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국내증시 속에서 뛰어오른 종목이 있다. 바로 편의점주다. 편의점은 1인 가구의 증가로 대량구매보다 소규모 다품종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나타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무서운 질병도 질주하는 편의점을 막지 못했다. 편의점주의 주가는 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창궐로 모든 유통업계가 침통한 가운데에서도 독보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깝고 언제든지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던 곳에서 다양하고 가성비 높은 상품을 필두로 양질의 성장을 추구하는 편의점.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편의점주의 미래를 점쳐봤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CU’. /사진제공=BGF리테일
BGF리테일의 편의점 ‘CU’. /사진제공=BGF리테일
GS리테일 ‘GS25’ /사진=머니위크 DB
GS리테일 ‘GS25’ /사진=머니위크 DB

◆ 증시 우는데 나홀로 ‘훨훨’

유통업계가 시름시름 앓는 와중에 편의점주의 주가는 날개 돋친 듯 비상했다. 점포수 기준으로 업계 1위인 BGF리테일의 주가는 지난 5월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70%가량 상승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GS리테일도 같은 기간 약 40%의 오름세를 보이며 질주했다.


메르스가 퍼진 지난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지수가 7% 가까이 하락한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효자종목이다. 같은 기간 유통업지수가 10% 상승한 것보다도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다. 이 같은 편의점주의 상승세는 메르스의 영향을 덜 받는 소규모 유통채널로서의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르스 감염을 두려워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대신 동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편의점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전체 편의점 점포가 증가했고 담배값 인상으로 인한 마진이 늘었기 때문이다. 전체 편의점 점포 증가율은 7.9%에 달한다. BGF리테일의 편의점인 ‘CU’와 GS리테일의 ‘GS25’ 점포수도 올 들어 가파르게 늘어났다. BGF리테일은 올 2분기 동안 252개의 점포를 늘렸고 연말까지 600여개를 더 늘릴 계획이다. GS리테일도 같은 기간 257개의 점포를 출점하며 연간 목표치인 500개점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올 초 담배가격이 2000원 인상되면서 급격히 줄었던 담배판매량도 지난해의 85% 수준으로 회복됐다. 담배 매출증가율은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5.3%에서 지난 6월 62.2%로 급증했다.

또 1인가구의 증가로 도시락,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 즉석식품의 매출이 전년 동월보다 17.3% 증가한 것도 매출 신장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GS리테일은 지난해 히트한 ‘김혜자도시락’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정간편식을 내놨다. 김혜자도시락은 가격대비 푸짐하고 맛있다는 뜻으로 ‘혜자스럽다’라는 말을 사용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BGF리테일도 ‘국민9찬밥상’, ‘더블BIG정식’ 등의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객 증가와 마진 개선을 이뤄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인 가구와 여성 경제활동인구 증가 등 인구구조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에서 촉발된 근린형 소비패턴의 확산은 식생활에서 간편가공식 수요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편의점의 구조적 성장의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STOCK] 편의점주, '나 혼자 산다'

◆ 모바일유통채널도 무섭지 않다

편의점업계가 호조를 보이며 ‘제2의 성장’을 이끌어 나감에 따라 2분기 실적 전망치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시장이 예상한 BGF리테일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평균 1조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불과 3개월 전에 9274억원으로 예상됐던 매출액이 8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영업이익은 5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8%, 당기순이익은 22.7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GS리테일의 실적전망도 장밋빛이다. GS리테일의 2분기 매출액 시장전망치 평균은 1조472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33.18%, 29.41%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편의점주의 양호한 실적전망을 가능케 한 요인은 가정간편식 자체브랜드(PB) 상품의 약진이다. 현재 국내 편의점업계의 가정간편식 매출비중은 7~8% 수준으로 일본의 약 30%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일본과 우리나라 편의점 간편식품의 메뉴나 품질 등이 아직 격차가 크고 음식문화가 달라 국내 편의점의 간편식 매출비중이 단기간에 일본 수준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편의점업계가 PB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 상승이 지속될 경우 궁극적으로는 간편식 매출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모바일과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 산업구조라는 점도 편의점산업의 중요한 성장동인으로 꼽힌다. 전세계적으로 모바일이 유통채널의 주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백화점, 대형마트뿐 아니라 TV홈쇼핑마저 모바일과 가격경쟁을 벌여 장기성장성이 훼손된 상황이다. 반면 편의점은 다른 유통채널과 차별성이 있어 이 같은 위험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편의점은 음료수 등 간편 먹거리나 담배 구매를 위해 수시로 방문하는 목적구매 채널이라는 점에서 모바일과 경쟁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판매단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양상을 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5000원 미만이었던 편의점 객단가는 올 들어 6000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며 “매년 편의점 도시락과 같은 주요 전략품목의 가격이 상승하며 객단가 상승에 기여했고 이는 점당 매출액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BGF리테일과 관련된 보고서를 낸 7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21만7700원이고 모두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GS리테일를 분석한 12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5만9300원이며 이 중 4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