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가 확실해서 좋습니다. 성격 급한 요즘 운전자들이 좋아할 만한 차예요.” ‘티볼리 디젤’에 대한 현직 프로 드라이버의 평가다.


쌍용자동차는 상반기 국내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B세그먼트의 SUV, 티볼리를 지난 6일 공개했다.

지난 1월 가솔린모델을 출시한 티볼리는 이른바 ‘소형SUV 삼국지’를 펼치는 르노삼성 QM3와 한국지엠의 트랙스와 비교해 가장 늦은 시점에 출시됐지만 가장 빨리 두가지 심장을 확보했다. ‘티볼리’라는 모델에 쌍용차가 얼마나 많은 기대를 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사진=머니위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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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은 ‘QM3’ 아닌 ‘MINI 쿠퍼D’


쌍용차는 티볼리 디젤의 주요 판매시장으로 유럽을 꼽았다. 이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폭스바겐 골프와 BMW 118d, MINI 쿠퍼D 등 수입 디젤 소형차를 경쟁 차종으로 설정했다. 쌍용차는 자체 실험 결과 초반 가속력 등 일부 성능은 이들 모델보다 뛰어나고 가격 대비 성능으로 볼 때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설명했다.


홍성준 차량개발·시험담당 상무는 "독일 디젤 소형차와 비교할 때 주행 성능이나 제동력, 핸들링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며 "가격 대비 성능으로 보면 티볼리 디젤을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 상무는 특히 "독일차들이 아우토반 등 직선 도로가 잘 갖춰진 독일의 특성상 고속 주행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면 우리는 터널과 곡선 구간이 많은 한국의 특성을 고려해 저·중속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쌍용차의 자체 시험 결과에 따르면 가속페달을 30% 밟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km, 40km, 70km까지 각각 도달 시간을 측정한 결과 티볼리 디젤은 MINI 쿠퍼D, 폭스바겐 골프, BMW 118d보다 빠른 것으로 나왔다. 액셀러레이터를 50% 밟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된 티볼리 디젤  보도 발표회에서 홍성준 쌍용차 차량개발·시험담당 상무가 차량제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머니위크 DB
지난 6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된 티볼리 디젤 보도 발표회에서 홍성준 쌍용차 차량개발·시험담당 상무가 차량제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머니위크 DB

◆"발냄새만 맡아도 가속"… 레이싱카?

지난 6일 쌍용차는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서 티볼리 디젤모델 출시 보도발표회를 갖고 자동차 기자단을 대상으로 ▲짐카나 ▲서킷주행 ▲일반도로주행 등의 테스트 기회를 마련했다.

먼저 진행된 짐카나 체험에서는 슬라럼과 콘을 8자로 그리며 통과하는 코스가 마련됐다. 티볼리 디젤의 초반 가속성능과 제동능력, 조향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최적의 체험이다.

가속페달을 그리 강하게 밟지 않았음에도 차가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반응속도는 국산 자동차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인스트럭터가 농담처럼 말한 “발냄새만 맡아도 반응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불과 10m 앞에 있는 첫 콘에서 회전에 돌입할 때 이미 타이어 노면마찰음이 날 만큼의 속도가 붙는다. 초반 가속이 다소 답답한 가솔린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8자 구간을 지나 다시 슬라럼을 통과한 뒤 인스트럭터의 신호에 따라 급제동을 가했다. 브레이크 성능도 한층 향상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일반 도로 주행은 인제의 왕복 2차선 산길을 오르내리는 코스였다. 굽이치는 차로를 따라 주행했다. 시속 50~90㎞로 주행하며 스티어링휠 감도는 노멀로 설정했다. 가솔린모델에서부터 훌륭했던 조향능력은 디젤모델의 뛰어난 가속능력과 결합돼 운전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소음차단도 훌륭해 티볼리 가솔린모델과 큰 차이가 없었다.

내리막으로 이뤄진 첫 코스에서 연비는 16.7㎞/ℓ, 반환점을 돌아 오르막을 오를 때는 15.2㎞/ℓ가 표시됐다.

이어진 대망의 서킷주행. 출발과 함께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경쾌하게 치고나간다. 1.6ℓ급 소형SUV 차량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버킷시트가 허리를 감싸는 기분이 마치 서킷 레이싱을 위한 차를 운전하는 느낌이다.

동승한 인스트럭터의 도움을 받아 주행라인과 제동·가속포인트를 정확히 짚어가며 서킷을 통과해 나갔다. 코너 진입·탈출 과정에서 제동·가속성능은 앞서 수입차 브랜드들이 진행한 서킷체험과 큰 차이를 느낄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다만 직선구간에서 시속 120㎞의 속도를 넘자 묵직하게 치고나가는 듯한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이러한 느낌은 티볼리 디젤이 저속구간에 특화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승행사에서 고속도로 주행을 해볼 기회는 없었지만 고속에서 묵직한 주행능력을 원하는 드라이버라면 다소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사진=머니위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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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의 희망, 흑자전환 노린다

쌍용차에 있어 티볼리는 경영정상화의 ‘희망’이다. 앞서 출시된 가솔린 모델이 6개월 만에 2만7000대가 팔리며 그 희망이 헛되지 않다는 걸 증명했다. 티볼리 디젤 모델의 과제는 이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최종식 사장이 직접 참관했다. 종일 이뤄진 행사동안 그는 기자들의 곁을 지켰다. 티볼리 디젤모델에 거는 기대와 자신감을 비친 것이다.

최 사장은 티볼리의 판매 목표에 대해 “올해는 생산량의 한계로 6만대를 점치고 있다”며 “차후 롱보디모델이 출시되면 연간 12만대 정도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출물량의 절반 이상을 유럽시장에 판매한다는 계획인데, 이날 출시된 티볼리 디젤이 그 선봉장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또 쌍용차가 내년에는 흑자전환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내년에는 공급 및 시장 측면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17만~18만대 정도 예상하고 있다”며 “16만대 이상 팔아야 손익면에서 어느 정도 턴어라운드로 갈 수 있는 만큼 이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