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너무 똑닮은 롯데그룹과 제2롯데월드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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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제2롯데월드. /사진=머니위크DB |
신 회장이 다음으로 발길을 돌린 곳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07층까지 직접 올라간 그는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에게 공사 현황을 보고받고 "롯데월드타워는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롯데가 사명감을 가지고 짓는 곳"이라며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완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신 회장의 행보는 자신이 총괄회장의 정통성을 잊는 후계자라는 사실과 함께 롯데의 국적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림수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 반 롯데정서는 진화되지 않았지만 그룹 리더 이미지를 굳히려는 측면에선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롯데월드타워 즉 제2롯데월드는 롯데에 있어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그래서인지 롯데와 제2롯데월드는 닮은 점이 많다. 먼저 한국에 뿌리내린 두 거목을 키운 자양분이 정부의 특혜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또 수많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렇다.
◆정치권 특혜로 성장한 두 거목
1948년 일본에서 탄생한 롯데가 1967년 국내에서 롯데제과의 문을 연 이후 자산 93조4000억원의 재계 5위 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정부의 각종 특혜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호텔, 백화점, 놀이공원 등 대형 부동산 개발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탓이다.
롯데는 1980년대 초 서울 중구 소공동의 국립도서관 자리에 호텔을 세웠고 1988년 서울 잠실과 1991년 영등포 등 지하철역 요지마다 백화점을 세웠다. 1990년 7월에는 영등포백화점의 임차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회의원 등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 롯데시티호텔 제주 역시 애초 55m였던 건축물 높이 규제가 90m로 대폭 완화된 데다 투자진흥지구 지정까지 추진되면서 ‘이중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일본계 지분이 99%인 호텔은 정부가 내주는 특허로 국내 면세점 시장의 절반을 차지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박정희 정부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롯데의 성장 배경에 대해 이처럼 회고했다 “일본에서 껌으로 성공을 거둔 신 총괄회장이 엄청난 지원을 받았다. 정부는 호텔이든 뭐든 다 키울 생각으로 전폭 지원했다.”
1980년대 잠실 일대 롯데타운 개발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일사천리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신 총괄회장은 당시 취득세와 재산세, 등록세, 영업세, 도시계획세 등 각종 세금도 모두 면제됐다고 손 교수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제2롯데월드는 어떨까. 지난 정권인 이명박정부는 안보근간을 흔든다는 질타에도 굴하지 않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의 활주로 각도까지 변경하면서 제2롯데월드의 신축을 허가했다. 이에 반대했던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은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두고 교체됐다.
또 롯데호텔 총괄사장에 이 전 대통령과 고대 경영학과 61학번 동창인 장경작 대표가 취임하면서 '친구 게이트'와 '정경유착'으로 번져갔다. 당시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의심생암귀'(의심이 생기면 귀신이 보인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서울공항은 수도권 방어에 긴요한 공군의 핵심 전력이 전개되는 전략적 요충일 뿐만 아니라 유사시 외국인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집결지이기도 하다. 서울공항이 마비되면 국가가 커다란 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야권에선 이를 현 정부와 여권을 압박할 카드로 활용할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에선 이명박정부의 '정경유착'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박영선 새정치 의원은 지난 5일 롯데가 이명박정부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제2롯데월드의 건축 허가에 대해 “이명박정부 시절 성남비행장의 항로를 변경하면서까지 허가가 이뤄졌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이 2010년 4월부터 11월까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체시킨 것은 롯데 등 대기업이 상권을 사들일 시간을 준 것"이라며 "야당이 대검찰청에 이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자 김무성 원내대표가 2010년 11월 법을 통과시켰다"고 꼬집었다.
일개 기업의 집안싸움에 정·관·민 파상공세를 펼치는 형국이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신 회장에게 무게추가 기우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변수가 산적하다. 현재 117층까지 올라간 제2롯데월드도 마찬가지다.
둘 다 이제 와 처음으로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종국에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을지 슬픈 결말로 막이 내릴지 속단하기에는 어렵지만 이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감정은 실망과 분노로 점철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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