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화장품'이 된 물티슈, 믿어도 될까요?
김설아 기자
6,369
공유하기
“아무리 좋은 브랜드에 비싼 물티슈를 샀다 해도 아이들이 사용할 때면 늘 불안했어요. 얼굴을 저렇게 닦아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세수를 하라고 권장하기도 했고요. 어찌됐건 보존제가 들어가니 찝찝하잖아요. 그러던 중에 물티슈가 화장품으로 된다는 소리를 들으니 너무 반가웠어요! 성분을 더 까다롭게 따져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니 부모 입장에선 좋은 일이죠.” (40대 주부 L씨)
“식약처의 오락가락 행정 때문에 화가 납니다. 그동안 공산품법 기준에 맞춰 제품을 내놓았는데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면 또 다시 몹쓸 제품을 만든 제조사가 돼버리고, 소비자들에게 불신 낙인이 찍히니까요. 화장품으로 분류되면서는 미국·유럽·일본에서 인정하는 일부 성분은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저희 같은 영세업체만 피해를 보는거죠.” (물티슈 제조업체 A사 직원)
![]() |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베이비페어에서 소비자들이 물티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자료사진=뉴스1 |
덕분에 물티슈 제조업체는 바빠졌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보존제 역할 부분이다. 물티슈의 변질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보존제를 두고 그간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 제조업체는 화장품의 쓸 수 없는 원료와 사용상 제한이 필요한 원료에 대한 기준에 따라 그동안 사용해온 보존제인 세틸피리디늄클로라이드(CPC)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대신 식약처가 고시한 사용가능 살균 보존제 성분 59개 목록만 사용이 가능하다.
제조업체는 화장품 제조업 또는 제조 판매업 등록도 해야 한다. 또 화장품의 품질관리 및 제조판매 후 안전관리를 위한 제조판매관리자를 둬야 한다. 품질관리기준 및 제조판매 후 안전기준 등을 적용 받아 제품생산 때마다 제조번호별로 품질검사 이후 적합한 제품만을 판매해야 하고 부작용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등 신경써야 할 규제가 많아진다.
물티슈 사용량이 늘고 손을 비롯해 얼굴, 입가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면서 민감한 제품이 된 게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보존제 성분인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가 가습기 살균제 파문을 일으킨 성분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전성 논란이 벌어졌다.
소비자 혼란이 커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국제적으로 안전성을 입증 받은 CPC 성분으로 보존제를 하나 둘 바꿔나갔다. 하지만 CPC 성분 역시 유해 논란에 휩싸였고, 식약처 고시 성분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제조업체들은 또 다시 보존제 성분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물티슈가 화장품으로 바뀌면 소비자 신뢰를 다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보존제 성분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이는 향후 또 다시 성분 대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해 오히려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나 역시 내 아이가 쓸 물티슈가 제대로 안전이 보장된 제품이면 좋겠다”면서도 “무슨 성분이 어떠한 유해성을 갖고 있는지 누구도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제조하는 입장에서 혼란이 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화장품이 된 물티슈. 과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될지 또 다른 혼란을 낳는 ‘독’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