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영준씨(46)는 최근 큰 마음을 먹고 돌침대를 장만했다. 잦은 야근과 술자리, 회사 상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로 평소 숙면을 취하지 못해 아내와 상의 끝에 지갑을 연 것. 김씨는 돈을 더 모아 내년에는 기능성 안마의자도 구입할 계획이다.


피곤에 지친 현대인들이 늘면서 덩달아 피로산업이 뜨고 있다. 건강침대나 안마기, 기능성 매트리스 등의 헬스케어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인 것. 특히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기능성침대시장이다. 돌침대, 옥침대, 숯침대 등의 건강침대 시장규모는 지난해 240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3000억원대 돌파가 예상된다.

안마기기시장도 성장세다. 불과 4~5년 전 1000억원 미만이었는데 올해는 전체 시장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한국의료기기협회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깊게 잠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까지 지키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당분간 기능성 침대와 안마의자, 천연 매트리스까지 관련시장이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안마의자.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안마의자.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발마사지기.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발마사지기.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사물인터넷 접목한 돌침대

이처럼 피로산업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관련업체들은 새로운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세련된 디자인과 IT기술을 접목한 제품이 하나둘 등장한 것.

돌침대업계 1위인 장수산업은 지난 6월 신혼부부를 위해 사물인터넷(loT)을 접목한 온돌침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출시했다. 와이파이 건강침대인 ‘뉴오스타’가 그것. 이 침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콘트롤러에 스마트폰 충전단자를 내장했다. 장수산업은 이와 함께 딱딱한 침대를 꺼리는 소비자를 위해 푹신한 돌침대 ‘온열에어베드’도 새롭게 선보였다.

흙침대·돌침대 제조사인 황토코리아는 쉘락 천연재료를 통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쉘락 생황토 흙침대’를 내놨다. 쉘락이란 곤충에서 추출한 유일한 천연수지를 뜻한다. 이 침대는 수맥의 지진류를 은박 필림과 동판에서 차단하고 원하는 온도를 항상 유지하도록 자동 온도 조절기가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젊은 층을 위한 원터치 방식의 고지능 컴퓨터 조절기도 내장했다.


개인용 온열치료기 전문업체인 미건의료기도 최근 온도조절기에서 전자파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장착한 ‘전자파 걱정 없는 돌침대’를 출시했다. 미건의료기 측은 “숙면을 방해하는 전자파를 없애고 자신의 체온에 맞는 온도조절기를 통해 짧은 시간에도 깊이 잠들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인의 평균 수면시간이 8시간에서 6시간 미만으로 줄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짧지만 숙면을 취하기 위해 노년층은 물론 젊은 층까지 건강침대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수돌침대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뉴오스타’ 건강침대.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장수돌침대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뉴오스타’ 건강침대.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바디프랜드 아이로보 안마의자. /사진=머니투데이 DB
바디프랜드 아이로보 안마의자. /사진=머니투데이 DB

◆피로 푸는 안마의자도 ‘쑥쑥’

안마의자시장도 성장가도를 달린다. 스트레스, 피로를 호소하는 자영업자와 직장인이 늘면서 안마의자가 사치품에서 생활품목으로 인식이 전환되는 추세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안마의자의 인기가 높아졌다.

신세계백화점 통합온라인몰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2월 안마의자 매출이 470% 급성장했다. 이는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결혼한 800명의 혼수 구매동향을 분석한 결과 가전혼수품에서 안마의자가 TV, 냉장고, 세탁기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날로 높아진 인기에 안마의자의 대우도 달라졌다. 안마의자는 과거 대중목욕탕이나 안마의자 판매매장, 의료기기 전시회 등에서 간간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 등에도 체험공간이 마련됐다.

헬스케어 전문기업 바디프랜드의 경우 안마의자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카페 ‘카페 드 바디프렌드’ 2호점(서초직영점)을 최근 오픈했다. 향긋한 커피와 시원한 탄산수 등을 마시며 고객이 헬스케어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힐링공간이다. 메인은 안마의자. 이곳에선 최고급 사양의 ‘파라오’, 프리미엄 안마의자 ‘팬텀’, 여왕의 품격을 담은 ‘레지나’ 등 총 10대의 안마의자를 체험할 수 있다.

한편 편안한 숙면과 건강을 위해 매트리스시장도 덩달아 성장국면에 들어섰다. 매트리스시장은 지난해 5000억원 규모에서 올해는 9000억원 규모로 두배 가까이 늘고 내년엔 1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TIP] 안마의자·건강침대 구입 시 주의할 점

숙면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구입한 힐링메이트 제품. 하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덜컥 구입했다간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렌털 안마의자의 경우 구입 전 위약금 산정기준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디프랜드와 휴테크 등 국내 대부분의 안마의자업체는 소유권 이전형 렌털계약 해지 시 고객에게 남아있는 약정금액의 10~20% 이상을 위약금으로 부과한다. 소유권 이전형 렌털이란 일정기간 렌털료를 낸 후 제품의 소유권이 소비자에게 이전되는 방식을 뜻한다.

또 고객이 사용한 안마의자를 반품할 경우 위약금을 최대 50%까지 부과하는 업체도 있다. 물류비와 배송비도 소비자가 떠안을 수 있으니 관련 내용을 꼼꼼히 숙지하고 계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국산 짝퉁 건강침대가 기승을 부리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가구판매업자 A씨는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120여차례에 걸쳐 장수산업이 특허청에 등록한 ‘장수돌침대 별이 다섯개’라는 상표를 도용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 제품은 중국산 저가 프레임에 중고 보료를 구매해 만든 유사품으로 드러났다. 정품인 줄 알고 구매한 피해자만 낭패를 본 것이다.

헬스케어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헬스케어시장이 더 성장하면 고객 피해 등 부작용 건수도 늘 수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해당 제품의 브랜드와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고 충동구매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