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들어가면 20년 넘게 다니는 회사
[창간8주년]꿈의 직장을 찾아서 (2)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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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이른바 ‘꿈의 직장’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칼퇴근과 최고연봉, 정년보장, 비전 있는 직장, 수월한 업무, 많은 휴가 등의 조건이 달렸다. 그렇다면 이런 조건을 갖춘 꿈의 직장은 과연 존재할까. <머니위크>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통하는 국내 기업들을 찾아 그 속을 들여다봤다.
'꿈의 직장'을 꼽을 때 절대 뺄 수 없는 조건은 무엇일까.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평생직장'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비꼬는 비정상적 세태가 이를 방증한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처음 입사한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했다. 좋든 싫든 그 회사 안에서 자신의 목표를 정했고 꿈에 도전했다. 전반적으로 직장인들의 근속연수가 길다보니 당시만 해도 철밥통이란 부정적인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직장인이 구조조정 파도에 밀려 일터에서 쫒겨나고 때론 자의반타의반 사표를 던진다. 어떤 이들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더 나은 회사를 찾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꿈의 직장'에 걸리는 조건도 달라졌다. 높은 연봉과 다양한 복지도 따지지만 평균 근속기간이 회사를 선택하는 첫번째 잣대가 됐다.
현재 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근속기간이 가장 긴 기업(남성 기준)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평균 남성 근속연수는 21년9개월로 100대 기업 평균 근속연수(12년 6개월)보다 두배 가까이 길다. 이 때문에 KB국민은행은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상위권에 매년 오른다.
KB국민은행은 직장인에게 어떤 매력이 있을까. 또 직원들에게 어떤 꿈과 희망을 주기에 다른 기업에 비해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일까. 고졸 출신으로 국민은행에 입행해 지금은 중국현지법인 쑤저우지점에서 근무하는 김진선 KB국민은행 수석차장(부지점장, 41)을 통해 그 이유를 추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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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수석차장. /사진제공=국민은행 |
◆강원도 촌놈에서 中 쑤저우 부지점장까지
김진선 수석차장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에서 태어난 강원도 '촌놈'이다. 부유하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은 일찌감치 상고를 택했다. 강릉상업고등학교(현 강릉제일고)가 그가 졸업한 학교다.
그런 그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곳이 바로 국민은행이다. 그는 고교를 막 졸업한 철부지 나이(18)에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선배가 시키는 일만 하다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전역 후 선배의 조언을 받아 공부를 시작해 대학(명지대 경영학과) 졸업장을 땄다.
김 수석차장이 입사할 당시 국민은행은 법으로 정한 정부투자기관이자 특수은행이었다. 타 시중은행에 비해 업무강도가 높은 데도 연봉은 시중은행의 8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 수석차장은 국민은행이 만족스러웠다.
"우리 조직은 어느 직장도 흉내낼 수 없는 가족 같은 끈끈한 정이 있습니다. 일명 '꿀벌정신'이죠.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이러한 기업문화가 전 행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합니다. 누구 한명 도태되지 않도록 같이 끌고 가는 문화가 있어서입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따뜻한 기업문화, 그것이 바로 한번 입행하면 국민은행을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첫번째 비결이다. 그리고 이런 기업문화는 타은행 대비 최고 연봉과 복지를 자랑하는 은행으로 올라서게 했다.
◆꿈 실현할 '동등한 기회' 보장
국민은행의 또 다른 장점은 행원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직원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주고 자기계발을 원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것이 이직률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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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
김 수석차장은 입행 이후 수시로 목표를 갈아치웠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뤘으면 더 높은 곳을 향해 전진했다. 그 시작은 야간대 입학이었다.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왔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처음엔 그저 위에서 시키는 일만 했죠. 어느 날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초급(상고졸업생)행원이 중견(학부졸업생)이랑 경쟁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1년간의 수능준비 끝에 4년제 야간대학을 다녔어요."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한국 기업문화 정서상 주경야독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칼퇴근을 하면 상사의 눈치가 보이고 때론 밀린 업무 때문에 학업에 열중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야근문화를 지양한다. 급박하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칼퇴근을 권장한다. 또 스스로 공부하고 스펙을 쌓으려는 직원들에겐 직위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부여한다.
"회사 도움으로 대학을 졸업했는데 또 다시 생각지 못한 좋은 기회가 찾아왔어요. 2008년 은행에서 40명을 선발해 서강대 전문경영대학원에서 6개월간 MBA과정을 진행했는데 제가 뽑힌 거죠."
이뿐이 아니다. 외국어 하나쯤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중국어를 공부했다.
은행은 그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줬다. 올해 중국현지법인 쑤저우지점으로 발령 낸 것. 그는 그동안 배운 장점을 살려 지금은 중국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다. 고졸로 은행에 입행했지만 학사과정과 MBA과정까지 수료한 뒤 은행원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해외법인 부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군입대 시절 은행에서 월급을 줬고 야간대학을 졸업할 수 있도록 장학금과 6개월간의 장기연수도 은행에서 지원해 줬어요. 본인이 원한다면 일정 수준의 학원보조비, 길고 짧은 각종 연수프로그램 등 자기계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답니다. 저도 은행에 기여하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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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그는 국민은행과 같은 복지문화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정된 직장에서 자신의 꿈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저와 같은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안정된 직장에서 일한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기업은 업무 충실도와 생산성이 올라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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