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 리포트' 유감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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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로 온 나라가 난리였다. 정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우물쭈물하다 뒤늦게 병원을 공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내에 첫 메르스 환자가 나타난 시점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피해는 최소화 됐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최근 주식시장에서도 벌어졌다. 투자자는 증권사들의 엉터리 리포트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이 예고된 뒤에야 증권사들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이들은 구색 맞추기로 조정한 리포트를 부랴부랴 내놨다.
그 와중에도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증권사가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알려졌음에도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7월 중순까지 대우조선해양 관련 리포트를 발표한 증권사 17곳 중 14곳이 매수의견을 내놨다. 투자의견을 낮추거나 분석 중단을 선언한 증권사는 4곳뿐이었다. 심지어 손실규모를 2000억원 내외로 추정하고 주가상승에 대한 가능성을 내다본 증권사도 있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다음에야 제대로 된 리포트를 내놨다. 지난 7월23일이 돼서야 대우조선해양의 추가손실이 우려된다며 첫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가 나왔다. 하지만 증권사 리포트만 믿고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넣었던 투자자들은 이미 손해를 본 뒤였다.
지난 6월25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분기 손실을 언급했을 당시 주가는 1만4400원이었다. 이로부터 20일이 흐른 7월14일에는 1만2500원을 기록했다. 고작 1900원이 빠진 것으로 다른 조선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이었다. 그러던 중 7월15일 해양플랜트 분야 등에서 2조원대의 누적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숨겼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주가는 고꾸라졌다. 이날 가격제한폭인 30%까지 떨어졌으며 7월24일 현재 장중 7400원대로 하락하는 등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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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증권사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종 중 ‘최선호주’라며 장밋빛 전망을 꾸준히 내놨다. 대우조선해양의 위험을 미리 알리지 않은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운 셈이다.
일반투자자들은 대부분 증권사 리포트를 믿고 투자를 결정한다.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아서다. 따라서 이번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로 인해 증권사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동시에 애널리스트의 자질도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 증권사들이 앞으로 더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결국 투자자들은 증권사 리포트를 외면할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 점을 깊게 새기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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