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총성 없는 전쟁 혹은 대첩’, ‘오너의 자존심 대결’. 

언제부터인지 면세점 특허권과 관련된 이슈 앞에는 늘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오는 11~12월 만료되는 서울시내면세점 3곳(롯데 소공점·롯데 월드타워점·워커힐점)의 사업권을 두고도 마찬가지다.


기존사업자인 롯데와 SK네트웍스에 이어 신규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신세계, 유통업과 인연을 끊었던 두산까지 뛰어들면서 하반기 치열한 혈투를 예고했다.

어찌보면 최근 면세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나타난 현상. 또 다른 배경은 5년마다 면세특허권을 다시 획득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면세업체들은 5년마다 한번씩 사업권을 ‘지키느냐, 빼앗기느냐’하는 기로에 선다.


정부가 제살 깎아먹기 식의 ‘파이 싸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율적인 시장경쟁에 맡기지 않고 사업자 수를 조정하고 특허권을 쥐고 있는 것은 면세사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입장도 그럴 듯하다. 5년마다 한번씩 사회적 책임을 물어 특혜로 빠지는 것을 막고 신규사업자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한 것이 있다. 면세업은 규모가 클수록 매출이나 실적확보 차원에서 유리한 산업이라는 점이다. 납품업체로부터 미리 사들인 물건을 파는 직매입 형식의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규모가 클수록 창고, 운송비용 등의 부담이 줄어든다.

또 상품매입규모인 ‘바잉 파워’가 클수록 고급브랜드와의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질 수 있다. 글로벌 면세업체들이 저마다 몸집을 키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만큼 면세점은 많은 투자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반면 재고부담이 크고 환율변동 등 외부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한 고위험산업이기도 하다.
[기자수첩] 면세점, 정말 '황금알'일까

이처럼 웬만한 대기업도 버티기 힘든 산업인 까닭에 한때 29개에 달하던 국내 면세점 수는 지난 2009년 10개로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있던 일부 기업만이 시장에서 생존했고 점유율이 올랐다. 

글로벌기업을 외치면서 몸집이 커지는 꼴은 못보겠다는 정부. 시장에서 살아남은 일부 기업이 신규허가 및 재허가를 받는 것을 ‘특혜’로 여기면서 규제의 칼날을 날카롭게 갈고 있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성장률만 놓고 황금알사업으로 규정해 정책을 만들어선 안된다는 얘기다. 모든 달걀이 그렇듯 황금알도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