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최고경영자(CEO) 공백과 잇따른 검찰수사로 곤혹스런 여름을 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삼성금박카드라인과 유니온테크, 정아공업사 등 협력업체가 KT&G의 비자금 창구 역할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곳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은 1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민영진 전 KT&G 사장이 범행에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보고 측근들을 소환·조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KT&G는 차기 사장 선임 작업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CEO 공백은 지난 7월29일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민 전 사장이 임기 7개월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이래 한달 가까이 계속됐다. 그는 2010년 사장에 오른 뒤 2013년 한차례 연임된 바 있다.

일단 KT&G 사외이사들은 최근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결성, 새 사장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직 고위관료 출신이 신임 사장에 선임될 것이란 풍문이 돌면서 또 한번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일 조짐이다.


KT&G의 국내 담배 판매량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올 2분기 실적 현황을 보면 국내에서 181억 개비의 담배를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가량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도 58.5%를 기록, 지난해 동기보다 점유율이 3.5%포인트 떨어졌다. 올 초에는 담뱃값 인상 여파로 외국산 담배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그나마 수출이 선방해 2분기 전체 매출(1조319억원)과 영업이익(3183억원)은 전년 대비 소폭 늘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그동안 해외수출사업은 민 전 사장이 6년간 CEO를 맡으면서 주도한 것이어서 실적호조세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CEO가 공석인 상태인데다 후임사장 선임이 지연되거나 사업기조를 이어갈 적임자를 물색하지 못한다면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던 해외사업에 균열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러한 악재는 외국계 담배회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계 담배회사는 올 초 담뱃값이 인상되자 담배 가격을 국산 담배 수준, 혹은 그 이하로 낮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KT&G가 시장의 변화에 재빨리 대처하지 못하면 시장점유율 50%대 장벽도 무너질 수 있다"면서 "구조적 적폐를 해소하고 조직 분위기를 추스릴 적임자를 CEO로 선임해 경영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KT&G 관계자는 "검찰 수사나 CEO 부재와는 별개로 제품개발과 리뉴얼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면서 외부에서 우려하는 만큼의 급박한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