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에서도 보험업계가 예상보다 잘 나간다. 올 상반기 보험사들은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보험료 관련 규제도 풀린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 보험료 인상 움직임이 감지된다.


반면 일자리 창출에는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이다.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임금피크제 도입에도 보험사들은 소극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39개 보험사들은 4조474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보다 1조380억원(30.2%) 증가한 규모다. 생명보험사의 순이익은 2조79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032억원(40.2%), 손해보험사는 1조6750억원으로 2348억원(16.3%) 늘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회사 총자산도 903조3000억원으로 1년 새 93조2000억원(11.5%) 불어났다. 

보험설계사 모집 공고문. /사진제공=삼성생명 홈페이지
보험설계사 모집 공고문. /사진제공=삼성생명 홈페이지

보험사의 내년 성적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은 보험료 결정권에 대한 족쇄를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보험료 산정에 대한 재량권을 보험사에 모두 넘기기로 한 것.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고려 중이다. 하반기부터 생·손보사 모두 보험료를 줄줄이 인상할 계획이다.

그러나 고용 창출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는 78만9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609만8000명) 중 3%에 불과했다. 이는 2004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 7월 기준 금융 및 보험업 고용률은 전년보다 7.4%(6만2000명 감소) 줄었다. 제조업, 농림어업 등 각종 산업 중 가장 낮은 고용률이다.


보험사들은 현실적으로 채용 확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성장·저금리로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돼 지난해 많은 보험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황에서 채용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1허경 기자
/사진=뉴스1허경 기자

하지만 수익이 늘어나 정부의 일자리 확대정책에 화답할 여력이 생긴 보험사들이 적극적인 채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 전반적으로 고용증가율이 낮아지는 가운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금융사의 고용이 저조한 것은 우려할 만하다”며 “실적이 개선된 보험사의 경우 채용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올 초부터 정부가 청년채용 확대를 위해 꾸준히 독려해온 임금피크제 도입에도 소극적이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39개 보험사 중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정지은 곳은 삼성생명, NH농협생명, 삼성화재, 동부화재, 롯데손해보험, NH농협손보 등 6곳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정년을 지키기 어려운 금융권 특성상 임금피크제 도입 자체로 고용 확대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