고 있어 상장을 하게 되면 임직원들에게 적지 않은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보령제약과 녹십자는 전 임직원에게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지급한다. 안국약품과 삼아제약은 회사 내에 체온계를 비치해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출퇴근 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해 임직원들을 배려하는 중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초부터 임직원을 위해 사내 어린이집 ‘리틀베어’를 운영 중이다. 리틀베어는 설립 전 마감재 선정부터 위탁업체와 보육교사 채용까지 아이를 맡길 엄마들이 직접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임직원들의 호응도가 높아 동종업계인 유한양행과 한미약품도 사내 어린이집 개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스 사태로 회사 내부 분위기가 침통한 가운데 일부 제약사들이 임직원 기 살려주기에 나서 훈훈함을 자아낸다.
동화약품은 최근 자기주식 5만3500주를 처분해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출연했다. 국내 상장법인의 우리사주 평균 지분율이 1.25% 에 머무르는 데 비해 동화약품은 5%에 달한다. 앞서 동화약품은 지난 1월에도 32만주의 자사주를 17억9200만원에 취득해 우리사주에 무상으로 나눠준 바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 2011년 8월 관계회사인 안트로젠의 주식을 전 임직원에게 무상 양도했다. 임직원에게 715주에서 1000주를 양도했는데 안트로젠이 최근 상장을 앞두고 있어 상장을 하게 되면 임직원들에게 적지 않은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보령제약과 녹십자는 전 임직원에게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지급한다. 안국약품과 삼아제약은 회사 내에 체온계를 비치해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출퇴근 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해 임직원들을 배려하는 중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초부터 임직원을 위해 사내 어린이집 ‘리틀베어’를 운영 중이다. 리틀베어는 설립 전 마감재 선정부터 위탁업체와 보육교사 채용까지 아이를 맡길 엄마들이 직접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임직원들의 호응도가 높아 동종업계인 유한양행과 한미약품도 사내 어린이집 개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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