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부터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은행계 카드사들도 덩달아 분주한 모습이다. 만약 고객이 주거래은행을 바꿀 경우 주거래카드도 함께 갈아탈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되면 카드사 역시 고객 이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은행과의 연계상품 출시를 통해 기존고객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은행계 카드사들은 기존 고객 사수를 목표로 주거래통장에 특화된 카드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고객이 카드결제계좌를 같은 금융그룹 은행의 주거래통장으로 설정할 경우 우대금리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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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잡아라…프로모션 분주

계좌이동제는 주거래은행을 바꿀 때 계좌에 연결된 급여·카드·보험 등의 자동이체까지 한꺼번에 옮겨가는 제도다. 여기에는 적금·월세·회비 등 고객 스스로 설정한 자동송금이 모두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주거래계좌를 변경할 때 고객이 기존 계좌에서 공과금 등 자동이체를 일일이 해지하고 옮기려는 계좌에 새로 등록해야 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은행으로 옮기기가 훨씬 용이해진 셈. 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금융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 이유다. 시중은행들은 기존 고객인 ‘집토끼’를 잡기 위해 우대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등 서비스 차별화에 바쁜 모습이다.

카드업계 역시 계좌이동제 시행 이후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카드·은행 주거래 고객에게 다양한 특화혜택을 제공하는 ‘KB국민 ONE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출시 이후 두달 만에 10만장 발급을 돌파했다. 전월 이용실적과 적립한도 제한 없이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금액의 0.7%가 포인트로 적립되고 주말 및 공휴일에는 0.5%가 추가 적립된다.


특히 결제계좌를 ‘KB국민 ONE통장’으로 지정하면 포인트 우대적립혜택을 통해 5대 생활밀착영역 이용 시 0.3%포인트가 추가 적립된다. 또 ‘포인트리 자동입금’서비스 신청 시 적립된 포인트를 매월 100원 단위로 자동환급해준다. 체크카드의 경우 전월 이용실적이 10만원 이상이면 0.2%포인트, 주말·공휴일에는 0.2%포인트가 추가로 쌓인다.

농협 계열사의 혜택을 담은 ‘NH올원카드’는 기본적으로 모든 가맹점에서 2만원 이상 이용하면 전월실적에 상관없이 건별 이용액의 0.7~0.9%(체크카드는 0.2~0.4%) 적립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외부제휴서비스’(OK캐쉬백, GS&포인트, POP할인)를 하나의 카드로 통합해 NH올원카드 한장으로 3가지 멤버십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 카드는 은행권 최초로 입출식통장과 신용대출거래에 대한 포인트 적립도 제공된다. 농협은행은 가계신용대출의 납입이자 1%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우리카드는 가나다 시리즈 중 ‘다모아포인트카드’에 기반한 ‘우리주거래카드’를 선보였다. 만약 우리은행에서 우리주거래통장을 개설한 고객이 우리주거래카드를 발급받아 6개월마다 300만원 이상 이용하면 1만5000점의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금액의 0.5%를 모아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또 해외직구를 포함한 해외가맹점·이동통신·학원·주유소 등 특별적립업종에서는 일반업종의 3배인 1.5%의 파격적인 특별적립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포인트혜택을 차별화해 계좌이동제에 대응할 방침이다. 신한카드의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를 활용해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예·적금에 가입할 수 있는 등 금융지주 산하 금융사 간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하나카드는 별도의 카드상품이 아닌 하나금융 통합멤버십으로 계좌이동제에 대응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 차원에서 실시되는 통합 하나마일리지는 KEB하나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카드·캐피털·저축은행 등 하나금융 모든 계열사에 대한 고객의 거래실적에 따라 ’하나코인‘을 제공한다. 고객은 하나코인을 이용해 이자를 내거나 적금상품에 가입하는 등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계좌이동제 시장에서 기존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한 카드사들의 프로모션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수익성 악화요인 될 수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카드사들의 경쟁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좌이동제 유치경쟁이 심화될 경우 금융사의 비용부담만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은행계 카드사는 초기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상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는 만큼 앞으로 수익에 구멍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비슷한 혜택의 상품을 출시하는 것보다는 고객이 자동이체계좌를 왜 옮기려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사 간의 유치경쟁이 심화될 경우 비용부담에 비해 거둬들이는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계좌이동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카드사 입장에서는 상품경쟁 외에도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하는 것보다는 신청절차의 단순화 등 상품 외적인 금융사의 경쟁력을 강화해 기존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