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전용기' 타는 사람들은 누구?
구름 위 세상이 궁금하다 / 문턱 낮아지는 '내 비행기'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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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2초. ‘새처럼 날고 싶다’는 라이트 형제의 꿈이 이뤄진 순간. 인류의 비행 혁명은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10여년 후, ‘커다란 새’와 하늘길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인류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머니위크>가 비행기의 모든 것을 파헤쳐봤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계획한다면 일반적인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항공권 예약이다. 이때 여행일정은 철저히 항공사의 비행스케줄에 맞춰진다. 만약 가야 할 지역에 취항한 항공사가 없으면 수차례 경유해야 하고 항공여객 수요가 높아지는 성수기에는 항공권 가격이 곱절로 뛰기도 한다. 공항에서의 통관, 검색절차 등에도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비행기를 타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이 같은 불편을 피해 ‘자신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누비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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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비즈니스 전용기 걸프스트림V. /사진제공=대한항공 |
◆‘전용기’ 누가 타나
전용기는 일반 항공사가 운영하는 정기선과 다르게 운항허가가 비교적 간단해 오늘 당장이라도 출발할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공항에도 이착륙이 가능한 데다 전용터미널을 이용하는 관계로 통관과 검색시간이 짧다.
미국 등지에는 전용기가 상당히 보편화됐다. 정·재계의 유명인사는 물론 할리우드 스타들도 상당수 자신의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전용기 애용자는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가 대부분이다. 우선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이 해외순방 등의 공무를 목적으로 사용한다. 공식명칭은 ‘대한민국 공군 1호기’이며 ‘코드원’으로도 불린다.
민간의 경우 항공사와 항공기 임대사업자를 제외하고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집단 4곳이 8대의 전용기를 갖고 있다. 이들은 방위산업 계열사나 그룹차원에서 전용기를 보유, 관리한다.
굳이 항공기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임대를 통해 전용기를 탑승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항공사가 이러한 전세기 전용서비스를 시행하지만 국내에서 전세기 전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대한항공은 B737-700기를 개조한 보잉비즈니스제트기 1대와 캐나다 봉바르디에가 만든 글로벌익스프레스XRS 1대를 전세기 전용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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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
◆‘문턱 낮아진’ 전용기
국내에서는 아직 정·재계 인사나 기업 고위관계자만이 전용기를 이용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전용기의 문턱이 많이 낮아지는 추세다.
한 예가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우버가 운영한 ‘우버제트’다. 우버는 영화제 기간동안 굿윌 프라이빗 제트사와 제휴해 파리 르부르제공항에서 니스공항까지 개인 경비행기로 이동하는 우버제트 서비스를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서비스의 1회 비용은 6490유로(한화 약 827만원)로 4명까지 탑승 가능했는데 당시 영화제에 참석하는 영화 관계자들은 물론 부유층 관람객들이 이용했다. 우버는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헬리콥터 중개서비스인 ‘우버콥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시적으로 서비스한 우버제트 외에도 이러한 전용기 중개서비스는 점차 활성화되는 추세다. 특히 항공사가 아닌 개인 비행기 소유자와 연계할 수 있어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비행기중개 애플리케이션인 ‘블랙젯’과 ‘제트스마터’ 등이 대표적이다.
기자는 실제로 제트스마터 앱을 다운받아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살펴봤다. 한국에서 이용할 경우 가격은 일반인이 엄두도 못낼 만큼 비쌌다. 10인 탑승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운임가가 가장 낮은 ‘글로벌 익스프레스 XRS’ 모델을 선택할 경우 서울 김포공항에서 부산 김해공항까지 이용료가 무려 2만8100달러(한화 약 3285만원, 회원가 기준)다.
다만 이는 비행기 개인보유자가 많은 미국에서 미국노선을 사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같은 조건으로 서울-부산 거리의 3배에 달하는 뉴욕-애틀랜타를 검색하자 경량제트기 ‘호커 400XP’ 기종으로 7100달러(한화 약 830만원)에 이용 가능했다. ‘걸프스트림V’ 기종을 선택할 경우 1만4600달러(한화 약 1706만원)다.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용기’의 문턱이 한단계 낮춰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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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스마터 이용화면 |
◆세계 최초 '협동조합' 비행기 뜰까
이처럼 전용기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지만 대중화되기에는 아직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비행기를 개인적으로 보유한 사람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제트스마터’와 같은 중개서비스도 상용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없던 형태의 ‘전용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제주하늘버스협동조합 얘기다. 제주도가 국내여행지로 각광받고 중국인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제주도민은 큰 불편을 겪었다. 필요할 때 좌석을 구하지 못하거나 성수기에는 요금이 몇 곱절로 뛰는 등 불편사항이 많았던 것. 사업자들의 항공화물 이용에도 제약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도민들은 제주도민의 항공이동권과 화물수송권을 확보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제주하늘버스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은 조합원에게 제주-김포 왕복 항공요금을 항시 8만원대에 운항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약 제주하늘버스협동조합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최초로 ‘협동조합 형태의 전용기’가 운영되는 셈이다. 다만 수익성을 고려해 남는 좌석에 한해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원래 조합은 내년 초쯤 여객기를 취항할 계획이었지만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자본금을 모으지 못해서다.
조합은 지난 1월 창립총회에서 항공사 설립을 위한 최소자본금으로 화물기(국내·국제) 50억원, 여객기 국내 50억원, 국외 50억원 등 총 150억원을 모으기로 했으나 현재 모금액은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화물사업자를 중심으로 화물기 취항사업을 진행한 후 도민 등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조합원을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취항시기가 미뤄졌더라도 내년 화물기 운항을 시작으로 여객기 취항까지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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