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산업이 한국경제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금융시장과 IT를 한데 묶어 시너지를 창출하는 핀테크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이에 주식시장에서도 핀테크 관련주가 제약, 바이오, 화장품을 이을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핀테크는 아직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신산업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여러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모바일간편결제, 인터넷전문은행, 보안업체 등을 수혜주로 꼽는다.

지난달 15일 경기 분당에서 열린 ‘제3차 핀테크지원센터 데모 데이’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지난달 15일 경기 분당에서 열린 ‘제3차 핀테크지원센터 데모 데이’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고속성장하는 모바일간편결제시장

우리나라 핀테크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간편결제시장이다. 편의성을 기반으로 O2O(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이끄는 마케팅) 확대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열풍에도 불구하고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때문에 중국인들이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관련규제 철폐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를 시작으로 PG사의 카드정보 저장허용 등 관련 금융규제가 하나씩 폐지되면서 모바일간편결제시장이 부각되고 있다”며 “기존의 PG사뿐만 아니라 통신·유통·IT업체 등이 간편결제시장으로 진출하는 데다 아마존·애플·알리바바 등 글로벌그룹도 한국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모바일결제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모바일간편결제시스템인 ‘삼성페이’가 지난달 시범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관련주의 주가상승을 견인했다. 삼성페이는 기존 신용카드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이를 기존 오프라인 결제시스템을 통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이용횟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밴(VAN)사업자인 한국정보통신과 나이스정보통신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또 각종 카드정보가 유심(USIM)에 직접 저장되기 때문에 코나아이 등의 종목도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정보통신의 경우 지난달 15일 삼성페이 시범서비스 개시 후 이틀간 가격제한폭을 기록하며 1만3550원이던 주가가 2만2850원으로 치솟았다. 이후로도 큰 폭의 조정 없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나이스정보통신과 코나아이의 주가 역시 한국정보통신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편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NHN엔터테인먼트도 간편결제서비스인 ‘페이코’가 시장을 선점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커버스토리] 핀테크 뜨니 들썩이는 주식

◆인터넷전문은행, IT기업·증권사 주목

정부가 핀테크산업 육성정책의 하나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발표한 인가매뉴얼에 따르면 기존 은행이 진출할 경우 심사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에 IT기업과 증권사, 일부 보험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윤곽을 드러낸 기업은 다음카카오와 한국금융지주다. 이들은 지난 5일 컨소시엄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표 이후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10%가량 상승했고 한국금융지주는 장중 17%까지 상승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컨소시엄 지분 50%를 가져가는 한국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은행영업을 통한 추가적인 고객 기반 확보와 예대마진으로 인한 신규수익 창출이다.

박혜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기업신용공여, 올 초 설립한 한국투자캐피탈의 부동산 PF금융 전문대출,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대출심사능력 등 이미 대출업무에 대한 경험과 능력이 입증됐다”며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경쟁력을 보유했고 안정적 비즈니스모델을 기반으로 꾸준히 신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제한(은산분리법)에 걸려 10%의 지분을 보유한 다음카카오의 경우 앞으로 은행법이 개정될 경우 추가지분을 확보해 1대주주로 나설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다음카카오는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국금융지주 측과 이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진출을 선언한 이들 외에도 시장에서는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교보생명, KT, 인터파크, 네이버 등이 인터넷전문은행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전부터 거론되던 키움증권의 경우 모회사가 산업자본이라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은산분리법이 완화되면 온라인전문증권사로 자리매김한 노하우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키움증권의 모회사인 다우기술의 주가는 지난 6월 1만6000원대에서 지난 12일 기준 3만2000원으로 약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더 중요해진 보안 관련주

핀테크산업에서 편리함과 동시에 중요성이 높아진 업종은 보안이다. 기존의 결제시스템에서는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을 줄여 편리함을 강조한 핀테크의 특성상 보안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 대상 보안사업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이니텍이 주목받는다. 이 기업은 공개키(PKI) 기반 솔루션이나 DB 암호화, 접근제어관리 등의 시스템을 인터넷뱅킹, HTS시스템, 공공기관 등에 적용하는 보안사업을 영위한다. 핀테크에 적합한 강점이 부각되며 이니텍의 주가는 연초 3780원에서 지난 10일 기준 8710원으로 상승했다.

모바일보안기업인 라온시큐어도 글로벌 FIDO(Fast IDentity Online) 라이선스를 보유해 핀테크 수혜주로 떠올랐다. FIDO는 지문·홍채·얼굴인식 등 바이오인식기술과 PKI 암호기술을 융합해 비밀번호 없이 지문인식과 같은 생체인식 한번으로 결제가 가능한 기술을 말한다.

유진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라온시큐어는 삼성전자 모바일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 기반 모바일단말기 관리솔루션 공동 사업을 진행하는 등 국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올해는 신규사업 가시화, 판관비 감소로 흑자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